Future

의료전문 인공지능

인공지능이 모든 것에 답을 준다고 믿는 시대다. 실제로 범용 인공지능들은 웬만한 질문에 그럴듯한 답변을 내놓는다. 역사, 과학, 요리법, 여행 추천까지.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환각(Hallucination)이라 불리는 현상이다. 인공지능이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지 않고, 그럴듯하게 지어내는 것이다. 범용 인공지능의 작동 방식을 보면 이해가 된다. 학습된 지식에 실시간 검색을 더해 답변을 구성하는데, 전문 분야로 들어가면 검색 결과 자체가 부정확하거나 인공지능이 맥락을 잘못 파악하는 경우가 많다. 의료 분야에서 이런 환각은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가 된다.

이 틈새를 파고든 서비스가 있다. 알리바바 산하 앤트 그룹이 만든 건강 인공지능 앱 마이 아푸(蚂蚁阿福)다. 2025년 6월 출시 후 6개월 만에 월간 활성 사용자 1500만 명을 돌파했다. 중국 전체 인공지능 앱 순위 5위, 건강 관리 분야에서는 1위다. 12월 기준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3위에 올랐다. 단순히 인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접근 방식 자체가 범용 인공지능과 다르다. 약 1조 건의 의료 데이터를 학습시켰고, 외부 검색에 의존하지 않으며 검증된 의료 지식만으로 답변을 구성한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게 만들었다. 핵심은 환각 방지 설계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모른다고 할 방법이 없다. 개발 팀의 60%가 의료 배경이고(의대 출신이거나 관련 전공), 실제 정확도가 극도로 높다. 누가 챗지피티랑 결과 비교한 것을 봤는데 (현재 의학쪽의 일반Ai중 최강자는 ChatGPT), 정확도 차이가 엄청나게 나고, 아주 전문적인 진단과 해결책을 제안한다. 건강검진 기록도 자동으로 사진을 찍어서 분석 보고서와 설명을 달아주는데, 깊이와 수준이 일반Ai는 차이가 많이 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명의 분신(名醫分身) 시스템이다. 국가 원사(院士) 6명을 포함한 500명 이상의 명의들(중국은 병원을 3갑,2갑,1갑 등으로 등급을 나누는데, 3갑은 최고등급의 병원이다. 중국은 종합병원위주의 시스템, 개인진료소도 있지만 극소수, 민영 종합병원도 있지만 급이 낮은편) 자신의 지식을 인공지능 분신 형태로 제공했다. 누적 상담 건수가 2700만 건을 넘었다. 원사가 어떤 존재인지 한국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중국 과학원 원사와 중국 공정원 원사는 중국이 과학기술 분야에 설립한 최고 학술 칭호다. 종신 명예직이다. 현재 중국 과학원 원사는 약 900명, 공정원 원사는 약 1000명 수준이다. 14억 인구 중에서 2000명이 채 안 된다. 한국의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이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과는 위상 자체가 다르다. 원사가 되려면 최소 3명 이상의 현직 원사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가 과학기술 진보상 2등급 이상의 수상 경력이 사실상 필수다. 65세 이상 후보자는 6명 이상의 원사 추천이 필요하다. 2023년부터는 외부 동료 전문가 평가와 원사 대회 투표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선출 과정이 더 까다로워졌다. 원사들은 부부장(차관)급 의료 대우를 받고, 지방에서는 성 서기가 직접 문병할 정도의 존재다. 또 3갑 병원의 명의들도 평소에는 예약이 몇년씩 밀려있는 경우가 많은데, 인공지능 분신에게 상담이 가능하고, 그 상담결과를 그 인간에게 보내서 직접 확인 가능하다.

마이 아푸에 참여한 원사들의 면면을 보면 이 서비스의 무게감을 알 수 있다. 랴오완칭(廖万清) 원사는 중국 의학 진균병학의 태두다. 1938년 싱가포르 출생으로, 중국에서 9종의 새로운 병원성 진균과 그로 인한 질병 유형을 최초로 발견했다. 그가 발견한 격특은구균 균주는 미국, 벨기에, 네덜란드의 균주 보관 센터에 영구 보존되어 전 세계 연구기관에 공급되고 있다. 국가 과학기술 진보 2등상을 2회 수상했고, 2009년 공정원 원사로 선출됐다. 둥자홍(董家鸿) 원사는 국제적으로 정밀 외과(Precision Surgery) 개념을 최초로 제창한 간담췌 외과 전문가다. 현재 청화대학 임상의학원 원장이자 북경청화장경의원 원장을 맡고 있다. 프랑스 국가외과학원 외국 원사, 미국외과학회 명예회원, 유럽외과학회 명예회원 자격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이런 수준의 의사들이 자신의 임상 경험과 전문 지식을 인공지능에 학습시켰다. 한 의사가 연간 최대 1만 명을 진료할 수 있었는데, 그의 인공지능 분신은 1년에 368만 명의 상담을 처리했다는 사례도 보고됐다. 현재 기준으로 앱은 하루에 500만명을 상담하고 있다.

기능을 보면 왜 이 앱이 성공했는지 알 수 있다. 건강 다이어리 기능으로 일상의 운동, 수면, 심박 데이터를 기록하는데, 애플워치, 화웨이 밴드, 오므론 혈압계 같은 9개 브랜드의 스마트 기기와 연동된다. 사진 한 장으로 검진 보고서를 분석해주고, 피부 상태를 판독하며, 약 상자를 찍으면 복용법을 알려준다. 검진 보고서 유형 99%를 인식하고, 피부 판독 정확도는 95%를 넘는다고 한다. 전국 30만 명의 의사와 5000개 이상의 병원과 연결되어 온라인 진료 예약까지 가능하다.

사용자의 55%가 3선 도시 이하 지역 거주자라는 통계가 의미심장하다. 중국의 도시 등급 체계를 모르면 이 숫자의 의미를 놓치기 쉽다. 1선 도시는 북경, 상해, 광주, 심천 4개뿐이다. 2선 도시는 천진, 남경, 항주, 성도, 무한, 서안 같은 성도급 도시와 일부 경제 발달 도시 31개다. 3선 도시부터는 당산, 단동, 길림, 무석, 온주, 연태, 낙양 같은 지급시들이다. 4선, 5선으로 내려가면 중소도시와 현급 도시들이다. 3선 이하라는 것은 대도시가 아닌 곳, 의료 자원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에 사는 사람들이 이 서비스의 주요 사용자라는 뜻이다. 베이징이나 상하이에서는 명의를 직접 만날 수 있지만, 내륙 소도시에서는 그런 기회가 드물다. 원사급 의사의 지식을 스마트폰 하나로 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서비스가 중국에서 먼저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중국의 규제 방식은 선허용 후규제에 가깝다. 서비스가 먼저 시장에 나오고, 그것을 바탕으로 법과 규제가 만들어진다. 2023년에 이미 저장성 위생건강위원회와 함께 안진아(安诊儿)라는 디지털 건강 인공지능을 공동 개발한 전례가 있다. 국가 차원의 건강 중국 전략과 민간 기업의 기술력이 결합되는 구조다. 다른 나라들은 대부분 규제 프레임워크가 먼저 갖춰져야 서비스 출시가 가능하다. 의료 인공지능이라면 더욱 그렇다.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혁신의 속도 면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다.

범용 인공지능의 시대가 영원히 계속될 것 같았지만, 이미 전문 인공지능이라는 갈래가 뻗어나가고 있다. 모든 것에 대충 답하는 인공지능과, 한 분야에서 확실하게 답하는 인공지능. 의료 분야에서 마이 아푸가 보여준 성공은 하나의 가능성이다. 법률, 금융, 교육, 다른 전문 분야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생길 수 있다. 1명의 전문가가 10명이 되고, 24시간 대기하며, 지방 소도시까지 닿는다. 기술이 전문성의 희소성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그리고 그것이 어떤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낼지는 아직 열려 있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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