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예언들과 한국

세계 각지의 예언가들이 가까운 미래에 대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흥미로운 공통점과 차이점이 드러난다.

발칸의 노스트라다무스라 불리는 바바 뱅가는 불가리아의 맹인 영매였다. 1996년 세상을 떠난 그녀는 생전에 수많은 예언을 남겼는데, 9/11 테러,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다이애나 비의 죽음, 버락 오바마의 당선 등을 예언했다고 전해진다. 2025년과 2026년에 대한 그녀의 예언으로는 유럽에서 시작되는 대규모 분쟁, 러시아에서 세계의 주인이 될 강력한 지도자의 출현, 대지진과 화산 폭발, 인공지능의 급격한 부상, 그리고 외계 생명체와의 첫 접촉 등이 언급된다. 그녀의 추종자들은 아시아, 특히 중국이 글로벌 파워로 부상할 것이라는 예언도 전한다. 대만이나 남중국해에서 영향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16세기 프랑스의 점성술사 노스트라다무스는 1555년 예언집을 출간했다. 그의 사행시는 모호한 라틴어와 고대 프랑스어로 쓰여 있어 해석이 분분하다. 2026년에 대해 그의 추종자들이 인용하는 구절로는 “일곱 달의 대전쟁, 악으로 인해 사람들이 죽으리라”가 있다. 또한 “벌 떼가 일어나리라… 밤에 매복이…”라는 구절을 두고 정치적 인물들의 승리를 암시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스위스 티치노 지역이 피로 넘칠 것이라는 구절은 유럽 내 새로운 분쟁을 예고하는 것으로 읽히기도 한다. 다만 역사학자들은 그가 특정 연도를 명시한 적이 없으며, 모든 해석은 후대의 재해석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의 만화가 료 타츠키는 1999년 내가 본 미래라는 만화책을 출간했다. 책 표지에 2011년 3월 대재앙이라고 적었는데, 실제로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자 이 책은 예언 만화로 주목받았다. 2021년 재출간판에서 그녀는 2025년 7월 5일에 일본과 필리핀 사이 해저에서 균열이 일어나 대쓰나미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예언은 동아시아 전역에서 화제가 되어 홍콩에서 일본행 항공권 예약이 83퍼센트 감소하고, 한국과 대만에서도 일본 여행 취소가 이어졌다. 그러나 해당 날짜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타츠키 본인도 자신은 예언자가 아니며 꿈을 기록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브라질의 아토스 살로메는 살아있는 노스트라다무스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엘리자베스 여왕의 죽음,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등을 예언했다고 주장한다. 2025년과 2026년에 대한 그의 예언으로는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글로벌 전력망 마비, 인공지능의 돌이킬 수 없는 발전, 유전자 변형 인간의 공개, 외계 생명체 존재의 공식 발표 등이 있다. 그는 3차 세계대전의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것은 사람의 전쟁이 아니라 기계의 전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예언자 진 딕슨은 케네디 대통령 암살을 예언한 것으로 유명해진 인물이다. 그녀는 1969년 저서에서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전쟁이 2025년에서 2037년 사이에 일어날 것이며 중국이 승리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냉전 시대의 예언가답게 그녀의 비전에는 공산주의에 대한 경계심이 짙게 배어 있었다.

로스앤젤레스의 심령술사 주디 헤븐리는 매년 세계 정세에 대한 예언을 발표한다. 그녀는 2025년 예언에서 미국이 다시 세계 최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이며, 일본이 북한과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해 미국에서 순항 미사일을 구매해 군사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6년에 대해서는 트럼프와 멜라니아 대통령 부부의 중국 방문이 양국 관계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며, 푸틴 대통령이 건강 문제를 겪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영국의 영매 크레이그 해밀턴-파커는 유튜브를 통해 정기적으로 예언을 발표하는데,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향후 전개, 중동 정세, 그리고 중국의 부상에 대해 주로 언급한다. 미국의 목사 브랜든 빅스는 2024년 트럼프에 대한 암살 시도를 예언한 것으로 유명해졌으며, 그의 비전에는 이란과 러시아, 중국 등이 연합하는 시나리오가 자주 등장한다.

한국에는 자체적인 예언 전통이 있다. 정감록(鄭鑑錄)은 조선 시대부터 전해 내려온 예언서로, 이씨 왕조의 쇠망과 정씨 성을 가진 진인의 출현을 예언한다. 이 책이 일본의 36년 식민 지배 기간과 한반도의 남북 분단을 예언했다는 주장이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남북통일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격암유록(格菴遺錄)은 조선 시대 예언가 남사고의 저작으로 알려져 있으나, 현대 역사학계에서는 20세기에 조작된 위서로 간주한다.

이렇게 세계 각지의 예언을 종합해보면,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거의 없다. 바바 뱅가, 노스트라다무스, 진 딕슨, 아토스 살로메 등 서양의 주요 예언가들은 유럽, 러시아, 중국, 중동에 대해서는 상세한 비전을 전하지만, 한반도를 직접 언급하는 경우는 드물다. 아시아에 대한 예언도 대부분 중국의 부상이나 일본의 지진에 집중되어 있다. 료 타츠키의 2025년 7월 대지진 예언 때 한국 여행객들이 일본행을 취소했다는 기사가 있을 정도로, 한국은 이웃 나라의 예언에 영향을 받는 위치에 있을 뿐 예언의 직접적인 대상이 되는 경우는 적다.

주디 헤븐리가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더 요구하거나 철수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 크레이그 해밀턴-파커가 중국이 북한을 통해 남한을 공격할 수 있다고 말한 것 정도가 한국을 직접 언급한 예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것도 미국이나 중국 관련 예언의 부수적인 언급에 가깝다.

세계 예언가들의 관심은 주로 강대국 간의 충돌, 특히 미국과 러시아, 미국과 중국 사이의 긴장에 집중되어 있다. 유럽에서 시작될 전쟁, 중동의 분쟁 확대, 인공지능의 급격한 발전, 기후 재해, 경제 위기, 그리고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다. 한반도는 이 거대한 지정학적 서사에서 독립적인 주인공이 아니라 주변부에 위치한다.

물론 예언이라는 것 자체가 사후에 맞춰 해석되는 경향이 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사행시는 너무 모호해서 거의 모든 사건에 끼워맞출 수 있고, 바바 뱅가의 예언도 구전으로 전해져 원문 확인이 불가능하다. 예언의 적중률을 검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예언은 수천 년 동안 인류의 상상력을 자극해왔고, 불확실한 시대에 사람들이 미래를 엿보고 싶어하는 욕구를 반영한다.

한국의 전통 예언서인 정감록은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이것은 한국인의 한국인에 의한 예언이다. 외부의 시선으로 볼 때 한반도는 예언가들의 레이더에서 상대적으로 조용한 지역이다. 이것을 다행으로 볼 수도 있고, 단순히 관심권 밖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럼 한국에서는 아무일도 발생하지 않을까?

그럴리가 있겠나?

금융위가 발생하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에 무슨 큰일들이 터지면, 당연히 한국은 첫번째로 타격을 입는 나라다. 단지 예언가들은 자국 위주로 보게 되니까, 한국에는 큰 사건들도 그들에게는 중요한 일이 아닐 테니까, 우리도 마찬가지 아닌가? 태국에 큰 홍수가 났다는 것,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이고, 아프리카에서 무슨일 생겼는지 모르는게 정상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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