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선수촌 음식 순위, 매체를 믿지 않고 직접 검증해본 결과
밀라노 코르티나 올림픽이 한창이다. 선수촌 식당에서 남아프리카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 맷 스미스가 피자에 10점 만점에 8.5점을 줬고, 캐나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코트니 사로가 초콜릿 라바 케이크를 먹으며 파리의 그 유명한 머핀보다 낫다고 했다는 소식이 돌고 있다. 캐나다 여자 아이스하키팀은 포카치아에 빠져 있다. 이탈리아 음식이 맛있다는 건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 소식을 접하면서 문득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평창 올림픽 때 한국 매체들은 선수촌 음식이 역대 최고라는 뉘앙스로 보도했었다. 클로이 김이 아이스크림 타령을 하고 숀 화이트가 920달러짜리 버거를 먹었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그때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이번에 여러 나라 매체들을 찾아보니 재미있는 패턴이 보인다. 자국에서 올림픽을 치른 나라의 매체는 대체로 자기네 때가 최고였다고 쓴다.

이건 사실 매체라는 것의 태생적 한계다. 뉴스는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편집하는 것이다. 편집에는 반드시 관점이 들어가고, 관점에는 이해관계가 붙는다. 올림픽 음식 같은 가벼운 주제에서도 이 구조는 똑같이 작동한다. 그래서 한번 직접 확인해봤다. AI한테 전 세계 매체, 선수 피드백, 학술 리뷰까지 동원해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정리해보라고 시켰다. Reuters, BBC, NBC, New York Times 같은 주요 매체와 스포츠영양학 전문가 그룹인 PINES(Professionals in Nutrition for Exercise and Sport)의 보고서, PubMed에 올라온 메타분석 논문까지 교차 검증의 재료로 썼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2008년 베이징 여름 올림픽이 음식 안전성과 만족도 양쪽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WHO와 협력해 식품 안전 시스템을 구축했고, 180종이 넘는 요리를 제공했으며, 베이징 오리구이는 매일 300인분 이상이 소비됐다. 일본 수영 선수 기타지마 고스케는 역대 선수촌 중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다고 말했다. PubMed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이 대회의 식품 안전 체계는 이후 대형 국제 행사의 모범 사례로 남았다. 물론 그림자도 있다. 미국 올림픽위원회는 중국산 육류의 스테로이드 오염을 우려해 자국 선수단에게 별도 식량을 공급했고, 캐나다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2012년 런던은 규모에서 압도적이었다. 27일간 44개 장소에서 1,400만 끼를 제공한, 역사상 최대 규모의 평시 급식 작전이었다. 330톤의 과일과 채소, 100톤의 육류, 2만 5천 개의 빵이 투입됐다. 런던의 강점은 다문화 메뉴의 다양성이었다. 800개 이상의 식재료 공급업체와 협력했고, 지역 특산물 비율을 높여 영국 음식의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PINES 전문가 그룹은 런던에 비교적 좋은 평가를 남겼다. 다만 대기 줄이 30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았고, 일부 메뉴의 가격이 높다는 지적이 있었다.
평창은 어땠나. 18쪽짜리 메뉴판에 180종의 요리를 24시간 운영하며, 코셔와 할랄, 글루텐프리까지 포괄하는 여섯 가지 테마 뷔페를 갖췄다. PINES는 평창에 대해서도 긍정적 피드백을 남긴 것으로 학술 리뷰에 기록돼 있다. 그러나 노로바이러스가 터졌다. 개막 전 보안요원 41명이 입원한 것을 시작으로 86명까지 감염자가 늘었고, 조리 종사자에게서도 무증상 양성이 확인됐다. 1,200명의 보안인력을 격리하고 군인을 투입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선수 감염은 없었지만, 대회 운영에 상당한 타격을 줬다. 음식 자체의 맛과 다양성에 대한 평가는 나쁘지 않았으나, 일부 선수들은 메뉴가 단조롭다는 반응도 보였다.
도쿄 2020은 코로나라는 전례 없는 변수 속에서 치러졌다. 24시간 운영에 할랄, 코셔, 채식 옵션을 두루 갖추고 식품 안전은 최고 수준이었다. 아일랜드 럭비 선수 해리 맥널티 같은 이들은 다양성에 만족을 표했다. 그러나 코로나 방역 제한으로 유연성이 크게 떨어졌고, 한국 선수단은 후쿠시마 관련 방사능 우려를 이유로 자체 급식을 운영했다. 아담 피티는 나중에 도쿄 음식이 훌륭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는데, 이건 파리와 비교한 맥락에서 나온 말이라 할인해서 들을 필요가 있다.
파리 2024는 가장 논란이 많았다. 프랑스라는 이름값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조직위는 60%의 식사를 육류 없이, 30%를 식물성으로 제공하겠다는 야심 찬 지속가능성 목표를 세웠다. 문제는 이것이 선수들의 영양 요구와 충돌했다는 점이다. 영국 수영 선수 아담 피티는 생선에서 벌레가 나왔다고 주장했고, 단백질 부족과 30분 이상의 대기줄, 덜 익은 고기 제공 등의 불만이 쏟아졌다. 시몬 바일스는 제대로 된 프랑스 음식이 아니라고 평했고, 아이티 육상 선수 에멜리아 챗필드는 10점 만점에 0점을 줬다. 케이터링을 맡은 소덱소(Sodexo)는 결국 달걀과 구운 고기의 양을 대폭 늘려야 했다. 유일하게 전 세계적 찬사를 받은 건 초콜릿 머핀이었다. 노르웨이 수영 선수 헨릭 크리스티안센이 이 머핀에 열광하면서 별명이 머핀맨이 됐는데, 정작 프랑스 미식의 자존심은 머핀 하나에 기대야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리우 2016은 대체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PINES는 식품 라벨링과 메뉴 표기가 부실했다고 지적했고, 학술 리뷰에서도 리우와 소치 2014가 지속가능성과 음식 품질 양쪽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일한 위안은 맥도날드 무료 제공이었다는 것 자체가 상황을 말해준다.
이렇게 놓고 보면 순위가 대략 그려진다. 베이징 2008이 안전성과 맛의 종합에서 선두, 런던 2012가 규모와 다양성으로 2위, 평창 2018이 메뉴 포괄성으로 3위권, 도쿄 2020이 안전성은 좋았으나 코로나 제약으로 4위, 밀라노 코르티나 2026이 이탈리아 음식의 저력으로 선전 중이고, 파리 2024는 지속가능성이라는 이념과 현실 사이에서 고전했으며, 리우 2016은 꼴찌다. 물론 여름 대회와 겨울 대회는 규모가 다르고, 시대별 기준도 다르니 완벽한 비교는 불가능하다.
내가 이 작업을 한 이유는 올림픽 음식의 순위를 매기고 싶어서가 아니다. 매체가 전달하는 정보를 그대로 소비하는 습관이 위험하다는 걸 늘 느끼기 때문이다. 한국 매체가 평창이 최고였다고 쓰면 한국 독자는 그렇구나 하고, BBC가 런던을 칭찬하면 영국인은 그렇지 하고, 중국 관영매체가 베이징을 자랑하면 중국인은 역시 하고 넘어간다. 이건 올림픽 음식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제 전망, 정치 분석, 투자 정보, 모든 영역에서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 매체는 거울이 아니라 렌즈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비추는 것이 아니라 특정 방향으로 굴절시킨다. 20년 넘게 투자를 하면서 체득한 것 중 하나가 이것이다. 어떤 정보든 최소 세 개의 다른 시각에서 교차 확인하지 않으면 믿지 않는다. 올림픽 선수촌 밥 이야기 같은 가벼운 소재에서도 이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지금 밀라노에서 선수들이 포카치아와 라바 케이크에 감탄하고 있다. 4년 뒤 LA 올림픽 때는 미국 매체가 역대 최고의 선수촌 음식이라고 쓸 것이고, 한국 매체는 평창 때의 비빔밥과 김치를 그리워하는 기사를 낼 것이다. 그때도 나는 아마 같은 작업을 할 것이다. 직접 찾아보고, 교차 확인하고, 내 판단을 내리는 일. 세상에 공짜 정보는 없다. 누군가의 관점이 들어간 정보를 공짜로 소비하는 대가는, 결국 자기 판단력을 잃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