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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말 한마디의 값 – 송나라 유원의 이야기와 인과론

돈 빌려준 사람이 감옥에 가고, 빌린 사람이 떵떵거리는 세상이 송나라 때도 있었다. 절강성 영파에 하씨 성을 가진 주부가 있었다. 주부(主簿)라는 관직은 지금으로 치면 군청의 사무관 정도 되는 자리인데, 이 사람이 지역의 호족 임씨와 합작으로 관영 주점을 운영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임씨가 빚을 졌다. 이천 관,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백만 위안 이상, 한화로 약 2억 원쯤 되는 큰돈이다. 하 주부가 여러 차례 돈을 갚으라 해도 소용이 없자 결국 소송을 냈다. 그런데 임씨는 이미 손을 써놓은 뒤였다. 관아의 하급 관리 여덟 명을 매수해서 장부를 조작했다. 채권자와 채무자가 바뀌었다. 하 주부가 오히려 임씨에게 이천 관을 갚아야 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원고가 피고가 되고, 채권자가 채무자가 되는 이 기가 막힌 역전극에 하 주부는 감옥에 갇혀 모진 고초를 겪었다. 급기야 병이 들었다.

도교에서는 사람에게 주어진 수명이 본래 120세라고 본다. 포박자(抱朴子)의 저자 갈홍(葛洪)은 인간의 악행에 따라 수명이 깎인다고 했고, 태평경(太平經)에서도 선행과 악행의 축적이 운명을 좌우한다고 설파했다. 이른바 사과신(司過神)이라는 존재가 사람의 행실을 낱낱이 기록하여 명부에 보고하고, 그에 따라 수명이 늘기도 줄기도 한다는 것이다. 도교의 공과격(功過格)이라는 수행법도 같은 맥락인데, 매일 자신의 선행과 악행에 점수를 매겨 기록하는 일종의 도덕 장부다. 좋은 일을 하면 공(功)이 쌓이고 나쁜 일을 하면 과(過)가 쌓여서, 그 총합이 수명과 복록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이건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사람이 자기 행위의 결과를 스스로 책임진다는 일종의 자기 감시 체계였다.

이 영파의 이야기에서 눈여겨볼 인물은 하 주부가 아니라 유원(劉元)이라는 사내다. 평소 의협심이 강했던 이 사람은 사건 소식을 듣고 대놓고 떠들었다. 돈을 빌려주고도 감옥에 가다니, 이런 판에 관리가 다 무슨 소용이냐고. 자기에게 증인으로 나서게 해주면 그 잘못을 밝힐 수 있다고 했다. 장부를 조작한 여덟 명 중 두 사람이 이 소문을 듣고 불안해져서 유원을 술자리에 불러냈다. 이백 관을 내밀며 조용히 해달라고 했다. 가난한 유원에게 이백 관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었다. 그런데 유원은 불같이 화를 냈다. 불의한 돈으로 나를 더럽히지 마라, 굶어 죽더라도 한 푼도 받지 않겠다고. 그리고 그날 술값을 정확히 삼등분해서 자기 몫 600문을 계산하되, 현금이 없으니 입고 있던 윗옷을 벗어서 술값으로 치르고 성을 내며 나가버렸다.

이 장면이 의미심장한 것은, 유원의 선택이 그에게 아무런 실질적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손해만 봤다. 권력도 없고 돈도 없는 사람이 목소리를 높인다고 해서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유원 자신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가 한 마지막 말이 더 무겁다. 양간에서 해결이 안 되니 음부에서 밝혀지길 기다리겠다고 했다. 이건 체념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계의 질서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다. 현실에서 통하지 않는 정의가 다른 차원에서라도 구현되리라는 것, 이것이 도교적 세계관의 핵심 중 하나다. 포박자에서 갈홍이 말한 것처럼, 선행만 꾸준히 쌓으면 설령 별도의 수련을 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요절은 면한다는 논리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하 주부는 결국 옥에서 풀려난 뒤 얼마 못 가 죽었다. 죽기 전에 아들에게 관련 장부를 전부 관 속에 넣어달라고 유언했다. 죽어서라도 명부에 가서 고소하겠다는 것이었다. 하 주부가 죽은 뒤 한 달 안에, 장부를 조작한 여덟 명이 줄줄이 급사했다. 그로부터 다시 한 달 뒤, 유원도 머리가 어지럽고 몸이 좋지 않았다. 중풍 기운 같은 것이 왔다. 유원은 아내에게 말했다. 아마 하 주부가 저승에서 증인으로 불러가는 것 같다. 증언이 잘 되면 돌아올 수 있을 테니, 사흘 동안은 장례를 치르지 말아달라고. 사흘이 지나면 그때는 정말 죽은 것이니 그때 처리하라고.

유원은 과연 숨이 끊어졌다. 혼이 명부에 가니 하 주부가 기다리고 있었고, 대질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염왕은 하 주부의 계좌 문제는 이미 다 확인했으니 더 볼 것 없다고 하면서, 오히려 유원에게 물었다. 여덟 명 중 두 사람과 술을 마셨으니 그 일을 해명하라고. 유원은 정확하게 답했다. 술 다섯 잔에 반찬 세 그릇, 이백 관은 받지 않았다고. 전후 사정을 모두 밝혔다. 염왕이 감탄했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다니, 포상해야겠다며 수명을 조회하라고 했다. 유원의 수명이 79세로 나왔다. 염왕은 가난한 사람이 돈을 거부한 그 절개를 높이 사서, 한 기(紀) 즉 12년을 더해주라고 명했다.

일기(一紀)라는 단위는 도교에서 12년을 뜻한다. 목성이 황도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약 11.86년, 거의 12년이다. 동양 천문학에서 이 주기를 세성(歲星) 일주라 불렀고, 하늘의 시간 단위로 삼았다. 12지지가 12년 주기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수명을 12년 단위로 더하거나 빼는 것은 하늘의 시간 단위에 맞춘 것이니, 명부의 행정 체계가 천문 운행과 연동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유원은 이틀 밤낮 만에 깨어났다. 다만 머리카락이 다 빠져 있었다. 그 뒤로 별다른 병 없이 살다가 91세에 죽었다. 79 더하기 12는 91이다.

이 이야기의 출처는 송대 필기(筆記) 문학에 해당하는 인과 고사인데, 여기서 주목할 점은 유원이 한 일의 성격이다. 그는 누구를 구하지 못했다. 하 주부는 어차피 죽었고, 여덟 명의 악인도 유원의 힘으로 응징된 것이 아니다. 유원이 한 것은 오직 한 가지, 불의 앞에서 타협하지 않은 것뿐이다. 돈을 거부한 것도 대단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거부가 아무런 현실적 효과를 기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도교 경전 도덕경(道德經) 79장에는 天道無親 常與善人이라는 구절이 있다. 하늘의 도는 친소가 없으되, 늘 선한 사람의 편이라는 뜻이다. 유원의 이야기는 이 구절에 대한 하나의 주석처럼 읽힌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볼 것이 있다. 유원이 만약 그 자리에서 이백 관을 받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가난한 살림에 이백 관은 몇 년은 편하게 살 수 있는 돈이었다. 받았다 해서 당장 누가 죽거나 다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입을 닫으면 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게 한다. 아니, 그렇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힘없는 사람이 거대한 부정 앞에서 목소리를 높여봐야 결과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차라리 실리를 취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볼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이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장부가 따로 열리고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현실의 장부는 조작되었지만, 명부의 장부는 조작되지 않았다. 술 다섯 잔, 반찬 세 그릇, 거부한 이백 관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기록되어 있었다.

송나라 때 관영 주점 하나를 둘러싸고 벌어진 이 사건은 천 년이 지난 지금도 묘한 현실감이 있다. 장부를 조작하는 기술은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더 정교해졌고, 바른말 한마디의 값은 예나 지금이나 그다지 높지 않다. 다만 유원이 옷을 벗어 술값을 치르고 나간 그 술집의 풍경은, 때때로 떠올려볼 만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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