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흐르는데 내 손에는 없다 – 주식시장 폭등과 실물경제 괴리의 명리학적 해석 1편
돈은 흐르는데 내 손에는 없다. 2026년 2월 현재, 코스피는 5,500선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체감하는 경제는 그 숫자와 전혀 다른 풍경이다. 주가지수가 올라갈수록 오히려 마음이 무
거워지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은, 이 시대의 가장 기묘한 모순 중 하나일 것이다.

숫자부터 보자. 2025년 코스피는 75.6% 상승하며 1987년, 1999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연간 상승
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 948개 가운데 지수 수익률을 넘긴 종목은 122개, 전체의
12.9%에 불과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전체 시가총액 증가분 1,515조 원의 49%를 차지했
다. 지수는 폭발했지만, 그 온기가 닿는 범위는 극도로 좁았다. 반도체와 AI라는 이름 아래 소수의 대형주만 빛
났고, 나머지 시장은 사실상 정체하거나 하락했다. 이른바 K자형 증시다.
같은 시기 실물경제는 어떠했는가. 한국경제연구원은 2025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0.7%로 전망했고, 수출과
내수가 동반 침체하는 ‘절대 수요 부족’ 국면을 경고했다. 소상공인의 89.3%가 경영환경이 올해와 비슷하거
나 악화될 것이라 답했고, 가장 큰 부담은 원자재비 상승(56.3%)과 내수 침체로 인한 매출 감소(48.0%)였
다. 삼일PwC 보고서는 이 상황을 정확히 짚었다. AI 중심 첨단 기술에 투자가 집중되며, 전통 제조업과 서비
스업의 부진이 심화되고, 성장률은 양호해 보이지만 체감 경기와 고용 개선은 제한적이라고. 반도체가 수출을
끌어올리는 동안, 건설업 고용은 급감하고, 제조업 가동률은 71%로 떨어졌으며, 20대 청년의 ‘쉬었음’ 인구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 괴리 앞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상대적 박탈감이 아니다.
명리학(命理學)에서 재성(財星)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자원, 내 힘으로 다룰 수 있는 현실적 부(富)를 뜻한다.
정재(正財)는 안정적 수입, 꾸준한 노동의 대가다. 월급, 사업 수익, 성실한 노력에 따르는 보상. 대부분의 사람
들이 원하는 건 사실 이것이다. 내일도 오늘과 비슷한 수입이 들어오고, 그것으로 먹고살 수 있다는 안정감. 그
런데 지금 한국의 실물경제는 이 정재(正財)의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내수가 얼어붙었고, 소상공인의 매
출은 줄었으며, 건설업과 전통 제조업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있다. 인성(印星)이 받쳐주지 않는 재성(財星)은 뿌
리 없는 나무와 같다. 인성(印星)은 나를 보호하고 지탱해주는 기반, 사회적 안전망, 심리적 안정감이다. 고용
이 불안하고, 물가는 높고, 부채는 늘어나는 상황에서 인성(印星)의 힘이 약해지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정재
(正財)적 안정마저 위협받는다고 느낀다.
이때 편재(偏財)의 유혹이 찾아온다. 편재(偏財)는 정재(正財)와 다르다. 투기적 이익, 예측 불가능한 횡재, 한
번에 판을 뒤집는 수익. 주식시장이 폭등하고, 주변에서 수익 인증이 올라오고, 레버리지 ETF로 단기간에 큰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떠돌 때, 편재(偏財)의 기운은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긴다. 2025년 들어 국내 증시
에 투자하는 ETF 거래 규모가 폭발적으로 커졌고, 지수 수익률의 두 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에 개인 자금
이 쏠렸다는 사실은, 편재(偏財)를 향한 욕망이 얼마나 강렬해졌는지를 보여준다. 정재(正財)의 길이 막히면,
편재(偏財)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문제는 편재(偏財)가 본질적으로 변동성의 에
너지라는 점이다. 잡을 수도 있지만, 빠져나갈 수도 있다.
여기에 겁재(劫財)의 심리가 겹친다. 겁재(劫財)는 나와 같은 오행(五行)이되, 음양이 다른 기운이다. 쉽게 말
하면, 같은 처지에 있는 누군가가 나보다 먼저 기회를 낚아채는 느낌. 경쟁에서 밀리는 감각. 남들은 벌고 있는
데 나만 못 벌고 있다는 조바심. SNS에서 수익 인증을 본 순간, 겁재(劫財)의 기운이 발동한다. “저 사람은 됐
는데 나는 왜 안 되지.” 겁재(劫財)가 강해지면 판단력이 흐려진다. 냉정한 분석 대신 감정적 진입을 하게 되고,자기 그릇에 맞지 않는 규모의 베팅을 하게 된다. 2025년 코스피의 K자형 상승이 만들어낸 가장 위험한 심리
가 바로 이것이다. 지수는 올랐지만 대부분의 개인투자자가 지수 수익률에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은, 겁재(劫
財)의 에너지가 실제로 재물을 빼앗아갔음을 의미한다.
비견(比肩)의 감정도 무시할 수 없다. 비견(比肩)은 겁재(劫財)와 달리 나와 완전히 같은 오행, 같은 음양이다.
동료, 동기, 같은 세대의 사람들. 비견(比肩)이 주는 감정은 겁재(劫財)의 경쟁심보다 더 깊은 곳에 있다. “나만
이런 건 아닌가?” 하는 존재론적 불안. 경기가 나빠지면 사람들은 자신의 처지를 또래와 비교한다. 같은 나이,
같은 학력, 비슷한 출발선이었는데, 누구는 집을 샀고 누구는 주식으로 번 돈으로 차를 바꿨다. 한국 사회에서
이 비교의 밀도는 유독 높다. 비견(比肩)이 많은 사주가 재성(財星)을 만나면 분쟁이 생기듯, 비슷한 처지의 사
람들이 제한된 기회를 놓고 경쟁할 때 갈등과 자기 부정이 심화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 위에 칠살(七殺)의 압박이 내려앉는다. 칠살(七殺)은 편관(偏官)이라고도 하는데, 나를 제약
하고 통제하는 외부의 힘이다. 제도, 시스템, 사회적 압력, 그리고 시대의 속도. 지금 세상이 변하는 속도는 보
통 사람이 따라가기 어려운 수준이다. AI가 일자리를 바꾸고, 산업 구조가 재편되고, 반도체와 디지털 기술을
중심으로 자본이 집중되는 와중에, 전통적인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들은 칠살(七殺)의 무게를 온몸으로 받는다.
칠살(七殺)이 강한 시기에는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환경이 나를 압박한다. 관세 정책이 바뀌고, 환율이 출렁
이고, 금리가 오르내리는 것은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그런데 그 결과는 고스란히 개인의 지갑
과 마음에 도착한다.
삼일PwC는 2025년 12월 보고서에서 이렇게 썼다. “역사적으로 주식시장 버블은 기술 혁신이 주도하는 구조
적 낙관이 형성된 가운데, 실물경제는 부진하지만 금리 인하가 단행되어 유동성이 풍부하고, 기업 이익 증가가
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할 경우 발생한다.” 이 세 가지 조건이 지금 동시에 충족되고 있다. AI라는 거대한 서
사 아래 낙관론이 지배하고, 실물은 침체하는 와중에 유동성은 풍부하며, 소수 기업의 주가만 하늘을 찌른다.
이런 구조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도덕경(道德經) 제16장에 이런 구절이 있다. 致虛極 守靜篤.
비움을 극에 이르게 하고, 고요함을 돈독히 지킨다. 만물이 함께 자라나는 것을 나는 지켜볼 뿐이다. 이것은 아
무것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세상이 요동칠 때 함께 요동치지 않는 것, 남들이 달릴 때 나의 보폭을 지키는
것, 편재(偏財)의 유혹에 끌려가지 않고 정재(正財)의 기반을 다지는 것. 무위(無爲)란 행동하지 않는 것이 아
니라, 흐름에 거슬러 억지로 행동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이것도 말처럼 쉽지는 않다. 구조적 요인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AI 중심의 자본 집중은 가속화되고
있고, 한국의 민간소비 비중은 GDP의 47.6%로 미국(67.8%)이나 일본(54.2%)에 비해 현저히 낮다. 수출
이 흔들리면 내수로 버틸 체력이 없는 구조다. 가계부채는 2,000조 원에 육박하고, 생산연령인구는 줄어들고
있으며, 국내 자본수익률이 하락하면서 투자 자금마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KDI에 따르면, 이 흐름은 20
년 시차를 두고 일본과 유사한 경로를 밟고 있다. 칠살(七殺)의 압박이 단기간에 풀릴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뜻
이다.
지수가 5,500을 넘었다는 뉴스 아래, 장사가 안 되어 가게 문을 닫는 사람이 있다.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글
옆에, 이력서를 열 번째 쓰고 있는 청년이 있다. 편재(偏財)의 잔치 한가운데서 정재(正財)의 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이 풍경은, 어쩌면 한 시대의 기운이 전환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진통일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진통이 얼
마나 오래 갈 것인가가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떤 자세로 버틸 것인가에 있을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