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이 깊으면 잘못도 복이 된다는 말이 있다.
오래전 어느 중소기업 사장의 이야기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 그는 공장 확장을 위해 은행 대출을 신청했다. 서류는 완벽했고 승인만 남은 상태였는데, 담당 직원의 실수로 대출이 한 달 늦어졌다. 당시 그는 분노했다. 사업 확장의 적기를 놓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한 달 사이 IMF가 터졌다. 대출을 받았더라면 그는 파산했을 것이다. 은행 직원의 실수가 그를 살렸다.

도덕경에서 말하는 화복(禍福)의 관계가 이런 것이다. 화는 복이 기대어 있는 곳이고, 복은 화가 숨어 있는 곳이다. 사주명리로 보면 이것은 용신(用神)과 기신(忌神)의 전환과 같다. 대운의 흐름에 따라 흉한 기운이 길한 기운으로 바뀌기도 하고, 그 반대도 일어난다. 세상사가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문제는 그 전환의 조건이다.
평소 덕을 쌓은 사람은 화를 만나도 그것이 복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음덕(陰德)이라는 것이 그런 식으로 작동한다. 남모르게 쌓은 선행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운의 흐름을 바꾼다. 반대로 악행을 일삼던 사람은 복을 만나도 그것이 화로 변한다. 로또 당첨자의 상당수가 몇 년 내에 파산하거나 불행해지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복을 감당할 그릇이 안 되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 골드만삭스의 트레이더였던 그렉 스미스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회사가 고객을 속여 이익을 챙기는 관행에 환멸을 느끼고 2012년에 사직서를 뉴욕타임스에 기고문으로 발표했다. 당시 그는 수백만 달러의 보너스를 포기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바보라고 했다. 그런데 그 이후 골드만삭스는 수차례 대형 스캔들에 휘말렸고, 남아있던 동료들 중 상당수가 법적 처벌을 받거나 경력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당장의 손해가 장기적 이득이 되고, 당장의 이득이 장기적 손해가 된다. 이것을 알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이유는 눈앞의 것만 보기 때문이다.
질병도 마찬가지다. 40대에 당뇨 진단을 받고 식습관을 완전히 바꾼 사람이 80대까지 건강하게 사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병이 없었다면 계속 술과 기름진 음식으로 몸을 망쳤을 것이다. 화가 복이 된 것이다. 반면 젊어서 건강을 믿고 방탕하게 산 사람이 50대에 갑자기 쓰러지는 일도 흔하다. 복이 화가 된 것이다.
도교에서는 이것을 천도(天道)의 운행이라고 본다. 하늘의 뜻은 인간의 판단과 다르다. 인간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늘은 나쁘다고 보기도 하고, 인간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을 하늘은 좋다고 보기도 한다. 그래서 수행자는 당장의 화복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지금의 화가 훗날의 복일 수 있고, 지금의 복이 훗날의 화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덕을 쌓는 일이다. 덕이 깊으면 화가 와도 복으로 전환되고, 덕이 얕으면 복이 와도 화로 전환된다. 운명을 바꾸는 방법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