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Ai 거품론

인공지능이 거품이라는 주장이 있다. 실제 생산성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인공지능을 써보지 않았거나,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술 자체의 한계가 아니라 사용자의 한계인 셈이다.

C.H. Robinson Worldwide라는 회사가 있다. 미국 Fortune 500에 속하는 세계 최대 물류 회사 중 하나로, 2024년 매출이 약 170억 달러에 달한다. 이 회사는 트럭을 직접 보유하지 않는다. 화주와 운송업체를 연결하는 중개 플랫폼 사업을 한다. 하루에 수만 건의 화물을 처리하는데, 그 과정에서 이메일로 주문을 받고, 견적을 내고, 운송업체를 배정하고, 배송을 추적하는 일이 반복된다. 사람이 하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수도 생긴다.

2023년부터 이 회사는 본격적으로 생성형 인공지능과 에이전트 인공지능을 도입했다. 결과가 어땠을까. 하루 10,000건 이상의 이메일 거래가 자동화되었다. 과거에 수 시간 걸리던 주문 처리가 90초로 줄었다. 가격 견적 요청에 자동으로 응답하는 시스템은 하루 2,600건을 처리하는데, 건당 32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생산성이 30퍼센트 증가했고, 직원 한 명당 처리하는 일일 화물 건수는 40퍼센트 이상 늘었다.

중요한 건 이게 물류 불황기에 일어난 일이라는 점이다. 미국 화물 운송 시장은 2022년 이후 장기 침체를 겪고 있다. 팬데믹 때 급등했던 운임이 폭락하면서 많은 물류 회사들이 적자를 냈다. C.H. Robinson도 매출이 감소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오히려 늘었다. 2025년 3분기 조정 주당순이익이 전년 대비 9.4퍼센트 상승했고, 2026년 영업이익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했다. 주가는 2025년 들어 60퍼센트 올랐다. 같은 기간 S&P 500보다 40퍼센트 높은 수익률이다.

비결은 단순하다. 반복 업무를 인공지능에게 맡기고, 사람은 복잡한 문제와 고객 관계에 집중하게 했다. 견적 요청에 대한 응답률이 65퍼센트에서 100퍼센트로 올랐다. 더 빨리 응답하니까 계약 성사율도 높아졌다. 비용은 줄이면서 매출은 늘리는, 업계에서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을 해낸 것이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건 명확하다. 인공지능의 수혜는 정보기술 기업이나 첨단 기술 회사만의 것이 아니다. 트럭과 창고로 돈을 버는 물류 회사도 인공지능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이메일을 읽고 분류하고 응답하는 일, 데이터를 정리하고 보고서를 만드는 일, 고객 문의에 답하는 일은 모든 산업에 존재한다. 그런 일을 인공지능이 대신하거나 보조할 수 있다면, 그 회사는 같은 인력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도입한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 사이의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것이다. C.H. Robinson의 경쟁사들 중에는 아직 수작업에 의존하는 곳이 많다. 같은 일을 하는데 한쪽은 90초, 다른 쪽은 수 시간이 걸린다면 결과는 자명하다. 이건 물류 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금융, 의료, 법률, 제조업, 어디서든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고, 앞으로 더 빠르게 벌어질 것이다.

거품은 실체가 없을 때 쓰는 말이다. C.H. Robinson이 보여준 숫자들은 실체다. 생산성 30퍼센트 증가, 주가 60퍼센트 상승, 불황 속 영업이익 확대. 이 정도면 거품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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