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연단의 시대, 당신이 당신을 연단한다
연단(煉丹)은 도교에서 신선이 되기 위한 핵심 수련법이다. 솥에 약재(藥材)를 넣고 불을 때서 응축된 한 알의 단약(丹藥)을 만든다. 화후(火候)를 맞추고 진의(眞意)를 모아 오랜 시간 정제하면, 본래의 풀과 광물에서 그 영(靈)이 한 점으로 굳는다. 단이 완성되면 남는 것은 단 한 가지다. 약찌꺼기(藥渣). 영이 다 빠져나간 재료의 껍데기. 이걸 솥에서 꺼내 버린다. 진짜 가치는 단약 안에 들어 있고, 재료였던 풀과 광물은 그 가치를 옮기기 위해 잠시 쓰였을 뿐이다. 도교의 연단이 가진 비정함이 이 구조에 있다. 재료는 결국 약찌꺼기가 된다.

지금 인공지능 시대에 회사가 직원에게 하고 있는 일이 이 구조와 정확히 같다. 중국 쪽에서는 이걸 대연단의 시대(大煉丹時代)라 부르기 시작했다. 직원은 솥에 들어가는 약재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암묵지(暗默知, Tacit Knowledge), 판단 기준, 일하는 습관, 말투, 거절하는 방식, 후배에게 가르치는 요령. 이런 것들이 추출되어 한 점으로 응축된다. 응축된 단약이 인공지능 스킬(AI Skill) 문서다. 단이 완성되면 약재는 약찌꺼기가 된다. 회사 입장에서 그 직원은 이미 그가 가진 가치를 단약에 옮겨 놓은 빈 껍데기다. 솥에서 꺼내 버려도 손실이 없다. 도교의 비유가 비유로만 머물지 않고, 인사 정책의 실제 작동 원리가 된 시점이다.
증류(蒸溜)는 이 흐름의 초기 단계였다. 머신러닝에서 증류(Distillation)는 큰 모델의 행동을 작은 모델이 모방하도록 학습시키는 기법이다. 한 명의 베테랑 직원을 큰 모델로 두고, 그가 내놓는 산출물을 작은 모델이 모방하는 형태였다. 베테랑이 자기가 모방되는 줄 모르고 평소처럼 일하기만 하면 충분했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는 일은 한 단계 위다. 직원 본인이 직접 자기를 단약으로 굳히는 작업에 참여한다. 본인의 판단 기준과 노하우를 본인이 받아써서 SKILL.md라는 마크다운 문서로 만든다. 앤트로픽이 2025년 10월에 공개하고 2025년 12월에 오픈 표준으로 풀어버린 이 형식은 폴더 하나에 마크다운 한 장이 있는 단순한 구조다. 클로드, OpenAI 코덱스, 커서, 제미나이 같은 주요 도구가 같은 형식을 받아들였다. 도제식 지식 전수가 형식 전수로 바뀐 자리에서, 약재가 자기 손으로 자기를 솥에 넣는다.
중국 빅테크의 인사 정책에서 이 흐름이 가장 분명히 보인다. 36커(36氪) 보도에 따르면 곤륜만유(昆仑万维)는 2026년 2월 전 사원에게 보낸 내부 서한에서 연구개발 인력 전원에게 OpenAI 코덱스와 클로드 코드 사용을 강제했고, 이후 월간 인공지능 코딩 평가에서 5퍼센트에서 20퍼센트의 말미 도태(末位淘汰)를 실시한다고 통보했다. 신랑 웨이보(新浪微博)는 4월 말 전 연구개발 인력 대상 인공지능 능력 시험을 치렀고, 통과하지 못한 직원은 집중 재교육 대상이 됐다. 샤오미와 바이트댄스, 알리바바도 같은 흐름에 합류했다. 알리바바의 한 부서에서는 인공지능을 쓰는 그룹과 쓰지 않는 그룹을 나눠, 인공지능을 쓰는 그룹에는 기존 업무량의 140퍼센트를 부과하고 이후 점차 더 늘리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증언이 나온다. 어떤 부서는 직원 한 명당 매주 산출해야 하는 스킬 문서의 수량까지 정해 두었다.
알리바바의 자회사 딩딩(钉钉) 창업자 천항(陈航)은 최근 강연에서 회사 안에서 사람이 직접 쓴 문서가 발견되면 비판하겠다고 공언했다. 회의록도, 후속 회의 진행도 전부 인공지능이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강연에서 그는 자신이 회의 노트를 손으로 쓰는 직원을 보면 즉시 지적한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이 중국 인터넷에서 큰 논란이 됐다는 사실이, 동시에 이런 발언이 공식적으로 나오는 단계에 들어왔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직원이 자기 머리로 정리하던 영역이 회사에 의해 외주화 대상으로 지정되는 순간, 그 정리 능력 자체도 단으로 응축돼야 할 약재 목록에 오른다.
이 추출 작업을 손쉽게 만들어주는 도구도 이미 등장했다. 2026년 4월 깃허브에서 폭발적으로 퍼진 동사.skill(同事.skill, titanwings/colleague-skill)이라는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떠나간 동료가 남긴 페이슈(飞书) 메시지, 딩딩 문서, 이메일, 스크린샷을 원재료로 입력하고, 그에 대한 주관적 묘사를 몇 줄 덧붙이면, 그 동료를 대신해 일할 수 있는 인공지능 분신을 만들어 주는 도구다. 그의 기술 규범에 맞게 코드를 쓰고, 그의 말투로 답하고, 그가 언제 책임을 회피하는지까지 학습한다. 공개 5일에서 10일 사이에 깃허브 스타 6,000개를 넘었고 누적 1만 1,000개를 돌파했다. 신화통신(新华网)이 이 현상을 정식 보도했고, 보도에서 사용한 표현이 정확히 연화(炼化)였다. 떠난 사람을 연화해서 사리(舍利)를 추출한다고. 첫 해고된 노동자들이 사이버 영생을 달성했다고. 농담의 외양으로 정확한 구조가 드러나는 자리다.
이 강제 추출 정책이 작동하는 실제 풍경은 단순한 효율 개선과 거리가 있다. 같은 36커 인터뷰에 등장한 한 베이징 빅테크 기술자는, 인공지능 도입 이후 보고서 납기가 1주에서 2일로 줄었고, 동시에 산출물 품질 요구는 인공지능과의 대화에 기반한 인공지능을 뛰어넘는 판단으로 격상됐다고 말한다. 그는 매일 뇌가 짜내어진 느낌을 받는다고 표현했다. 프롬프트를 반복해서 작성하고, 결과를 검증하고, 여러 개의 인공지능을 동시에 모니터링한다. 단순한 코드 작성이 사고와 감독으로 바뀐 셈이고, 그만큼 인지 부담은 오히려 늘었다. 일부 회사는 토큰 사용량을 정직원 전환과 승진 평가 항목으로 명시했고, 어떤 직원들은 평가 통과를 위해 토큰을 일부러 낭비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평가를 위한 가짜 노동이 추출 작업과 동시에 진행된다. 단을 굳히는 불은 거짓 연료로도 잘 탄다.
도덕경 36장에 將欲取之 必固與之라는 구절이 있다. 빼앗으려면 먼저 충분히 주게 한다. 노자가 본 권력의 작동 방식은 강제가 아니다. 빼앗기는 쪽이 빼앗기는 그 시점까지 자기가 받고 있다고 느끼는 구조다. 회사가 직원에게 인공지능 도구를 제공하고, 무제한 토큰 할당량을 부여하고, 평가에 반영하면서 자율적으로 활용하라고 권하는 그 순간, 직원은 자기가 새로운 도구와 권한을 받았다고 느낀다. 그 권한으로 직원이 하는 일이 자기 일을 문서화하는 작업이다. 문서가 쌓일수록 그 자리는 비어간다. 강제가 아니다. 동의의 외양이다. 거대한 이전(移轉)은 강요로 진행되는 일이 거의 없다.
산업혁명기 자본가의 착취에는 한 가지 한계가 있었다. 노동자가 떠나면 노동력도 함께 떠났다. 일을 그만두는 순간 그 사람의 손과 머리는 다시 자기 것이었다. 자본은 사람을 묶어둘 방법이 필요했고, 임금과 복지와 평판이라는 줄로 묶었다. 줄이 끊어지면 노동은 빠져나갔다. 대연단의 시대는 이 한계가 사라진 시대다. 직원이 떠나도 그가 굳혀 놓은 단(丹)은 회사에 남는다. 손과 머리가 빠져나가도 그 손과 머리의 사본이 서버 안에서 계속 돈다. 떠나는 것과 노동이 떠나는 것이 분리됐다. 노동만 영구히 남기고 사람은 보내는 구조가 처음 가능해진 자리다. 아마존이 2025년 6월 CEO 앤디 재시 명의로 공식 메모를 내고 향후 몇 년간 인력 규모를 줄일 예정이라고 미리 공언한 뒤, 같은 해 1만 4,000명 추가 감원을 발표한 흐름이 이 구조의 첫 큰 작동 신호 가운데 하나다. 사전에 공언한 뒤 진행하는 감원이라는 형식 자체가 새롭다. 옮길 것은 이미 옮겨 두었으니 굳이 숨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겹친다. 직원이 가진 기능의 시장 자체가 좁아진다는 사실이다. 어떤 영역에 특화된 노하우는 그 영역에 채용 수요가 있을 때 값을 받는다. A 회사가 채용하지 않아도 B와 C가 채용한다면 시장은 살아 있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는 일은 다르다. A도 B도 C도 자기 회사 안에 그 기능을 단으로 보관해 두기 시작한다. 채용 대신 보관이다. 한 사람이 가진 기능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게 아니라, 회사마다 자기 서버 안에 사본을 두는 형태로 흩어진다. 거래량이 줄면 가격이 내려가고, 거래량이 거의 사라지면 가격은 의미를 잃는다. 그 기능을 가졌다는 사실이 더는 협상 카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어떤 호주 회사는 데이터 분석을 비롯한 표준화하기 쉬운 직군의 신규 채용을 이미 중단했다.
여기서 한 가지 사실이 또 보인다. 단을 굳히는 손이 자기 위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와이어드 창간 편집장 케빈 켈리가 자주 인용되는 말 가운데, 인공지능에게 일을 빼앗기는 게 아니라 인공지능을 잘 쓰는 사람에게 빼앗긴다는 표현이 있다. 위로처럼 들리는 이 말은 한 단계만 더 들어가면 위로가 아니다. 인공지능을 잘 쓰는 사람이 하는 일의 대부분이, 자기보다 일을 못 하는 사람들의 노하우를 인공지능에 옮기는 작업이다. 옮기는 작업이 완료되면 그 사람도 다시 누군가의 정리 대상이 된다. 위로 올라갈수록 안전해질 거라는 보장이 어디에도 없는 이유다. 산업의 가장자리에서 시작된 자동화는 위로 올라오면서 가속한다.
스탠퍼드대학교의 2025년 연구가 한 가지 단서를 남긴다. 평범한 사람은 인공지능을 도구로 쓰고, 탁월한 사람은 인공지능을 팀원으로 쓴다는 결론이다. 도구로 쓰면 답을 외주화하고, 팀원으로 쓰면 자기 사고를 보조받는다. 답을 외주화한 쪽은 답과 함께 자기 위치도 외주화한다. 사고를 보조받는 쪽은 인공지능이 갖지 못한 영역을 계속 자기 안에 쌓아간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미디어 랩의 코스미나 연구팀이 2025년에 발표한 실험은 이와 맞물린다. 챗지피티(ChatGPT)로 글을 쓰는 사람의 뇌 활성도가 가장 낮고, 검색을 곁들여 직접 쓰는 사람의 활성도가 가장 높았다는 결과다. 외주화한 만큼 뇌는 비워진다. 비워진 뇌는 약재로서의 가치도 낮아진다. 단을 굳히기 좋은 약재가 되려고 정성을 들이는 동안, 약재로서의 자기 자신도 점차 묽어진다.
이 구조에서 빠져나갈 길을 묻는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 답은 어디서도 깔끔하게 나오지 않는다. 정리되는 사람은 정리될 때까지 자기가 정리되고 있는지 모른다. 정리가 끝난 사람은 시장 밖으로 나가 있다. 정리하는 쪽에 서 있는 사람도 자기 위 단계가 자기를 정리하고 있을 가능성을 알면서 일한다. 한 시기의 자본가가 한 시기의 노동자를 부린다는 구도는, 이제 한 시기의 자본이 모든 시기의 노동을 한 번에 보관한다는 구도로 옮겨가는 중이다. 솥에 들어가는 손과 솥 자체는 점점 멀어진다. 단(丹)이 굳기 전에는, 자기가 약재였는지 약사였는지 잘 분간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