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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과 80배 성장이 동시에 답일 때

레이 달리오가 지금이 1930년대 후반과 닮았다고 말하는 같은 달에, 다리오 아모데이는 자기 회사의 매출이 한 분기 만에 연환산 80배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한쪽은 세계질서가 무너지는 풍경을 본다. 한쪽은 한 세대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술 곡선을 본다. 어느 쪽이 답이냐고 묻는 질문 자체가 이 시대의 결을 놓친다. 1936년이 정확히 그런 해였기 때문이다.

달리오의 그림부터 정리해보자. 그는 2026년 3월 포춘 기고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은 우리가 익숙한 1945년 이후의 세계가 아니라 1945년 이전의 세계와 더 닮았다고 썼다. 그가 말하는 큰 사이클(Big Cycle)의 다섯 번째 단계, 즉 붕괴 직전의 정체기다. 미국 연방정부는 한 해 7조 달러를 쓰고 5조 달러를 거둔다. 부족분은 채권 시장이 메워야 한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4퍼센트 부근, 미국 국가부채는 38조 달러를 넘어섰다. 중국은 미국 국채 보유를 줄여왔고, 2026년 1분기 미국의 무역적자는 빠르게 벌어졌다.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는 3월에 53.3까지 떨어졌다. 같은 시기 다리오는 미국이 “통화를 더 찍을 것인가, 부채 위기를 받아들일 것인가”라는 양자택일에 몰려있다고 말했다. 그가 1937년을 자주 인용해온 이유는 그 해의 미국이 회복 도중에 긴축으로 다시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부채가 정점에 닿고, 사회가 양극화되고, 외부 질서가 흔들리는 풍경이 그가 보는 그림이다.

아모데이의 그림은 정반대 방향에서 그려진다. 2026년 5월 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앤트로픽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그는 회사가 한 해 10배 성장을 기준으로 모든 계획을 짰는데 1분기에 연환산 80배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래서 컴퓨팅 자원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는 그의 말은 변명이 아니라 사실 보고에 가까웠다. 앤트로픽의 연환산 매출은 2024년 1월 8700만 달러, 2024년 12월 10억 달러, 2025년 말 90억 달러, 그리고 2026년 4월에는 300억 달러를 넘었다. 세일즈포스가 같은 매출에 닿는 데 20년이 걸렸다. 앤트로픽은 3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너무 빠른 성장에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해 앤트로픽은 며칠 뒤 일론 머스크의 SpaceX와 멤피스 데이터센터의 300메가와트를 통째로 빌리는 계약을 맺었다. 매출이 5분기 만에 40배로 늘어나는 회사의 풍경이다.

둘 중 한 사람만 옳다고 골라야 할 이유는 없다. 1936년의 미국이 그랬다. 그 해 미국 실질 GDP 성장률은 12.9퍼센트였다. 1934년부터 1936년까지 매년 두 자릿수 가까운 성장률이 이어졌고, 1936년 말 미국 경제의 산출량은 1929년 대공황 직전의 정점을 회복했다. WPA는 1936년 한 해에만 월평균 300만 명을 고용했다. 같은 해 케인스는 일반이론을 출간했고, 미국 전역에 라디오와 자동차와 전기가 깔리고 있었다. 1920년대에 시작된 기술 혁신이 1930년대에 본격적으로 산업에 흡수되던 시기였다. 알렉산더 필드 같은 경제사가는 1930년대를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생산성이 빠르게 오른 10년으로 평가한다. 호황은 통계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산업 현장의 분위기였다.

그런데 같은 해 같은 나라에서 다른 풍경도 펼쳐지고 있었다. 일본은 1936년 2월 청년장교들의 쿠데타 시도를 거치며 군부 지배가 굳어졌고, 같은 해 11월 독일과 방공협정을 맺었다. 독일은 3월에 라인란트를 비무장 조항을 깨고 점령했다. 스페인 내전이 7월에 터졌다. 그 해 미국 안에서는 대법원이 뉴딜의 핵심 법안들을 잇따라 위헌으로 판결하면서 루스벨트가 대법관 증원안을 꺼내려 준비하고 있었다. 빈부 격차는 1920년대 후반과 견줄 만한 수준이었고, 농촌 빈민의 사진이 농업안정국 사진가들에 의해 기록되던 해다. 다시 말해 1936년은 통계상의 호황과 체감상의 분열, 기술의 도약과 세계질서의 균열이 같은 달력 위에 겹쳐 있었다. 한 사람이 같은 해의 어느 면을 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는 시기였다.

다리오와 아모데이는 같은 달력의 다른 면을 보고 있는 것뿐일 수 있다. 미국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매년 2조 달러씩 새로 빌려야 하는 풍경과, 한 AI 회사가 한 분기 만에 매출이 40배로 늘어 데이터센터를 빌리느라 어제의 적과 손을 잡는 풍경은 모순처럼 보이지만 분리된 사건이 아니다. 자본은 안전자산의 신뢰가 흔들릴수록 성장이 가장 가파른 곳으로 더 빨리 몰린다. 앤트로픽의 시리즈G 라운드가 평가가치 3800억 달러로 끝나고 곧이어 9000억 달러 평가에서 추가 라운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부채 위기의 그늘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두 풍경은 서로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런 풍경에서 한 사람의 자리는 두 가지 시야를 동시에 들고 있는 것이다. 한쪽 눈은 1930년대의 회복기처럼 빠르게 자라는 곡선을 본다. 한쪽 눈은 같은 시기의 균열을 본다. 1936년에 다우지수에 머물러 있던 자본은 1937년의 충격을 그대로 맞았고, 1932년의 바닥에서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던 자본은 1936년까지의 회복을 통째로 가져갔다. 어느 쪽이 옳았다고 말하기 쉽지 않다. 두 결정 다 자기 시야 안에서는 합리적이었다.

지금 1년 뒤를 묻는 질문에 답하려면 같은 곤란함을 통과해야 한다. 1936년의 미국 시민에게 “지금은 회복인가, 붕괴 직전인가”라고 물었다면 어느 답도 거짓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해 12월에 라디오로 루스벨트의 노변정담을 듣고 있던 사람과, 같은 달 베를린에서 송출되는 단파방송을 듣고 있던 사람은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다.

도덕경 58장은 화 속에 복이 기대어 있고 복 속에 화가 숨어 있다(禍兮福之所倚 福兮禍之所伏)고 말한다. 한쪽만 보는 시야는 둘 중 한 쪽을 놓친다. 다리오는 복 안에 숨은 화를 보고 있다. 아모데이는 화 안에 기대 있는 복을 보고 있다. 어느 쪽이 답이냐는 질문은 이 문장 앞에서 일찍 닫힌다.

답은 어쩌면 답이 두 개라는 사실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지금이 1936년이라면 1937년은 곧 온다. 그리고 1942년도 곧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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