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그릇의 무게

양씨 노인이 아들 신방을 짓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품앗이로 도와 집이 빠르게 올라갔고, 완공일에 노인은 아내에게 고기를 푸짐하게 삶아 대접하라 했다. 평생 허리 한번 안 펴고 일한 부부였으니 그 정도 여유는 있었다.
고기 냄새를 맡고 거지 하나가 마당에 들어섰다. 양씨 노인은 쫓아내지 않았다. 아내에게 눈짓해 큰 사발에 고기를 수북이 담아 건넸다. 거지가 고기를 다 먹고 나서 입을 열었다.
“당신은 좋은 사람이야. 그러니 한 가지 말해주지. 이 새 집에 들어가면 안 돼. 곧 피를 보게 될 테니.”
노인이 어떻게 하면 피할 수 있냐고 물었다. 거지가 말했다.
“원래 천기는 누설하면 안 되는 건데, 당신네 가족이 평소에 쌓아둔 덕이 있어서 여기까지 온 거야. 새 집이 완공되면 사흘 동안 들어가지 마. 헌집에서 지내되, 아무에게도 어디 있는지 말하지 말고. 사흘이 지나면 재앙은 저절로 풀려.”
노인이 공손히 거지를 배웅했다. 아내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니, 처음엔 거지 말을 어찌 믿냐 했지만, 믿든 안 믿든 손해 볼 건 없다는 데 동의했다. 그날 밤 부부는 조용히 식량을 사들여 헌집에 쌓아두고, 아들까지 불러들여 사흘을 버텼다.
사흘째 되는 새벽, 새 집이 무너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노인이 달려가 보니 멀쩡하던 집이 완전히 내려앉아 있었다. 만약 그 안에서 잤다면 온 가족이 깔려 죽었을 것이다. 노인은 관가에 신고하려고 돌아섰다.
그때 옆집 장씨 노인이 아들을 끌고 헐레벌떡 달려왔다. 장씨의 아들이 양씨 노인 앞에 무릎을 꿇었다. 장씨가 말했다.
“이놈이 저지른 짓이야. 자네 아들이 취화랑 혼인한다는 소식 듣고 앙심을 품었어. 원래 이놈도 취화를 좋아했거든. 우리 집이 가난해서 감히 말도 못 꺼내고 있다가, 대들보에 손을 댔더군. 오늘 새벽에 이놈이 허겁지겁 돌아오는 걸 보고 다 알았어. 관가에 신고한다기에 급히 왔네. 집은 우리가 다시 지어줄게. 제발 한 번만 봐주게.”
양씨 노인의 화가 조금 누그러졌다. 그가 말했다.
“원래 관가에 가려 한 건 누가 했는지 몰라서였어. 범인을 모르면 다음에 또 당할 수 있으니까. 이제 알았으니 신고는 안 하겠네. 집도 전보다 좋을 필요 없어. 똑같이만 지어주면 돼. 자네 집 형편도 아니까.”
장씨의 아들이 머리를 조아렸고, 장씨가 빚을 내서 집을 새로 올렸다. 그 빚을 갚기 위해 장씨의 아들은 타지로 돈을 벌러 떠났다. 몇 년 후 빚을 다 청산하고 돌아왔다.
양씨 노인의 아들은 취화와 혼인해 아이를 낳았다. 젊은 부부가 부모를 봉양하니, 노인 부부는 더 이상 일하지 않고 손주나 보며 살았다.
이 이야기에서 한 가지 생각해볼 것이 있다. 양씨 노인이 거지에게 고기를 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이다. 다만 새 집에서 첫날밤을 맞이했을 것이고, 가족 모두가 무너진 집 아래 깔렸을 것이다. 누가 범인인지도 영영 알 수 없었을 것이다.
고기 한 그릇의 값이 얼마인가. 양씨 노인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가족 전체의 목숨값이 되어 돌아왔다. 세상일이 이렇다. 무엇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저 눈앞에 있는 일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만 있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