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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바꿀 수 있는가? : 도교와 뇌과학이 말하는 기운 변화의 원리

운명은 바꿀 수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해 도덕경은 이미 답을 내놓고 있다. 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 만물은 도에서 비롯되었고, 그 안에는 끊임없는 변화의 씨앗이 들어 있다. 정해진 틀이 있되, 그 틀 안에서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시장에서 30년 넘게 사람과 돈의 흐름을 지켜본 경험으로 말하자면, 운이라는 것은 고정된 상수가 아니라 변수에 가깝다. 다만 그 변수를 움직이는 조건이 까다로울 뿐이다. 그렇기에 특수한 노력없이, 댓가를 치루지 않고 바꾸는것은 불가능하고, 그렇기에 일반인들은 쉽게 바꿀수 없는 것이다.

역경(易經)에 天行健 君子以自强不息이라 했다. 하늘의 움직임은 굳세니 군자는 쉬지 않고 스스로를 가다듬는다는 뜻인데, 여기서 핵심은 자강(自强)이지 타력(他力)이 아니라는 점이다. 모든 것이 정해져 있으니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겠다는 태도는 도(道)의 가르침과 정반대에 있다. 가끔 보면, 제가 이런 질문을 하는것 조차 정해진것 아닌가요?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것 까지 정해져 있는 삶을 살면, 그 사람은 NPC겠지. 태양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주기와 달이 한 바퀴 도는 주기 사이에는 약 5일의 차이가 있다. 양(陽)의 기운이 약간 넘치는 것이다. 이 넘침이 만물에 생기를 불어넣는 동력이 된다. 萬物負陰而抱陽 沖氣以爲和라는 구절이 정확히 이것을 설명한다. 음을 등지고 양을 품되, 그 충돌하는 기운이 조화를 이룬다. 가만히 있는 것은 조화가 아니라 정체다.

적선지가필유여경(積善之家必有餘慶)이라는 말을 단순한 도덕 훈화로 읽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것을 에너지의 관점에서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25년 1월 예일대학교와 텔아비브대학교 공동 연구팀이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발표한 논문이 있다. 뇌의 보상 체계, 구체적으로 복측피개영역(VTA)을 활성화시키는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백신 접종 후 더 많은 항체를 생성했다는 내용이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긍정적 기대감에 집중하는 정신 전략을 쓰게 했고, 그 결과 면역 반응이 실제로 달라졌다. 생각이 몸을 바꾼다는 이야기가 뇌과학의 언어로 확인된 셈이다. 하버드 의대의 플라시보(Placebo) 연구도 비슷한 맥락인데, 가짜 약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복용한 환자들의 뇌에서 엔도르핀과 도파민 분비가 증가했다는 결과가 있다. 뇌와 몸은 생각보다 훨씬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마음이 향하는 방향이 신체의 반응을 실제로 바꾼다.

도교에서 말하는 덕(德)이란 결국 이 원리의 다른 이름이다. 도조(道祖)가 덕이라 부른 것은 허공에서 오는 에너지, 사사로움 없이 베푸는 정신이다. 해와 달과 별이 우주에 퍼져 있는 이유는 만물에 빛과 에너지를 주기 위해서지, 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선행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같은 구조다. 내어놓는 행위가 안에 쌓인 어두운 기운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밝은 기운이 들어올 공간을 만든다. 식물이 광합성을 하듯, 사람도 자기 안의 빛을 발할 때 외부의 에너지를 끌어들인다. 일이 꼬이고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안에 쌓인 음(陰)의 기운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 기운은 천천히, 자각 없이 몸과 마음에 쌓이고, 좀처럼 빠져나가지 않는다.

겸손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것이 있다. 역경 겸괘(謙卦)에 天道虧盈而益謙 人道惡盈而好謙이라 했다. 하늘의 이치는 가득 찬 것을 덜어내고 겸손한 것에 보태주며, 사람의 이치도 가득 찬 것을 싫어하고 겸손한 것을 좋아한다. 이것이 단순히 예절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현대 조직심리학이 뒷받침한다. 2022년 프론티어스 인 사이콜로지(Frontiers in Psychology)에 실린 연구에서 204명의 직원과 68명의 관리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겸손한 리더십이 구성원의 업무 성과와 유의미한 정(正)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반대로 1999년 코넬대학교의 더닝(Dunning)과 크루거(Kruger)가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능력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른바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다. 2017년 블록체인 열풍 때 수많은 스타트업이 탄생했다가 사라진 것도,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월스트리트의 자신만만한 트레이더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위험을 무시한 것도 이 효과의 실제 사례다. 자기가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상태가 가장 위험하다.

읽는 것의 문제도 가볍지 않다. 좋은 책을 읽으면 고요한 기운이 쌓인다. 옛 성현들이 천지자연에서 체득한 것을 글로 남긴 것이 고전이다. 도덕경이 그렇고, 장자가 그렇고, 주역이 그렇다. 그 안에 담긴 것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정제된 에너지다. 그러나 권모술수에 관한 것만 파고들면 마음이 차갑고 어두워진다. 남의 고통 위에 자기 쾌감을 세우는 것은 환자가 수혈이나 주사로 버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잠깐은 기운이 나는 것 같지만 근본적인 치유가 아니다.

에너지가 큰 사람이나 큰 흐름 곁에 있는 것도 방법이다. 산남수북(山南水北), 양달의 나무가 먼저 봄을 맞는다는 말이 있다. 나무는 스스로 자리를 옮기지 못하지만 사람은 옮길 수 있다. 수나라목사 인나활(樹挪死 人挪活)이라는 옛말이 그래서 나왔다. 다만 능력이 크면 파괴력도 크기 때문에, 덕이 바탕에 없으면 재앙이 된다. 재주가 높은데 덕이 얇으면 반드시 화를 입는다는 것은 역사가 반복적으로 증명해온 사실이다. 엔론(Enron)의 제프리 스킬링이 그랬고,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의 딕 펄드가 그랬다. 실력은 넘쳤지만 겸손과 덕목이 비어 있었고, 그 빈자리를 자만이 채웠을 때 결과는 파국이었다.

태상(太上)이 말하길, 禍福無門 唯心自召라 했다. 화와 복에는 정해진 문이 없고 오직 마음이 스스로 불러들인다. 이것을 미신이라 치부하기에는 현대 신경과학이 너무 많은 것을 밝혀냈다. 뇌 영상 연구들은 플라시보 반응이 단순한 자기암시가 아니라 엔도르핀,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실제 분비 변화를 동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언가를 기대하면 뇌가 그에 맞는 화학물질을 만들어낸다. 좋은 것을 기대하면 좋은 쪽의 반응이, 나쁜 것을 두려워하면 나쁜 쪽의 반응이 몸에서 일어난다. 도교의 천인감응(天人感應) 원리가 뇌과학의 언어로 번역되고 있는 것이다.

순천(順天)과 체천(聽天)은 다르다. 순천은 흐름을 읽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고, 체천은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주저앉는 것이다. 전자는 양(陽)의 자세이고 후자는 음(陰)의 자세다. 덕의 에너지, 지혜의 에너지, 자리의 에너지, 바른 마음의 에너지. 이 네 가지가 기운과 자기장을 바꾸는 열쇠라고 옛사람들은 말했다. 그중에서도 덕이 바탕이다. 요즘 세상에 꼼수로 잠깐 잘 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앞에서는 에너지가 넘쳐 보인다. 그러나 젊어서 신용을 다 써버린 사람의 노년이 어떤지는, 시장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라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안다. 덕이 자리에 맞지 않으면 에너지는 언젠가 역풍이 된다.

반은 하늘의 뜻이고 반은 사람의 몫이다. 음양이 합해져서 도가 된다는 것은 그런 뜻이다. 운명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포부보다는, 오늘 내 마음이 어느 쪽을 향하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것이 먼저이지만, 마음만 들어봐서는 변화하는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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