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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의 도전 과제

한중 관계 해빙 분위기…현대차 부활 가능성은?

이런 기사를 읽었다.

현대차가 중국에서 망했다. 2016년 114만대를 팔던 회사가 2024년 12만대로 쪼그라들었다. 점유율 7%가 0.6%로 떨어졌다. 경영진은 사드를 탓한다. 2017년 한한령(限韓令)으로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판매망이 무너졌다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울고 싶은데 뺨 맞은 격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그렇기에 한중관계가 해빙이 된다고 해도, 변할 것은 없다.

사드 전인 2015년, 현대차는 이미 8년 만에 판매 감소로 돌아섰다. 중국 창안자동차에 내수 5위 자리를 빼앗긴 것도 그때다. 사드가 터지기 전부터 땅이 꺼지고 있었다는 뜻이다. 중국 로컬 브랜드들이 품질을 올리는 동안 현대차는 가성비라는 옛 공식만 들고 버텼다. 소비자가 바뀌었는데 회사는 안 바뀌었다.

2000년대 초 중국 진출 당시 현대차는 택시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엘란트라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공식 택시로 선정됐고 판매량은 폭발했다. 빠른 시장 점령이라는 측면에서는 영리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대가가 있었다. 중국인에게 현대차는 택시 브랜드로 각인됐다.

중국에서 자동차는 이동수단 이상이다. 몐즈(面子), 체면의 도구다. 결혼식에 롤스로이스 행렬을 동원하고, 고가 차량으로 사회적 위치를 과시하는 문화가 있다. 돈 있는 사람은 벤츠나 BMW를 산다. 체면을 세울 수 있으니까. 현대차는 그 계단에 오를 자격을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택시로 실용성은 증명했지만 욕망의 대상이 되는 데는 실패했다.

가격을 올리려 해도 막혔다. 소비자가 납득하지 않았다. 왜 현대차를 비싸게 사야 하느냐는 것이다. 저가 브랜드 이미지가 한번 굳어지면 벗어나기 어렵다. 한국에서 에쿠스가 고급차 시장에서 고전했던 이유와 같다. 제네시스라는 별도 브랜드를 만들어야 겨우 프리미엄 시장에 발을 들인 것처럼, 브랜드 이미지란 그런 것이다.

포지셔닝 문제도 있었다. 돈 없는 사람이 사기엔 로컬 브랜드가 더 쌌다. 돈 있는 사람은 일본차나 독일차를 샀다. 현대차는 중간에 끼었다. 애매하게 비싸고, 애매하게 괜찮은 차. 선택받을 이유가 없었다.

또 이제는 사람들은 더우인 그런 플랫폼에서 자동차 평가자라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면서, 자동차 구매를 결정한다. 현대차 평가도 거의 없을 뿐더러, 있더라도 호의적 평가는 거의 없다.

MPV 시장도 놓쳤다. 중국에서는 7-8인승 미니밴 수요가 컸는데 당시 선택지가 일본과 미국차 밖에 없었다. 현대차나 기아차는 글로벌에서 잘 팔렸지만 중국엔 제때 들어가지 않았다. 2010년대 중반 MPV 붐이 일었을 때 현대차는 세단과 SUV에만 매달렸다. 그 사이 BYD 송맥스, 지리 지아지 같은 로컬 차들이 시장을 먹었다. 기회는 한 번뿐이었다.

전기차 전환기에 상황은 더 나빠졌다. 중국은 세계 전기차 시장의 63%를 차지한다. 연간 1000만대 이상이 팔린다. BYD는 2025년 455만대를 팔아 테슬라를 제치고 순수 전기차 세계 1위에 올랐다. 샤오미는 전기 세단 SU7을 출시한 지 1년도 안 돼 20만대를 넘겼다. 화웨이 마에스트로 S800은 포르쉐 파나메라를 제치고 중국 고급차 월간 판매 1위를 기록했다. 가전 회사가 자동차를 만들고, 그 차가 독일 명품을 이기는 시장이 되었다.

현대차는 올해 중국 전용 전기차 일렉시오를 내놓았다. 700km 주행거리에 스포티한 디자인. 스펙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첫 달 판매량은 221대에 그쳤다. BYD 시걸은 2000만원대에 살 수 있고, 샤오미 SU7은 테슬라보다 싸면서 스마트폰과 연동된다. 현대차가 내세울 차별점이 뭔지 물으면 답하기 어렵다.

애국 소비도 변수다. 애국 소비가 이뤄질수 있는 이유는 품질이 그만큼 올라왔기 때문이다. 디자인도 올라오고, 편의성도 올라왔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자국 브랜드 점유율은 65%를 넘었다. 2016년엔 34%였다. 젊은 층은 BYD나 샤오미를 애국적이면서 쿨한 선택으로 여긴다. 외국차가 곧 좋은 차라는 공식은 깨진 지 오래다.

현대차가 중국을 포기할 수는 없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니까. 지난해 베이징자동차와 1조 5천억원을 합작 투자하기로 했다. 2027년까지 전기차 6종을 내놓겠다고 한다. 그러나 업계 시선은 냉정하다. 한국자동차연구원 관계자는 이미 치킨게임이 된 시장이라고 평했다. 원가 절감 없이는 버틸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가 절감으로 충분할까?

중국시장은 50%정도가 전기자동차 + 혼합동력 자동차라는 것이다. 비중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사실 2018년 이전에 중국시장은 현지화를 해서는 안되는 시장으로 변했다. 자동차만이 아니라, 모든 상품에 있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제품을 가지고 들어가야 하는 시장으로 변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중국시장에 적합한 차를 내놓겠다는 이야기는 ?

한때 5개였던 현대차 중국 공장은 2개로 줄었다. 베이징 판매법인도 청산했다. 남은 공장은 내수보다 수출 거점으로 전환 중이다. 한국에서 팔리는 쏘나타 택시가 중국에서 생산된다. 아이러니하다. 중국에서 택시 브랜드로 시작해, 결국 한국 택시용 차를 만드는 공장으로 남게 됐다.

사드 보복이 없었어도 현대차의 중국 점유율은 떨어졌을 것이다. 다만 속도가 달랐을 뿐이다. 진짜 문제는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변하지 못한 것이다. 저가 전략으로 시장을 열었지만 프리미엄으로 도약하지 못했고, 세단에서 SUV로,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흐름에도 늦었다. 사드는 핑계였고, 실패는 내부에 있었다.

수행자와 마찬가지다. 인정할 것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수행은 다 가짜인것과 마찬가지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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