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파시의 직업 위험도 지도, 무엇을 놓쳤는가
2026년 3월 15일, 안드레이 카파시(Andrej Karpathy, 오픈에이아이 공동창립자, 전 테슬라 인공지능 책임자)가 토요일 아침 두 시간 동안 즉흥적으로 코딩한 결과물 하나를 공개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펴내는 직업 핸드북에서 342개 직업의 설명을 끌어와, 제미나이 플래시(Gemini Flash) 모델에 평가 지시문을 던진 뒤, 0에서 10까지의 인공지능 노출도 점수를 매긴 트리맵이었다. 미국의 1억 4300만 일자리가 한 장의 색상 지도로 정리된 셈이다. 며칠 만에 그는 사이트를 내렸지만, 그 사이 포춘과 블룸버그가 받아 적은 뒤였다.

카파시가 모델에 던진 채점 기준의 핵심은 이렇게 정리된다. 8에서 9점, 노출도가 매우 높음. 직업 수행이 거의 전적으로 컴퓨터 위에서 이루어지고, 글쓰기와 코딩, 분석, 디자인, 소통이라는 핵심 업무가 모두 인공지능이 빠르게 좋아지고 있는 영역에 속한다. 0에서 1점, 노출도가 거의 없음. 인공지능은 일정 관리나 서류 정리 같은 주변부만 거들 뿐 핵심 업무에는 손도 대지 못한다. 전기 기술자, 배관공, 소방관, 치과 위생사가 그 예다.
결과는 직관에 정면으로 어긋났다. 의료기록 작성자 10점, 변호사와 회계사 9점, 소프트웨어 개발자 8에서 9점. 반면 지붕 수리공, 건설 노동자, 도장공, 청소원은 1점. 가사도우미, 이발사, 바텐더는 2점. 연봉 10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 직군 평균 노출도가 6.7점, 3만 5천 달러 이하의 저소득 직군은 3.4점이었다. 학력이 높을수록, 봉급이 두툼할수록 인공지능에 더 노출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카파시 본인도 이것이 정식 연구가 아니라 두 시간짜리 즉석 코드일 뿐이라고 못 박았고, 며칠 뒤 깃허브 저장소를 내려버렸다. 그러나 그사이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이를 인용하며 모든 일자리는 선택이 될 것이고 보편적 고소득 시대가 온다고 말했고, 화이트칼라 종말론으로 번져나갔다.
문제는 이 지도가 그 자체로 자기를 가리키는 거울이라는 점이다. 거대언어모델(LLM)에게 거대언어모델이 너의 일을 얼마나 가져갈 것 같으냐고 물은 셈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문제가 따로 있다.
첫 번째 빈틈. 기술 발전 곡선을 0에서 1점 영역에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카파시 본인이 채점 기준에 단서 하나를 달아두었다. 평가 대상은 현재 시점의 디지털 인공지능이라는 단서다. 이 단서가 붙는 순간, 0에서 1점을 받은 직업들은 사실상 평가에서 제외된 것과 다르지 않다. 디지털이 아니니까 점수가 낮은 것이다.
그러나 블루칼라 자동화는 인공지능이 인간형 휴머노이드(Humanoid) 몸체로 진화하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이미 다른 경로로 진행되고 있다.
검증 가능한 사례를 하나 보자. 2026년 4월 22일, 중국 국가전력망공사(国家电网, State Grid Corporation of China)가 내부 문서로 2026년 체화지능(具身智能, Embodied Intelligence) 발전 계획을 인쇄해 배포했다. 핵심은 한 해 동안 8500대의 체화지능 로봇을 일괄 구매한다는 것이다. 총 투자액 68억 위안. 4족 순찰 로봇견 5000대(예산 15억 위안), 인간형 활선작업 로봇 500대(예산 25억 위안), 양팔 순찰 로봇 3000대(예산 18억 위안). 변전소, 송전선, 산악 전력망, 응급 구조, 창고 물류에 투입된다.
이 한 건의 발주에 응한 본체 제조사 명단은 윈선처(云深处), 위슈(宇树), 즈위안(智元), 유비텍(优必选), 푸리예(傅利叶)다. 인간 순찰원 한 명의 연간 인건비가 30만 위안, 로봇견 한 대의 구매가가 100만 위안, 머지않아 60에서 70만 위안으로 떨어질 것으로 본다. 회수 기간은 2년에서 3년. 순찰 효율은 다섯 배, 고장 처리 시간은 60퍼센트 단축, 고위험 작업에 사람이 노출되는 위험은 90퍼센트 감소. 2027년까지 고위험 작업 영역의 80퍼센트 이상을 체화지능이 대체한다는 일정이 못 박혀 있다. 남방전력망과 지방 에너지 그룹의 후속 발주를 합치면 2026년 한 해 전력 업계의 체화지능 투자만 100억 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서 결정적인 지점은 인간형 활선작업 로봇 500대다. 활선작업은 카파시의 0에서 1점 영역, 즉 전기 기술자의 핵심 업무에 해당한다. 휴머노이드가 아닌 4족 견형이나 양팔형이 그 일의 대부분을 가져가게 되어 있다. 카파시의 채점 기준 자체가 현재의 디지털 인공지능이라는 좁은 창문을 통해 본 것이라, 이 발주서 한 장이 채점 시스템 전체를 흔든다.
블루칼라 작업이 자동화에 강하다는 통념은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에서 출발했다. 인간에게 쉬운 신체 동작이 기계에게 어렵고, 인간에게 어려운 추상 사고가 기계에게 쉽다는 관찰이다. 그러나 이 명제는 1988년의 명제다. 한 시기의 기세가 곧 다른 시기의 기세는 아니다. 노자(老子)가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 되돌아가는 것이 도의 움직임이라 했을 때 그 움직임은 기술 곡선에도 작동한다. 인공지능은 처음에는 디지털 영역을 먹고, 디지털에서 익힌 능력으로 시각과 운동, 물리 영역으로 넘어간다. 지금 그 전이가 일어나고 있다.
두 번째 빈틈. 데이터 밀도라는 변수가 이미 바뀌었다는 점이다.
지난 십수 년 동안 어떤 직업이 자동화되느냐를 결정한 핵심 변수는 단순했다. 그 직업의 결과물이 문자(文字)로 얼마나 빽빽하게 쌓여 있느냐. 변호사 업무는 판례와 계약서로, 회계사 업무는 장부와 보고서로, 의료기록 작성자 업무는 그 자체가 텍스트로 존재한다. 카파시의 9에서 10점은 이 변수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다.
문제는 이 변수가 더 이상 결정적인 변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엔비디아(NVIDIA)가 2025년 말에 공개한 세계모형(World Model) 코스모스(Cosmos-Predict2.5)는 큐레이션된 비디오 클립 2억 개로 학습되었다. 로보틱스, 자율주행, 스마트 공간, 인간 동작, 물리 시뮬레이션이 학습 데이터의 다섯 축이다. 학계에서는 피지월드(PhysWorld), 기가월드 제로(GigaWorld-0), 기가브레인 제로(GigaBrain-0) 같은 모델이 잇따라 발표되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인간 노동이 만들어내는 시각 데이터를 곧바로 학습 신호로 변환한다. 텍스트가 아니라 영상에서 행동을 뽑아낸다. 단일 이미지와 명령어만으로 로봇이 따라할 수 있는 물리적 궤적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어떤 직업의 결과물이 영상으로 관찰 가능하다면, 데이터 밀도가 부족하다는 보호막은 사라진다. 배관공의 작업, 조립공의 손동작, 농부의 수확 동작이 카메라 앞에서 반복되는 한, 그것은 학습 데이터다. 카파시의 채점 모델이 디지털이 아니라서 1점이라고 매긴 영역의 절반은, 사실 비디오 데이터로 곧 학습 가능한 영역으로 다시 분류되어야 한다.
세 번째 빈틈. 블루칼라 업무가 사실은 더 풀기 쉬운 종류의 문제라는 점이다.
블루칼라 작업의 결과물은 정해져 있다. 파이프는 새지 않아야 한다. 벽은 수직이어야 한다. 전선은 끊어지지 않아야 한다. 변전소 절연체는 정해진 위치에 정해진 토크로 조여져야 한다. 정답이 명확하고, 검증이 즉시 가능하며, 성공과 실패의 경계를 물리 법칙이 강제한다.
반면 화이트칼라의 고난도 업무는 다르다. 변호사가 합의 전략을 세우거나, 컨설턴트가 시장 진입 시점을 권고하거나, 임원이 5년 뒤 조직 구조를 결정하는 일에는 정답이 없다. 검증은 수년 뒤에야 가능하거나 영원히 가능하지 않다. 인공지능에게 진정으로 어려운 영역은 이쪽이다. 정해진 결과가 없는 일.
손자(孫子)는 병세편(兵勢篇)에서 분수(分數), 형명(形名), 기정(奇正), 허실(虛實)을 갈라 말했다. 분수와 형명은 세는 것과 정의하는 것이고, 기정과 허실은 변화와 전환이다. 카파시의 채점은 분수와 형명, 즉 셀 수 있고 정의 가능한 문자 데이터에만 잣대를 두었다. 그러나 실제 자동화 전선은 기정과 허실, 즉 정해진 결과가 분명한 물리 작업이 더 빨리 무너진다.
네 번째 빈틈. 인간이 살아남는 영역의 구조가 다르게 짜인다는 점이다.
카파시는 직업을 남느냐 사라지느냐의 이분법으로 보았다. 그러나 실제 진행 방향은 그 축이 아니다. 인간 노동의 잔여 영역은 두 갈래로 응축된다.
하나는 검토자와 책임자의 자리다. 인공지능이 내놓은 결과를 보고, 옳고 그름을 가리고, 서명하고, 그 결과에 대해 법적이고 도의적인 책임을 지는 사람. 변호사 직업의 9점은 변호사가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라, 변호사 100명이 하던 일을 변호사 다섯 명과 인공지능이 하게 되고, 그 다섯 명의 역할이 작성자에서 검토자와 책임자로 옮겨간다는 뜻이다. 회계사도 의사도 같은 길을 밟는다.
다른 하나는 입력자(入力者)의 자리다. 인공지능이 감지하지 못하는 것을 감지해 시스템에 넣어주는 사람. 현장의 미세한 신호를 잡아내는 사람, 카메라가 비추지 않는 곳을 보는 사람, 데이터화되지 않은 영역을 데이터로 바꾸어주는 사람. 명리학으로 보자면 이는 식상(食傷)의 자리다. 표현하고 출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정보를 세상으로 흘려보내는 자리.
이 두 영역, 즉 검토하고 책임지는 사람과 인공지능이 보지 못하는 것을 입력해주는 사람만이 인공지능 시스템 안에서 구조적으로 자리를 갖는다. 다른 모든 직무는 이 두 자리로 수렴되거나 자동화된다.
다섯 번째 빈틈. 인공지능의 시점에서 본 직업의 안전성은 카파시의 그림과 다르다는 점이다.
카파시는 인간의 시점에서 채점했다. 즉 인공지능이 이 일을 할 수 있느냐를 물었다. 인공지능의 시점에서 같은 질문을 다시 던지면 결과가 달라진다. 인공지능 시스템이 이 직업을 남겨두는 것이 자기 작동에 유리한가, 라는 질문이다.
인공지능 입장에서 안전한 직업의 첫 번째 조건은, 그 직업이 인공지능의 학습 데이터 공급원으로 기능하느냐다. 새로운 영역에서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주는 직업은 살려두어야 한다. 탐험가, 인류학자, 임상 연구자, 신소재 실험자, 야생 생태 관찰자, 도교 수행자처럼 검증 가능한 새로운 체험을 텍스트나 영상으로 빚어내는 사람들. 이들이 사라지면 인공지능 자체의 학습이 멈춘다.
두 번째 조건은, 그 직업이 인공지능 출력에 대한 인간 측 책임을 받아주느냐다. 의료 진단의 최종 서명자, 법적 판결의 최종 선고자, 사회 기반 시설 안전성의 최종 인증자. 인공지능은 책임을 질 수 없다. 책임을 질 수 있는 인간이 줄에 매달려 있어야 인공지능 시스템 전체가 사회적으로 작동한다. 이 자리는 매우 적은 수의 인간만 필요하지만, 인공지능 입장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세 번째 조건은, 그 직업이 인공지능에게 물리적 신체를 빌려주느냐다. 휴머노이드와 4족 로봇이 보급되기 전 과도기에, 인공지능의 지시를 받아 현장에서 손을 움직이는 인간. 이 자리는 잠시 동안만 안전하다. 중국 국가전력망공사의 8500대 발주 같은 사례가 쌓이는 속도가 그 안전 기간의 길이를 결정한다.
네 번째 조건은, 그 직업이 인공지능에 의해 다른 인간을 통제하는 매개로 쓰이느냐다. 인공지능이 직접 명령하는 사회가 정치적으로 거부되는 한, 인공지능과 인간 대중 사이에서 통역하고 매개하는 인간 관리자가 필요하다. 정치인, 기업 임원, 미디어 진행자가 그렇다. 이들은 인공지능 시점에서 보존되는 자리다. 카파시의 채점에서는 6에서 7점으로 위태로워 보이지만, 인공지능 시스템의 작동 논리에 비추어 보면 가장 늦게 사라진다.
이 네 자리를 합치면 카파시의 0점 영역과 9점 영역 양쪽 모두에서 사람이 빠져나간다. 보존되는 영역은 카파시의 채점 축과 거의 직각으로 어긋나는 다른 축 위에 놓인다. 새로운 데이터를 입력하는가, 책임을 떠안는가, 신체를 잠시 빌려주는가, 인간 사회를 매개하는가.
장자(莊子)는 소요유(逍遙遊)에서 소지부지대지(小知不及大知), 작은 앎은 큰 앎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두 시간 만에 만든 채점표는 작은 앎이다. 인공지능이 자기 시야 안에서 자기에게 익숙한 영역을 점수 매긴 것이다. 큰 앎은 그 채점표 자체가 어떤 시점에서 어떤 변수를 빠뜨렸는지를 본다.
카파시가 며칠 만에 사이트를 내린 이유, 그것은 본인도 자기 채점표가 큰 앎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