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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이 스스로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배 위로 내려앉는다. 2025년 11월 13일, 제프 베조스의 블루오리진이 만든 뉴 글렌 로켓이 대서양 한복판, 604킬로미터 떨어진 회수선 위에 수직으로 착륙했다. 높이 57미터, 아파트 20층짜리 거대한 금속 덩어리가 마치 새가 나뭇가지에 내려앉듯 정확하게 자리를 잡았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단순히 엔지니어들의 실력 때문만이 아니다. 이 회사는 아마존 웹 서비스와 손잡고 블루GPT라는 인공지능 에이전트 시스템을 개발 전 과정에 투입했다. 예전에는 4일 걸리던 시뮬레이션 분석이 4시간으로 줄었고, 수년이 걸리던 하드웨어 개발이 며칠 만에 끝나는 일도 생겼다. 인공지능이 설계를 검토하고, 수만 건의 재진입 데이터를 분석하고, 엔진 제어 알고리즘을 최적화했다. 인간 팀과 인공지능 팀이 함께 일하는 새로운 형태의 협업이었다.

아마존은 올해 리인벤트 2025에서 프론티어 에이전트라는 새로운 개념을 공개했다. 이 에이전트들은 몇 시간, 심지어 며칠 동안 자율적으로 작업을 수행한다. 소프트웨어 개발 팀의 일원처럼 코드를 짜고, 보안 취약점을 점검하고, 시스템 장애를 예방한다. 과거의 인공지능이 질문에 답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의 에이전트는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여러 단계의 작업을 수행하며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2025년을 인공지능 에이전트의 해라고 선언했다. 그는 미래의 기업이 인간 직원과 디지털 직원의 조합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간호사, 인공지능 회계사, 인공지능 변호사가 인간과 함께 일하는 시대.

젠슨 황은 흥미로운 사례를 들었다. 몇 년 전, 방사선 영상 판독을 인공지능이 대신하면 방사선과 의사들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그런데 결과는 반대였다. 인공지능이 영상 분석을 빠르게 처리하자, 의사들은 더 많은 환자를 볼 수 있게 되었고, 더 복잡한 케이스에 집중할 시간이 생겼다. 병원들은 오히려 더 많은 환자를 받게 되었고, 의사들은 더 바빠졌다. 황은 이것을 근거로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더 바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낙관적인 전망에는 한 가지 전제가 숨어 있다. 지금의 인공지능이 아직 모든 것을 해낼 만큼 충분히 발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방사선과 의사들이 여전히 필요한 것은 인공지능이 복잡한 판단과 환자와의 소통, 예외적인 상황 처리를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능력이 지금 수준에서 멈춘다면 젠슨 황의 말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멈추지 않는다. 매년, 아니 매달 더 똑똑해지고 있다. 지금 인간이 해야 하는 복잡한 판단들을 내년에는 인공지능이 해낼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도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중국의 바이트댄스가 만든 도우바오 인공지능 휴대폰은 그 다음 단계가 어떤 모습일지 보여준다. 이 전화기는 사용자가 “주변에서 제일 저렴한 커피를 주문해줘”라고 말하면 여러 앱을 동시에 열어 가격을 비교하고 가장 싼 곳에서 주문을 완료한다. “여행을 가려는데, 비행기, 기차, 자동차 모든 옵션을 비교해서 가장 가성비 좋은 방법 몇 가지를 추천해줘”라고 하면 그것도 해낸다. 식당을 예약하고, 사진에서 지나가는 행인을 지우고, 여러 쇼핑몰에서 같은 물건의 최저가를 찾아서 결제까지 진행한다. 사용자는 복잡한 비교와 판단의 과정을 모두 건너뛰고, 마지막 결제 버튼만 누르면 된다. 첫 물량 3만 대가 순식간에 매진되었고, 중고 시장에서는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 중국의 주요 앱들이 이 인공지능 휴대폰의 접근을 차단하면서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알리페이와 타오바오, 핀둬둬 같은 대형 플랫폼들이 도우바오의 자동 조작을 막았다. 기존 생태계의 저항이다. 하지만 이런 저항은 결국 시간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더 편리한 것을 경험한 소비자들은 다시 불편한 것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만약 애플이 비슷한 기능을 내놓은다면? 만약 삼성이 비슷한 기능을 내놓은다면? 대다수의 앱들은 죽을수도 있다.

이것이 보편화되고, 인공지능 에이전트의 능력이 계속 올라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런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사이의 격차는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질 것이다. 뉴 글렌 로켓을 만든 블루오리진처럼 인공지능을 개발의 핵심에 배치한 회사는 경쟁자를 멀찌감치 따돌릴 수 있다. 4일 걸리던 일을 4시간에 끝내는 회사와, 여전히 4일을 쓰는 회사가 같은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겠는가.

기업 간 격차만이 아니다. 유엔개발계획은 2025년 12월, 인공지능이 국가 간 불평등을 산업혁명 때처럼 크게 벌릴 수 있다고 경고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른바 새로운 대분기(Great Divergence)의 시대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특화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국가는 고작 32개국뿐이다. 미국과 중국이 전체의 90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아프리카와 남미 대부분의 국가에는 이런 인프라가 존재하지 않는다. 인공지능 시대의 경쟁력이란 결국 컴퓨팅 파워와 데이터, 인재, 그리고 이것들을 활용할 수 있는 거버넌스 역량에 달려 있는데, 출발선 자체가 너무나 다르다.

싱가포르와 한국, 일본, 중국은 인공지능 인프라와 인재 양성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은 전 세계 인공지능 특허의 거의 70퍼센트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 인구의 4분의 1은 아직 인터넷에 접속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남아시아 여성들은 남성보다 스마트폰을 소유할 확률이 40퍼센트나 낮다. 기초적인 디지털 접근성조차 확보하지 못한 국가들이 인공지능 에이전트 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한때 인터넷에 접속하느냐 마느냐가 국가와 개인의 경쟁력을 결정했다. 지금은 인공지능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 연구진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국가들이 21세기의 석유 생산국처럼 국제사회에서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핵심 자원에 대한 접근권을 쥔 자가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것이다.

블루오리진의 로켓 회수 성공은 단순한 기술적 성취가 아니다. 인공지능과 함께 일하는 방식을 익힌 조직이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스페이스X가 처음 로켓 착륙에 성공한 2015년 이후 10년이 걸렸지만, 블루오리진은 두 번째 시도에서 성공했다. 그 사이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개발 과정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로켓을 회수하는 일과 커피 한 잔을 주문하는 일은 규모가 다를 뿐 같은 원리다. 복잡한 변수들을 분석하고, 최적의 경로를 찾아내고, 실행한다. 인공지능 에이전트는 이 모든 과정에서 인간이 해야 했던 수많은 단계를 대신 처리한다. 그 능력이 계속 향상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공지능은 조금씩 더 똑똑해지고 있다. 오늘 인간이 해야 하는 일 중 얼마나 많은 것이 내년에도 여전히 인간의 몫으로 남아 있을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국가도, 기업도, 개인도 이 흐름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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