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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의무고용제도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를 둘러싼 논쟁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한다. 국가가 민간기업의 인력 구성에 개입하는 것이 정당한가, 그리고 그 방식이 효과적인가.

현실을 직시하면, 장애의 유형과 정도에 따라 수행 가능한 직무가 다르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시각장애인이 항공기 조종사가 될 수 없고, 청각장애인이 콜센터 상담원으로 일하기 어렵다. 이것은 차별이 아니라 물리적 현실이다. 문제는 이 현실을 어떻게 제도로 반영하느냐에 있다.

한국은 현재 50인 이상 민간기업에 3.1퍼센트의 장애인 고용을 의무화하고, 미달성 시 월 1인당 약 백만 원의 부담금을 부과한다. 이 금액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실제 달성률은 2.8퍼센트에 머문다. 부담금을 내는 것이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보다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 되어버린 기업들이 있다는 뜻이다.

반면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는 다른 길을 걷는다. 미국은 일반 민간기업에 의무를 부과하지 않고, 연방정부와 계약하는 업체에만 7퍼센트 기준을 적용한다. 영국은 아예 법적 강제가 없다. 대신 Disability Confident라는 인증제도를 운영하는데, 장애인 고용에 적극적인 기업에 인증 마크를 부여하고, 이것이 기업 이미지와 공공계약 수주에 영향을 미치도록 설계했다. 흥미로운 점은 영국의 장애인 고용률이 약 19퍼센트로, 강제 의무가 있는 많은 국가들보다 높다는 사실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강력한 강제 모델을 유지한다. 독일은 20인 이상 기업에 5퍼센트, 프랑스는 6퍼센트를 요구하며 부담금도 상당하다. 실제 달성률은 각각 4.6퍼센트와 4.9퍼센트로, 목표에 근접하긴 하지만 완전히 도달하지는 못한다.

여기서 한 가지 대안적 모델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일반 기업에 의무를 부과하는 대신, 장애인 중심 사회적 기업에 강력한 인센티브를 집중하는 방식이다. 장애인 근로자 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인 기업에 세제 혜택, 공공조달 우선권, 저리 융자 등을 제공하고, 해당 기업들이 장애 유형에 맞는 전문 직무를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덴마크의 플렉스잡 제도나 네덜란드의 사회적 고용 프로그램이 이와 유사한 접근을 취한다.

이 방식의 장점은 명확하다. 장애인을 고용할 역량과 의지가 있는 조직에 자원이 집중되고, 억지로 떠맡은 의무가 아니라 전문성을 갖춘 환경에서 장애인 근로자가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단점도 있다. 장애인 고용이 특정 영역에 격리되어 일반 노동시장과의 통합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다.

결국 이 문제는 두 가지 가치의 충돌이다. 하나는 장애인도 일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어디서든 일할 권리가 있다는 통합의 이상이고, 다른 하나는 각자가 가장 잘 기여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다는 효율의 현실이다.

한국의 부담금 액수는 세계 최고인데 달성률은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강제가 없는 영국의 자발적 고용률이 의외로 높다. 숫자들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이런 글들이 수행과 무슨관계인가 싶겠지만, 일상이 수행이라는 것, 수행은 결국 더 나은 내가 되고, 지혜를 높이는 것이 수행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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