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sdom

화려한 경력이 재취업의 적이 되는 순간

화려한 경력은 재취업의 적이 된다. 나이가 들수록 그 경력은 방패가 아니라 짐이 된다. 이것은 감상이 아니라 숫자가 말하는 현실이다.

중국에는 ’35세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2018년 무렵 IT 개발자들 사이에서 처음 돌기 시작한 이 말은 팬데믹 이후 사회 전반으로 퍼졌다. 35세가 넘으면 새 직장을 구하기가 극단적으로 어려워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공무원 시험조차 응시 상한이 35세였고, 2025년 10월에야 처음으로 38세로 올렸다. 1994년 이후 31년 만의 일이다. 그마저도 중국 내부에서는 “기대보다 보수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수치를 보면 체감이 다르다. 2025년 1분기 기준, 중국 40~55세 인구의 실업률은 5.6퍼센트로 전년 대비 0.8퍼센트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5년 중 최고치다. 도시 지역 16~24세 실업률이 18.9퍼센트에 달하는 상황에서, 젊은이도 일자리가 없는데 40대를 뽑을 이유가 기업 입장에서는 더 줄어든다. 글로벌 500대 기업 임원 출신인 41세 루모 씨는 퇴직 후 3년째 무직이다. 42세 설계사는 40세 이후 2년 동안 세 번 실직했고, 지금은 도서관에서 하루를 보낸다.

여기서 흥미로운 역설이 발생한다. 경력이 화려할수록 재취업이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판 틱톡에서 40대 사업가가 자기 경험을 이야기했다. 예전에 자기가 창업한 회사에 면접을 보러 온 사람이 있었다. 이력서를 보니 경력이 화려하고 이전 연봉도 높았다. 첫 반응은 “이런 사람이 왜 여기에?”였고, 두 번째 반응은 “사기 아니야?”였다. 의심의 눈으로 보기 시작하니 모든 것이 수상해 보였다. 상대방도 그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스스로 눈높이를 낮추고, 요구 조건도 줄였다. 그런데 그 당혹해하는 모습이 오히려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굳혔다. 결국 뽑지 않았고, 당시에는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본인이 취업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내 경력이면 금방이겠지, 라고 생각했다. 면접 기회조차 오지 않았다. 겨우 잡은 면접에서 똑같은 시선을 받았다. 자기가 예전에 했던 그 시선을.

이 이야기가 공감을 얻는 이유는 구조적이다. 미국 모집 전문기업 유앤뎀(You and Them)의 CEO 다나 시옴코스는 “‘과잉 자격'(Overqualified)이라는 말은 ‘나이가 너무 많다’의 다른 표현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AARP 조사에 따르면 40~65세 근로자의 78퍼센트가 직장 내 나이 차별을 경험하거나 목격했다. 팬데믹 이전의 61퍼센트에서 크게 올랐다. 와튼스쿨의 피터 카펠리 교수는 나이 든 구직자가 “기술에 약한 경직된 사람”이라는 고정관념에 시달린다고 지적한다. 젊은 관리자들이 자기보다 경험 많은 사람을 부하로 두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현상도 보고된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한국시니어신문이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50~60대의 재취업 평균 소요 기간은 4.4개월이다. 취업 성공률은 51.8퍼센트에 그치고, 30.8퍼센트는 여전히 구직 중이며, 17.5퍼센트는 아예 경제활동을 포기했다. 더 뼈아픈 숫자가 있다. 이전 직장에서 정규직이었던 비율이 76.1퍼센트인데, 재취업 후에는 37.6퍼센트로 뚝 떨어진다. 소득은 50대가 24.5퍼센트, 60대 이상이 29.3퍼센트 감소한다. 비자발적 퇴직이 62.5퍼센트다.

KDI 한국개발연구원의 분석도 이 현실을 뒷받침한다. 20~30대는 분석, 기획 같은 고숙련 직무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지만, 50대 이후 이직하면 반복적이고 신체적인 직무로 이동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경력 20년의 기획 임원이 재취업 시장에서는 그 20년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셈이다.

쓰레드에서 본 이야기도 비슷했다. 대기업 임원 출신이 나오면서 여기저기서 모셔갈 줄 알았다고 했다. 아니었다. 헤드헌터들도 솔직하게 말한다. 나이가 들면 가성비 계산이 달라진다고.

사실 이 문제는 경험해 본 사람만 안다. 30대에 이미 화려한 경력을 쌓아올린 사람이 있었다. 연봉도 높았고, 직책도 높았다. 그런데 막상 이직하려니 애매했다. 임원을 시키기엔 너무 젊고, 팀장을 시키기엔 이전 직급이 너무 높고, 실무자로 들어가자니 연봉이 맞지 않았다.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능력의 포장이 너무 커서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이 현상의 본질은 단순한 나이 차별이 아니다. 시장이 사람을 평가하는 방식의 문제다. 이력서에 적힌 경력과 직급과 연봉은 그 사람의 능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 사람을 채용했을 때의 리스크를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이 사람이 이 자리에 만족할까?” “이전 직급보다 낮은 자리에서 잘 적응할까?” “팀원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경력이 화려할수록 이런 질문이 많아지고, 질문이 많아질수록 면접관은 뽑지 않는 쪽으로 기운다.

2022년 발표된 학술 연구는 “나이가 업무 성과에 일관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오랜 경력이 가져다주는 지식, 네트워크, 숙련된 프로세스는 수치로 잡히지 않는 가치다. 그러나 채용 시장은 이 가치를 측정하지 않는다. 측정하는 것은 나이, 이전 연봉, 직급이다. 측정 가능한 것만 보는 시장에서, 측정 불가능한 가치를 가진 사람은 역설적으로 불리하다.

중국 정부는 정년을 남성 60세에서 63세로, 여성 50세에서 55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35세 이상을 뽑지 않는 시장에서 63세까지 일하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정년 연장 논의는 활발하지만, 50대 재취업자의 정규직 비율이 반 토막 나는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

결국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경력을 쌓는 것이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배웠다. 더 높은 자리, 더 많은 경험, 더 큰 성과. 그것이 자산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자산이 부채가 된다. 정확히 언제, 어떤 조건에서 전환이 일어나는지는 당사자도 모른다. 알게 되는 순간은 이미 면접장에 앉아 있을 때다.

중국 틱톡의 그 사업가가 결국 깨달은 것도 그것이었을 것이다. 예전에 자기가 내렸던 판단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그 판단의 잣대가 언젠가 자기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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