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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을 산다면 – 뇌 칩, 수명 탈출 속도, 그리고 삶의 질문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변하고 있다. 뇌에 칩을 심어 시력을 되찾고, 노화를 되돌리는 약물이 임상 시험에 들어가고, 인간 수명 천 년을 진지하게 논의하는 과학자들이 나온다. 과학소설이 아니라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야 한다. 오래 사는 것이 가능한가가 아니라, 천 년을 산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2025년 10월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실린 연구가 있다. 뉴럴링크(Neuralink) 공동 창업자 맥스 호닥(Max Hodak)이 세운 사이언스 코퍼레이션(Science Corporation)의 프리마(PRIMA) 망막 칩에 관한 것이다. 5개국 17개 병원에서 38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 시험에서, 노인성 황반변성으로 시력을 잃은 환자의 80% 이상이 글자와 단어를 다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한 환자는 시력표에서 59글자, 12줄을 회복했다. 머리카락 절반 두께의 칩을 망막 아래에 넣고, 적외선을 쏘는 안경과 연동하여 죽은 광수용 세포를 우회한 것이다. 10년 만에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는 환자의 이야기가 보고되었다.

호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2035년을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 불렀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BCI)와 인공지능이 합류하면 인간이라는 조건 자체가 재정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렇게 말한다.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 중에 천 살까지 사는 첫 번째 인간이 있을 수 있다고.

과장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호닥 혼자가 아니다. 케임브리지 출신 생물노인학자 오브리 드 그레이(Aubrey de Grey)는 수명 탈출 속도(Longevity Escape Velocity, LEV)라는 개념을 만든 사람이다. 의학의 발전 속도가 노화 속도를 추월하는 지점. 매년 1년이 지나는 동안 의학이 1년 이상의 수명을 더해주면, 이론적으로 노화를 영원히 따돌릴 수 있다는 논리다. 드 그레이는 2030년대 후반에 이 지점에 도달할 확률이 50%라고 말해왔고, 20년 넘게 이 예측을 거의 바꾸지 않았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도 비슷한 시기를 점찍었다. 처음 30%의 수명 연장이 20년을 벌어주고, 그 20년 안에 2세대 치료법이 또 30%를 늘리고, 이것이 자기 강화 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드 그레이의 설명이다.

뉴럴링크도 따로 움직이고 있다. 2024년 1월 첫 인간 임상 이식을 시행한 이후, 2025년 중반까지 5명의 환자가 뇌에 칩을 넣었다. 척수 손상으로 전신 마비가 된 첫 번째 환자 놀랜드 아보(Noland Arbaugh)는 생각만으로 컴퓨터 커서를 움직이고, 체스를 두고, 게임을 했다. 루게릭병 환자는 뇌 신호만으로 유튜브 영상을 편집했다. 2025년에는 FDA가 뉴럴링크의 시각 회복 장치 블라인드사이트(Blindsight)에 혁신 의료기기 지정을 내렸고, 음성 복원 기술에도 같은 지정이 나왔다. 로봇 팔을 생각만으로 조종하는 시연도 이루어졌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분야에만 전 세계 700개 가까운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는 세계경제포럼 데이터가 있다. 사이언스 코퍼레이션은 2억 6천만 달러 이상을 유치했고, 애플은 싱크론(Synchron)과 제휴하여 BCI로 아이폰을 조작하는 프로토콜을 만들었다.

25년 넘게 시장을 보면서 관찰한 것 하나가 있다. 돈이 몰리는 방향과 실현되는 시점은 별개라는 것이다. 인터넷 버블 때도 인터넷은 세상을 바꿀 기술이 맞았다. 다만 2000년에 투자한 사람 대부분은 돈을 잃었다. 변화의 방향을 맞추는 것과 변화의 시점을 맞추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수명 연장 기술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방향은 맞되, 그 사이에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이 있다.

그런데 설령 이 기술이 실현된다 치자. 천 년을 산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이 늘어나는 문제가 아니다. 삶의 구조 자체가 달라진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삶은 대략 80년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 20대에 배우고, 30대에 기반을 잡고, 40대에 올라가고, 50대에 거두고, 60대 이후에 내려놓는다. 이 곡선이 천 년으로 늘어나면 어떻게 되는가. 결혼을 언제 해야 하는지, 20년을 함께 사는것도 힘든데, 1000년은 함께 살 수 있을까? 천직은? 은퇴라는 개념이 존재하기는 하는지, 직업을 몇 번이나 바꿔야 하는지. 전부 다시 써야 한다.

도덕경 42장에 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이라는 구절이 있다. 도가 하나를 낳고, 하나가 둘을 낳고, 둘이 셋을 낳고, 셋이 만물을 낳는다. 기술의 진화가 꼭 이렇다. 망막 칩이 시각을 되돌리고, 뇌 칩이 마비를 우회하고, 노화 세포를 제거하는 약물이 수명을 늘리고, 이 모든 것이 인공지능의 가속으로 수렴한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셋이 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그런데 80년을 사는 동안에도 사람은 오후 세 시의 권태를 견디지 못하고, 일요일 저녁의 공허를 메우지 못한다. 이것이 천 년으로 늘어나면 어떻게 되는가. 어쩌면 진짜 문제는 수명이 아닐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느냐는 것일 수 있다. 80년도 충분히 길다. 다만 대부분의 시간을 과거를 곱씹거나 미래를 걱정하는 데 쓰기 때문에 짧게 느껴질 뿐이다. 천 년을 살아도 같은 방식으로 살면 천 년이 80년처럼 느껴질 것이다.

기술은 빠르게 달리고 있다. 쌀알 크기의 칩이 시력을 되돌리고, 생각만으로 기계를 움직이고, 노화를 질병처럼 치료하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이 흐름이 어디까지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천 년을 산다면, 무엇을 할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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