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sdom

한눈에 알 수 있다, 이 사람은 돈 걱정이 없구나

통장 잔고와 풍요로움은 별개의 문제다.

30년 넘게 사람을 보면서 한 가지 확실해진 게 있다. 돈이 많은 사람과 돈 걱정이 없는 사람은 다르다는 것. 전자는 숫자의 문제고, 후자는 기운의 문제다. 숫자가 큰 사람 중에 쪼들려 사는 사람이 있고, 숫자가 별것 아닌 사람 중에 여유가 철철 넘치는 사람이 있다. 그 차이는 통장이 아니라 그 사람의 안에서 나온다.

통장에 몇 억이 있어도 불안에 떠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의 공통점은 하나다. 과거의 어떤 전성기에 그 돈을 벌었다고 생각하고, 그런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거라 확신한다. 미래는 내리막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으니, 지금 가진 것을 지키는 데만 온 에너지를 쏟는다. 돈을 쓸 때마다 피가 마르고, 투자 기회가 와도 잃을까 봐 손이 나가지 않는다. 이런 사람 옆에 있으면 안다. 공기가 쪼그라든다.

반대로, 별다른 자산이 없는데도 여유로운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자기가 지금 돈을 벌고 있는 과정에 있다는 걸 안다. 내일도 벌 수 있다는 걸 안다. 지금 하는 일이 돈과 가까운 일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느긋하다. 이런 사람 곁에 있으면 알 수 없는 안정감이 느껴진다.

하버드 경제학자 센딜 멀레이너선(Sendhil Mullainathan)과 프린스턴 심리학자 엘다 샤피르(Eldar Shafir)는 공동 연구에서 이런 현상을 정밀하게 분석했다. 부족함이 사람의 뇌를 점령하면 터널 시야가 생긴다. 눈앞의 결핍에만 집중하게 되면서 더 넓은 기회를 놓치고, 더 나쁜 결정을 내린다. 흥미로운 건 이 부족함이 실제 자원의 양과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 자체가 뇌를 점령한다.

노자는 2,500년 전에 이걸 이미 알았다. 도덕경 제33장, 知足者富(지족자부).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부자라는 말이다. 제44장에서는 한 발 더 나간다. 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知足不辱 知止不殆). 노자가 말하는 부(富)는 숫자가 아니다. 자기 안의 충만함이다. 그리고 이 충만함은 밖에서 채워지는 게 아니라 안에서 그만 비우기를 멈출 때 생긴다.

월급의 함정

월급은 편하다. 매달 정해진 날 정해진 금액이 들어온다. 그런데 이 안정감에 오래 젖어 있으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한 달에 한 번 돈이 들어오는 리듬에 몸이 맞춰지면, 생각도 그 리듬 안에 갇힌다. 불만이 있어도 바꾸지 못한다. 싫은 상사가 있어도 참는다. 이직을 생각해도 결국 더 높은 월급을 주는 곳을 찾는 데서 멈춘다. 틀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다.

투자의 세계에서 오래 머물다 보면 이런 사람을 많이 본다. 월급 외의 수입 채널을 하나라도 만들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크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돈이 들어오는 경험을 한 사람은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기회가 어디에나 있다는 걸 체감하게 된다. 습관이 바뀌면 눈이 바뀐다. 눈이 바뀌면 세계가 바뀐다.

이것은 단순히 부업을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돈이 들어오는 통로가 하나뿐이라는 구조 자체가 사람을 위축시킨다는 이야기다. 두 개, 세 개가 될 때 비로소 여유가 생긴다. 그리고 그 여유는 통장 잔고보다 더 강력한 풍요의 기운을 만든다.

미래 걱정이라는 에너지 낭비

매일 아침 일어나서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 5년 뒤, 10년 뒤, 은퇴 후. 걱정의 범위가 넓을수록 그 사람의 현재는 좁아진다. 에너지가 아직 오지 않은 곳에 흩어지니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가 없다.

예일대와 마이애미대의 공동 연구가 있다. 나이 듦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가진 중년층이 부정적 인식을 가진 중년층보다 평균 7.5년을 더 살았다. 미래에 대한 태도가 신체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실증이다. 걱정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현재의 에너지만 갉아먹는다.

도덕경 제16장에 치허극 수정독(致虛極 守靜篤)이라는 구절이 있다. 비움을 극에 이르게 하고, 고요함을 깊이 지키라는 뜻이다.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은 비어 있지 않은 마음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로 가득 차 있으니 고요할 수가 없다. 노자의 처방은 간단하다. 비워라. 고요해져라. 그러면 만물이 저절로 돌아가는 이치가 보인다.

실용적으로 말하자면 이렇다. 미래의 미지에 대응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오늘을 세밀하게 사는 것이다. 대충 먹지 않는다. 좋은 환경에 자신을 둔다. 쓸데없는 정보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는다.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내는 데 시간을 쓴다. 몸이 좋아지고, 주변 환경이 좋아지고, 매일 가치를 만들어내는 리듬 위에 있으면 미래는 걱정의 대상이 아니라 당연한 연장선이 된다.

위축감이라는 독

에너지가 낮은 사람에게는 공통적인 패턴이 있다. 억울하면서도 계속 한다. 자기를 갈아 넣으면서도 멈추지 못한다. 그리고 그 억울함을 주변에 끊임없이 말한다. 나 얼마나 힘든지 알아? 내가 얼마나 참았는지 알아? 나중에 잘 되면 나한테 잘 해줘야 해.

이건 거래다. 그리고 이 거래는 성사되지 않는다. 억울함은 사랑을 불러오지 못한다. 동정을 불러올 수는 있어도, 동정은 풍요와 거리가 멀다. 주변의 가장 가까운 사람마저 시들게 만드는 사람에게 재물의 기운이 모일 리 없다.

높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은 다르다. 싫으면 멈춘다. 억울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다. 자기를 위해 필요한 것은 스스로 챙기고, 필요 없는 것은 바로 끊는다. 이런 사람 곁에 있으면 에너지가 올라간다. 자연스럽게 사람이 모이고, 기회가 모인다.

도덕경 제9장, 持而盈之 不如其已. 가득 채우려는 것은 차라리 그만두는 것만 못하다. 억울함을 가득 채워 들고 다니는 것보다, 내려놓는 게 낫다. 비워야 새로운 것이 들어올 자리가 생긴다.

혼자라는 힘

혼자인 것을 불쌍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다. 혼자 밥 먹는 것, 혼자 여행하는 것, 혼자 결정하는 것을 어딘가 모자란 상태로 인식한다. 이 인식은 독립적 인격의 형성을 막는다. 독립적 인격이 없으면 독립적 수익력도 없다. 누군가에게 기대야만 살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그 기댈 곳이 사라지면 무너진다.

반대로, 혼자를 즐기는 사람은 다르다. 혼자 새로운 도시에 정착하고, 혼자 밥을 만들어 먹고, 혼자 사업을 시작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다. 이런 사람에게서 나오는 기운은 다른 사람을 끌어당긴다. 스스로를 채울 수 있는 사람만이 타인을 진정으로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장자 대종사편에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진정한 벗이란 서로 잊고 지내면서도 덕으로 연결된 사람이라 했다. 상여막약이처(相與莫若以處). 서로 함께함을 잊고 자연에 맡기는 것. 관계에 집착하지 않을 때 오히려 관계가 깊어진다. 혼자일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함께할 때도 건강하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혼자 판단하지 못하고 남의 의견에 휘둘리는 사람은 결국 남의 타이밍에 사고 남의 공포에 판다. 독립적 판단력은 독립적 인격에서 나온다. 그리고 독립적 인격은 혼자 있는 시간을 얼마나 건강하게 보냈느냐에 달려 있다.

돈 걱정 없는 사람의 공통점은 결국 하나로 수렴한다. 자기 안에 충분함이 있다는 것. 그 충분함은 통장에서 오지 않는다. 자기가 지금 하는 일에 대한 확신,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담대함, 억울한 상황을 스스로 끊어내는 결단력, 혼자서도 흔들리지 않는 독립성. 이것들이 모여서 하나의 기운이 된다.

그리고 그 기운은 보인다. 만나면 안다.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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