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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phaGenome과 Genie 3: 미래의 유전체와 창조의 힘

인간의 유전자 지도를 해독하겠다던 프로젝트가 처음 완료된 것이 2003년이었다. 30억 개의 염기서열을 모두 밝혀냈지만, 정작 그 글자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마치 고대 문서의 글자를 모두 베껴 적었으되, 그 언어를 해독할 줄 모르는 상황과 같았다. 그로부터 22년이 지난 지금, 구글 딥마인드가 AlphaGenome이라는 도구를 내놓았다. 이 모델은 100만 개의 염기쌍을 입력받아 유전자 발현, 스플라이싱 패턴, 크로마틴 접근성, 단백질 결합 위치 등 수천 가지 분자적 특성을 예측한다. 특히 주목할 것은 전체 게놈의 98%를 차지하는 비암호화 영역, 한때 쓸모없는 쓰레기라 불렸던 그 영역의 기능을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같은 시기에 Genie 3라는 또 다른 도구가 세상에 나왔다. 텍스트 명령어 하나로 실시간 탐험이 가능한 3D 세계를 생성하는 기술이다. 초당 24프레임, 720p 해상도로 수 분간 일관성을 유지하며 작동한다. 2025년 8월 처음 공개되었고, 올해 1월 29일 일반 사용자에게 공개되자마자 게임 산업 주가가 폭락했다. Unity가 24% 하락하고, Roblox가 13%, Take-Two가 8% 빠졌다. 투자자들은 게임 개발자가 더 이상 필요 없어질 것이라는 공포에 사로잡혔다. 현재 이 도구가 만들어내는 것은 60초짜리 탐험 공간에 불과하고, 게임 메커니즘도 없으며, 소리도 목표도 없다. 그러나 시장은 현재가 아니라 방향을 보고 반응했다.

두 기술을 함께 놓고 보면 하나의 그림이 드러난다. AlphaGenome은 생명의 설계도를 읽는 기술이고, Genie 3는 세계를 창조하는 기술이다. 하나는 이미 존재하는 것의 의미를 해독하고, 다른 하나는 존재하지 않던 것을 만들어낸다. 딥마인드 스스로 Genie 3를 범용 인공지능으로 가는 핵심 징검다리라 표현했고, AlphaGenome을 게놈의 복잡한 조절 코드를 해독하는 우리의 해법이라 불렀다.

역사상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도구는 신체의 연장이었다. 망치는 주먹의 연장이고, 자동차는 다리의 연장이며, 망원경은 눈의 연장이었다. 그러나 이제 등장한 것은 뇌의 연장이 아니라 뇌를 대체할 수 있는 무엇이다. AlphaGenome은 인간 과학자가 평생 해도 풀지 못할 유전자 변이의 영향을 몇 초 만에 예측한다. Genie 3는 게임 개발자 수백 명이 수년간 작업할 콘텐츠의 원형을 몇 분 만에 생성한다. 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의 연구자는 AlphaGenome을 두고 현재까지 나온 것 중 가장 강력한 도구라 평가했다.

도교에서 말하는 도(道)는 만물을 낳되 만물을 소유하지 않고, 만물을 기르되 지배하지 않는다. 낳고 기르되 주재하지 않는 것을 현덕(玄德)이라 한다. 그런데 지금 인간이 만들어낸 이 기술들은 어떤가. 생명의 설계도를 읽고, 세계를 창조하되, 그것을 소유하고 지배하려 한다. 투자자들이 게임 회사 주식을 던진 것은 Genie 3의 현재 능력 때문이 아니었다. 그 기술이 향하는 방향, 즉 인간 창작자를 대체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역(易)의 관점에서 보면 이 기술들은 음양의 전환점에 서 있다. AlphaGenome은 이미 존재하는 것의 이치를 밝히는 음(陰)의 성격이고, Genie 3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들어내는 양(陽)의 성격이다. 음극에서 양이 생하고, 양극에서 음이 생한다. 유전자의 비밀을 완전히 해독하면 그것을 조작하려는 욕망이 생기고, 세계를 마음대로 창조할 수 있게 되면 무엇이 진짜 세계인지 묻게 된다.

명리학(命理學)의 십신(十神)으로 이 흐름을 읽으면 더 선명해진다. 인성(印星)은 기존에 축적된 지식, 전수받은 학문, 권위 있는 문서를 뜻한다. 의사가 의대에서 배운 지식, 변호사가 로스쿨에서 익힌 판례, 교수가 평생 쌓아온 연구. 그 지식을 가진 자가 권위자였고, 그 권위가 밥벌이가 되었다. 인성의 시대였다. 그러나 AlphaGenome이 유전학자의 평생 연구를 몇 초 만에 대체하고, AI가 논문을 요약하고 판례를 검색하는 순간, 지식의 축적 자체는 더 이상 희소한 자원이 아니게 된다. 인성의 가치가 급락한다.

상관(傷官)은 인성과 정반대 자리에 있다. 기존 질서를 부수고, 존재하지 않던 것을 만들어내며, 권위에 도전하고, 새로운 표현을 창조한다. 상관은 기존 지식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아직 없는 것을 상상하는 힘이다. Genie 3가 텍스트 한 줄로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 그것은 창조의 도구가 만인에게 주어졌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 도구를 들고 무엇을 만들 것인가다. 도구는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창조자다.

무한한 호기심. 쓸모없어 보이는 것에 대한 집착.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재미있어서 만들어보는 것. 상관의 본질이 그것이다. 상관이 강한 사람은 가만히 있지 못한다. 기존의 것을 그대로 두지 못한다. 의미 있어 보이지 않아도 일단 만들어본다. 그 과정 자체가 목적이다. 20세기 산업 시대에 상관은 위험한 기운이었다. 조직에 순응하지 않고,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며, 제멋대로 행동하는 자. 그러나 창조의 도구가 민주화된 시대에 상관은 가장 필요한 힘이 된다.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하사비스는 가상의 세포를 시뮬레이션하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말한 바 있다. Genie 3를 AGI로 가는 이정표라 부르며, 연구자들은 아직 실제 세계에서 새로운 행동을 취하는 체화된 에이전트에게 Move 37의 순간이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두었던 그 수, 인간이 상상하지 못한 전략을 AI가 스스로 발견한 순간. 그들은 그와 같은 순간이 물리적 세계에서 행동하는 AI에게 아직 오지 않았다고 본다.

현실적으로 이 기술들이 가져올 변화는 명확하다. 희귀 암 환자의 수천 가지 돌연변이 중 어떤 것이 실제로 문제를 일으키는지 AlphaGenome이 가려낼 수 있다. 새로운 유전자 치료제의 표적을 찾는 시간이 단축된다. Genie 3는 로봇 훈련용 시뮬레이션 환경을 무한히 생성할 수 있고, 위험한 상황을 실제로 만들지 않고도 AI 에이전트를 훈련시킬 수 있다. 교육 분야에서는 학생이 고대 로마를 직접 걸어 다니며 탐험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동시에 이 기술들은 오래된 질문을 다시 던진다. 생명의 설계도를 읽을 수 있게 되면 그것을 다시 쓰려는 유혹이 생긴다. 세계를 창조할 수 있게 되면 기존 세계의 가치가 흔들린다. 2024년 노벨 화학상이 AlphaFold 개발자들에게 돌아갔다. 단백질 구조 예측이라는 생물학의 난제를 풀었기 때문이다. AlphaGenome은 그 다음 단계다. Genie 3는 또 다른 축이다.

장자(莊子)가 말했다. 기술이 생기면 기심(機心)이 생긴다고. 기계를 쓰는 마음이 생기면 순수한 마음이 사라진다고. 2,400년 전의 경고가 지금 얼마나 유효한지는 각자 판단할 일이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기술들은 되돌릴 수 없다. Unity 주가가 하루 만에 24% 빠진 것은 시장의 과민 반응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방향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인성의 시대가 저물고 상관의 시대가 열린다. 지식을 가진 자가 아니라 창조하는 자가 이 시대의 주인공이 된다. 교육의 방향이 바뀌어야 하고, 인재에 대한 정의가 바뀌어야 한다. 과거를 고집하고, 변화를 거부한다면, 도태될 것이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기는 하지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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