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sdom

하버드 75년 연구가 밝힌 부의 진짜 비밀, 따뜻한 관계

75년 동안 724명을 추적한 끝에 하버드가 발견한 것은 단순했다. 가장 큰 부를 거둔 사람들은 머리가 좋은 사람도 아니었고,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도 아니었다. 따뜻한 관계를 가진 사람이었다. 그것도 통계적으로 압도적인 격차로 그러했다.

이 연구는 1938년 대공황 한복판에서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두 갈래로 출발했다. 하나는 하버드 학부 2학년생 268명을 추적한 그랜트 연구(Grant Study)였고, 다른 하나는 보스턴 빈민가 출신 청소년 456명을 따라가는 글룩 연구(Glueck Study)였다. 합쳐서 724명. 백악관에 입성한 존 케네디(John F. Kennedy)도 그중 한 명이었다. 처음 의도는 거창했다. 정신질환만 들여다보던 의학에서 벗어나, 건강한 삶의 비결을 캐내자는 것. 누구도 이 연구가 90년 가까이 이어질 줄은 몰랐다. 자금이 끊겨 1950년대에는 거의 폐기될 뻔했지만 결국 살아남았고, 지금은 그 자녀 1,300명까지 포함해 세대를 가로지르며 진행 중이다.

연구를 35년 동안 이끈 사람이 정신과 의사 조지 베일런트(George Vaillant)였다. 그가 데이터를 끝까지 따라간 끝에 도달한 결론은 본인도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인생의 성공을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변수가 지능도, 학벌도, 부모의 사회적 지위도 아니라 인간관계의 따뜻함이라는 사실이었다. 베일런트는 책에 이렇게 적었다. 사회적 적성이지 지적 명민함이나 부모의 사회 계층이 아니다. 성공적인 노화로 이끄는 것은.

여기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수치 하나만 짚으면 이렇다. 따뜻한 관계 점수 최상위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인생 절정기인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에 평균 연봉이 14만 1천 달러 더 높았다. 같은 지표 아래에서 IQ 110에서 115 사이의 사람과 IQ 150 이상의 사람 사이에는 최고 연봉의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머리가 똑똑한 것이 돈을 버는 것과 별 관계가 없었다는 뜻이다. 한 걸음 더 들어가면 더 흥미롭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따뜻한 관계를 맺었던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평균 연봉이 8만 7천 달러 더 높았다. 어머니와의 관계가 차가웠던 사람은 노년에 치매에 걸릴 확률이 훨씬 높았다. 지금까지 자기계발서가 그렇게 강조해온 의지력과 자기 단련이 무색해지는 발견이다. 명리학적으로 보면, 정인이 용신인 사람일까?

이 연구는 종종 행복에 관한 연구로 소개되지만, 사실은 부와 건강과 장수를 동시에 다룬 연구다. 베일런트의 후임인 로버트 월딩어(Robert Waldinger) 박사가 정리한 표현을 빌리면, 우리가 가진 가장 강력한 단일 보호 요인은 좋은 관계다. 이것은 흡연이나 음주만큼이나 큰 영향을 미친다. 그가 강조한 외로움의 정의가 의미심장하다. 외로움이란 혼자 있는 상태가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지 못하는 상태다. 사람이 옆에 있다고 외롭지 않은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연구가 도출한 일곱 가지 습관도 함께 정리할 만하다. 하버드의 행복 관리 강좌에서 인용되는 항목들이다. 흡연하지 않을 것. 술을 절제할 것. 규칙적으로 운동할 것. 정상 체중을 유지할 것. 적응적 대처 양식을 가질 것. 평생 학습의 자세를 잃지 않을 것. 그리고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우정과 사랑의 관계를 유지할 것. 일곱 가지 중 앞의 네 가지는 신체에 관한 것이고, 뒤의 세 가지는 마음과 관계에 관한 것이다. 베일런트는 이 일곱 가지가 50세 시점에 갖춰져 있을 때 80세에 행복하고 건강한 그룹에 속할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고 보고했다. 50세를 넘긴 사람에게는 늦은 이야기 아니냐 하겠지만, 베일런트의 관찰은 그 반대였다. 어른이 되어서도 사람은 변할 수 있다. 형편없는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도 중년 이후 따뜻한 관계를 만들어 노년의 풍경을 완전히 바꾼 사례가 적지 않았다.

도교 경전 중 도덕경 67장에 흥미로운 구절이 있다. 我有三寶, 持而保之. 一曰慈, 二曰儉, 三曰不敢為天下先. 나에게 세 가지 보물이 있어 지니고 지킨다. 첫째는 자애, 둘째는 검소, 셋째는 감히 천하에 앞서지 않음이다. 노자는 이어서 이렇게 말한다. 慈故能勇. 자애롭기에 용감할 수 있다. 따뜻함이 약함이 아니라 강함의 근원이라는 것이다. 보통 사람은 정반대로 생각한다. 차가워야 강해 보인다고. 그러나 노자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작동 원리를 다르게 보았다. 따뜻함이 없으면 진짜 용기가 없고, 진짜 용기가 없으면 큰일을 끝까지 밀고 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통찰이 하버드의 75년 데이터와 만나는 지점이 묘하다. 하버드 연구는 차갑고 영악하고 계산적인 사람이 가장 큰 부를 쥐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도리어 따뜻한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절정기에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다. 노자가 자(慈)를 첫째 보물로 둔 이유와, 베일런트가 워밍 릴레이션십(warm relationships)을 부와 건강의 핵심 변수로 짚어낸 이유가 같은 자리에서 만난다. 한 사람은 사색으로, 다른 한 사람은 데이터로 같은 곳에 도달했을 뿐이다. 명리학 적으로 보면, 이런 따뜻한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은 정인, 식신에서 나온다. 이 두가지는 복도 의미하고, 장수도 의미한다.

투자 시장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라면 짐작할 수 있다. 큰돈은 정보의 격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신뢰의 누적에서 온다. 같은 정보를 받아도 어떤 사람에게는 깊은 거래가 들어오고 어떤 사람에게는 들어오지 않는다. 그 차이가 결국 평생에 걸쳐 천문학적인 격차를 만든다. 하버드의 14만 1천 달러라는 숫자는 그래서 놀라운 것이 아니다. 너무 적게 측정된 것이 아닌가 의심해야 할 정도다. 한국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인덕(人德)이 사실은 가장 비싼 자산이라는 옛 통찰이, 90년에 걸친 하버드의 종단 연구로 검증된 셈이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베일런트는 따뜻한 관계가 자동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것은 평생에 걸쳐 만들고 유지하고 보수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운 좋게 태어나면서부터 풍성한 관계망 속에 있었고, 어떤 사람은 황량한 출발선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출발선이 종착선을 결정하지는 않았다. 연구는 오히려 어른이 되어 만든 관계가 어린 시절의 결핍을 상당 부분 보상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늦었다고 생각할 시점이 가장 이른 시점이다. 75년 동안 724명을 들여다보고서야 학자들이 도달한 결론이 그러하다.

연구가 끝까지 추적해보니, 가장 행복하고 가장 부유했던 사람들은 인생의 마지막에 이런 말을 남겼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이었다. 데이터가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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