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AI 병원 개원, 한국은 의대 정원 싸움 중 — 10년 뒤 의료의 풍경
중국은 이미 AI 병원을 열었다. 한국은 아직도 의대 정원 2,000명 늘리느냐 마느냐를 놓고 싸우고 있다. 같은 시간,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2024년 8월, 상하이 쉬후이구(徐匯區) 서안(西岸) 인공지능센터 인근에 위치한 웨이이(微醫) 상하이 인공지능병원이 중국 최초의 AI 병원으로 문을 열었다. 14개 과를 갖춘 실제 의료기관으로, 의료보험 적용까지 받는 정식 병원이다. 300명이 넘는 전국 3급 갑등(三甲 최고 전문의) 전문의가 이곳에서 진료하며, 온라인으로는 30만 명의 의사 자원이 연결된다. 진료의 전 과정, 즉 접수부터 예진, 진단, 처방, 사후관리까지 AI가 관통한다. AI 의사, AI 약사, AI 건강관리사, AI 스마트컨트롤의 네 가지 지능형 시스템이 돌아가는 구조다.
그리고 2024년 11월, 칭화대학(Tsinghua University) 지능산업연구원이 만든 에이전트 호스피탈(Agent Hospital)이 내부 시험에 들어갔다. 자회사 쯔징즈캉(紫荆智康)이 개발한 이 시스템에는 42명의 AI 의사가 21개 과에 배치되어 있고, 300여 종의 질병을 다룬다. 50만 명이 넘는 가상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한 이 AI 의사들은 며칠 만에 1만 명의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 인간 의사가 주 100명씩 진료한다고 치면 2년이 걸릴 양이다. 호흡기 질환 진단 정확도는 93.06%에 달하며, 이는 상당수의 경력 있는 인간 의사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이다. 이 시스템은 2025년 상반기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었고, 칭화대학교 부속 창경병원에서 실제 임상 연계도 시작되었다.
숫자를 좀 더 정리해보자. 웨이이 AI 병원에서 AI 간암 결정지원시스템(CDSS)은 약 6,000건의 환자 사례에서 몇 분 만에 유사 사례를 찾아낸다. 화시(華西)병원 MDT 진료방안과의 일치율은 95%다. 눈 검사에서는 AI 대형모델이 탑재된 안저카메라가 8종의 눈 질환을 94.5%의 정확도로 감별한다. 복단대학 부속 중산병원에서는 2025년 2월 국내 최초 심혈관 전문 AI 모델 관심(觀心, CardioMind)이 발표됐다. 병력 수집부터 진단 보조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한다. 중국과학원 원사 거쥔보(葛均波)는 이렇게 말했다. AI에게 최고 전문가처럼 생각하는 법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상하이시 정부는 2024년 12월, 의료 인공지능 발전 사업방안(2025-2027년)을 발표했다. 스마트 수술보조, 지능형 재활, 디지털 트윈 병원 구축, AI 약국 운영 등을 포함한 종합 로드맵이다. 100억 위안(약 1조 8천억 원) 규모의 미래산업기금도 투입한다. 항저우 제7인민병원과 알리바바 산하 앤트그룹이 공동 개발한 불면증 AI는 이미 650만 건의 진료를 처리했다. 화시병원의 AI 폐암 조기진단 시스템은 조기 발견율을 14.6%에서 65.6%로 끌어올렸다. CT에서 폐결절을 찾는 데 과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몇 초면 된다.
상하이 루이진(瑞金)병원에서는 DeepSeek 기반 시스템이 하루 3,000건의 병리 슬라이드를 처리한다. 상하이 제6인민병원 진산분원은 실시간 AI 워크스테이션을 가동해 오진 위험을 줄였다. 상하이교통대학 의학원 부속 신화병원 펑현원구는 2025년 6월 스마트병원으로 개원했는데, 문을 열면 디지털 휴먼이 안내를 하고, 영상의학과에서는 거의 모든 장비에 AI가 들어가 있다. 척추측만증 같은 질환을 AI 알고리즘으로 자동 진단하고, AR 안경을 쓴 의사가 수술 전 계획을 세우는 이른바 메타버스 수술실도 운영 중이다.
진료비 이야기를 하자면, 중국 공립병원 일반 외래 진료비가 20~80위안(약 4,000~16,000원) 수준이다. AI 진료는 이보다 더 낮은 가격대를 지향한다. 9.9위안, 한화로 약 2,000원이 채 되지 않는 금액으로 AI 진단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시범운영 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인간 의사에게 받는 진료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비용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단순하다. AI는 24시간 쉬지 않고, 동시에 수천 명을 진료할 수 있으며, 한계비용이 거의 0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에서는 2024년 2월 정부가 의대 정원을 3,058명에서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2006년 이후 19년 만의 변화였다. 결과는 알려진 대로다. 전공의 집단 사직, 의대생 휴학, 의료계 총파업 예고, 정치적 혼란, 헌법재판 거론까지 이어졌다. 2025년 2월 현재, 2026학년도 의대 정원조차 확정되지 못한 상태다. 의과대학 학장단 40명은 다시 3,058명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정부는 대학 총장에게 자율 결정권을 넘기는 쪽으로 후퇴하는 모양새다. 2025년 12월에는 2027학년도 의대 정원 근거가 될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 결과를 앞두고, 의협이 다시 반발에 나섰다. 2040년까지 의사 1만 4천~1만 9천 명이 부족하다는 추계 결과에 대해 통계 왜곡이라며 자체 연구 결과를 내놓겠다고 했다.
중국은 AI로 의사를 보조하거나 대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고, 한국은 의사를 더 뽑을 것인지를 놓고 2년째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물론 이 둘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중국의 의료 현실과 한국의 의료 현실은 다르다. 중국은 인구 14억에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나라다. 특히 농촌과 중소 도시의 의료 접근성 문제는 심각하다. AI 병원이 매력적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 최고 전문의의 능력을 AI에 이식해서 시골 마을까지 보급할 수 있다면, 그것은 의료 민주화에 가깝다.
그러나 본질적인 질문은 남는다. 의사를 더 양성하는 것이 10년 뒤 의료 현실에 대한 최적의 해법인가. 2031년에 처음 배출될 증원 의사들이 현장에 투입될 즈음, 의료 환경은 지금과 같을까. AI 진단 정확도가 93%를 넘는 세상에서, 의사의 역할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상하이 신화병원의 방사선과 주임 왕덩빈(汪登斌)은 이런 말을 했다. 메타버스 의학 환경에서 AI 기능이 탑재된 장비를 통해 수술 전 계획을 세우고, 3차원 영상을 가상현실 기술로 직접 돌려볼 수 있다고. 연영지능(聯影智能)의 연구총재 쩐이치앙(詹翊強)은 과거 AI 의료가 단일 질환 소형 모델이었다면, 대형 모델의 등장으로 의료 AI의 경계가 훨씬 넓어졌다고 했다. 하나의 다중모달 대모델로 흉부 37종 질환을 보조 검출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기술의 방향은 명확하다. 중국의 AI 의료 기기 시장에서 이미 100개가 넘는 의료 대형모델이 출시되었고, 국가약품감독관리국은 인공지능 의료 소프트웨어 분류 지침까지 마련했다. 그런데 중국 전체 의료 시스템에서 AI를 도입한 비율은 아직 0.7%에 불과하다. 도시와 농촌의 격차는 여전히 크고, 규제와 윤리 문제도 해결 중이다. 완벽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방향의 차이는 생각해볼 만하다. 한쪽은 인력을 더 투입하는 쪽으로, 다른 한쪽은 기술로 인력을 증폭시키는 쪽으로 가고 있다. 어느 쪽이 맞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10년 뒤를 놓고 보면 풍경이 사뭇 다를 것이다. 2035년, 한국에서 증원된 의사 1만 명이 현장에 나올 때, 중국의 AI 의사는 몇 세대의 진화를 거쳐 어디까지 와 있을까.
역사를 보면, 변화의 속도를 과소평가한 쪽이 항상 대가를 치렀다. 산업혁명 당시 방직공들의 기계 파괴 운동인 러다이트(Luddite)는 기술 진보를 멈추지 못했다. 기계가 일자리를 빼앗은 게 아니라, 산업 자체의 지형을 바꾸었을 뿐이다. 의료도 그 지형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
한국 의료계가 정원 확대를 놓고 벌이는 논쟁은 결국 파이의 크기를 둘러싼 분배의 문제다. 그런데 파이 자체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면, 그 싸움의 의미도 달라진다. 의사가 더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의사가 하는 일의 방식이 바뀌어야 하는 것인지. 중국 상하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좋은 글입니다. 곧 중국으로 의료 원정을 가야 할 때가 오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