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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일본

2021년 3월,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 필립 데이비슨은 상원 청문회에서 “중국이 6년 내 대만을 침공할 수 있다”고 증언했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이 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로부터 4년이 흘렀다. 남은 시간은 2년이다. 과장이었을까. 2025년 11월, 일본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는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는 일본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중국은 즉각 일본 기업 비자를 중단하고, 일주일 뒤 J-15 전투기가 일본 F-15에 레이더를 조준하는 것으로 응답했다. 외교적 언어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미국의 전략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네 차례에 걸쳐 “대만 방어를 위해 군사적으로 개입하겠다”고 발언했다가 백악관이 번번이 “정책 변화 없다”고 정정하는 기묘한 춤을 췄다. 그러나 행동은 말보다 솔직하다. 2023년 미국은 대만에 역대 최대 규모의 무기 판매를 승인했고, 2024년에는 처음으로 현역 대령급 장교를 대만 국방부에 상주시켰다.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오래된 외교 용어가 있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대만을 보호하겠다는 양다리 전략이다. 50년간 작동했다. 그러나 모호함이 작동하려면 양측 모두 그 모호함을 존중해야 한다. 한쪽이 선을 밀기 시작하면 모호함은 무력해진다.

중국의 움직임을 보자. 시진핑은 2022년 20차 당대회에서 “대만 통일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문구를 당헌에 명시했다. 이전까지 ‘평화통일’이 기본 방침이었다면, 이제는 ‘통일’만 남았다. 방법론의 변화다. 2024년 중국 국방예산은 공식 발표 기준 2,240억 달러, 실제 추정치는 그 두 배에 이른다. 해군 함정 수는 이미 미국을 넘어섰고, 대만 해협을 사정권에 둔 중거리 미사일은 1,500기를 넘는다. 군사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2025년 들어 중국은 대만산 과일 수입을 전면 금지했고, 대만 해협에서 ‘정상 순찰’을 명목으로 해경 함정을 상시 배치하기 시작했다. 봉쇄의 예행연습이다. 전면 침공 없이도 대만을 질식시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일본이 왜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숫자로 보면 명확하다. 대만과 오키나와의 거리는 110킬로미터다. 서울에서 천안까지 거리와 같다. 일본 에너지 수입의 80퍼센트가 대만 주변 해로를 통과한다. 중국이 대만을 장악하면 일본의 목줄을 쥐는 것과 다름없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대만 봉쇄 시 일본 GDP가 최대 20퍼센트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일본에게 대만은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자국의 생존 문제다.

한국은 다르다. 대만까지 1,500킬로미터, 서울에서 부산을 세 번 왕복하는 거리다. 더 중요한 건, 한국에게는 50킬로미터 거리에 이미 실존하는 위협이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다. 2025년 한국 국방부 내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대만 유사시 미군 자원이 분산될 경우 북한 도발 가능성이 현저히 높아진다. 한국이 대만 문제에 소극적인 건 무지나 무관심이 아니다. 자국 생존의 우선순위가 다른 것이다. 2024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만 문제는 우리와 무관하다”고 발언했다. 정치적 수사였겠지만, 한국 내 상당수 여론을 반영한다. 글로벌 대만 연구소 조사에서 한국인 34퍼센트만이 대만 군사 지원에 찬성했다. 일본의 70퍼센트와 비교된다.

그러나 무관할 수 있을까. 한국 무역의 90퍼센트가 대만 해협을 통과한다. TSMC가 생산하는 반도체 없이 삼성 스마트폰도, 현대 자동차도 굴러가지 않는다. 대만 해협이 막히면 한국 경제는 2주 안에 마비된다.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추산에 따르면, 대만 전면전 시 한국 GDP는 23퍼센트 감소한다. 일본보다 높은 수치다. 거리의 안전함은 착시다.

전략적 모호성이 유지되던 시절, 각국은 애매한 입장을 취해도 괜찮았다. 미국은 대만을 방어하겠다고도, 방어하지 않겠다고도 말하지 않았다. 중국은 통일을 말하되 시한을 두지 않았다. 일본은 평화헌법 뒤에 숨었고, 한국은 북한 문제에 집중하면 됐다. 그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 시진핑은 3연임에 성공했고, 그의 임기 내 대만 문제 해결은 정치적 유산의 핵심이 됐다. 미국은 대만에 무기를 팔면서 동시에 중국과 기후 협력을 논의하는 줄타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일본은 이미 입장을 선택했다. 남은 건 한국이다.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은 ‘공동 안보’를 선언했다. 그러나 선언과 실행 사이에는 깊은 강이 흐른다. 2025년 현재, 미국은 한국에 대만 유사시 역할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후방 지원’이라는 모호한 표현이지만, 주한미군 기지가 대만 작전에 활용될 경우 한국은 자동으로 분쟁 당사국이 된다. 중립이라는 선택지가 사라지는 순간이다.

역사는 언제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긴 시간 동안 신호를 보낸다. 1914년 여름, 사라예보에서 총성이 울리기 전에도 유럽의 동맹 체계는 이미 경직돼 있었다. 1941년 진주만 공습 전에도 미일 관계는 악화일로였다. 사후에 보면 명백한 징조들이, 당시에는 ‘설마’로 무시됐다. 대만 해협의 긴장이 어디로 향할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더 이상 ‘남의 일’로 치부하며 결정을 미룰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

미래는 늘 인간이 예상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이성적인 방향으로 흘러가지도 않는다.

병오, 정미가 오는 시점에서 리스크는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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