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sdom

돈이 흐르는 곳에 인간이 있다, 사업의 본질

돈이 흐르는 곳에는 반드시 인간이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인간의 어떤 결핍이 있다. 사업이란 결국 타인의 필요를 읽고 그것을 채워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 행위인데, 그 필요라는 것의 정체를 뜯어보면 대부분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된다. 아무도 이것을 나쁘다고 말하기 어렵다. 다만, 그 구조를 한번쯤 들여다볼 필요는 있다.

타인의 게으름으로 돈을 번다. 배달의민족은 2025년 매출 5조 2830억원을 기록했다. 한국 배달 시장 전체 거래액은 같은 해 40조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사람들이 직접 나가서 밥을 사 오는 수고를 하지 않겠다는 선택, 그 선택 하나가 수십조의 시장을 만들었다. 게으름이라고 부르기엔 좀 거시적이다. 편의(Convenience)라고 포장하면 듣기 좋겠지만, 본질은 같다. 몸을 쓰지 않으려는 성향. 글로벌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시장이 2026년 기준 6740억 달러에 이른다는 건, 이 성향이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뜻이다.

타인의 외로움으로 돈을 번다. 아프리카TV, 지금은 숲(SOOP)이라 불리는 이 플랫폼이 20년간 생존한 비결은 기술력이 아니다. 사람들이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BJ와 시청자 사이에 형성되는 의사사회적 관계(Parasocial Relationship)는 실제 인간관계를 대체하지 못하지만, 그 빈자리를 잠시 메워준다. 외로움 경제(Loneliness Economy)는 2026년 15억 달러 규모에서 2036년 275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 33.8퍼센트. 흥미로운 건 이 성장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라는 점이다. 36.5퍼센트.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외로워지고 있는 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외로움을 돈으로 바꾸고 있다.

타인의 허영심으로 돈을 번다. 인스타그램이 만든 것은 사진 공유 플랫폼이 아니다. 비교의 무대다.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삶을 전시하는 구조 안에서 사람들은 소비한다. 한국소비자학회 연구에 따르면, SNS에서 타인의 과시적 소비에 노출된 소비자는 자기 존중감이 낮을수록 충동 구매 성향이 높아진다. 간편 대출도 같은 맥락이다. 카카오뱅크와 토스가 대출 과정에서 마찰을 극단적으로 줄여놓은 것은 편의의 혁신처럼 보이지만, 그 편의가 향하는 곳은 종종 허영이다. 버튼 세 번이면 수백만 원이 들어오는 구조에서, 숙고할 시간은 설계에서 빠져 있다.

타인의 초조함으로 돈을 번다. 한국 사교육비는 2025년 기준 27조 5천억원이었다. 학생 수가 줄었는데도 1인당 사교육비는 월 60만 4천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 돈이 흘러가는 방향을 보면, 지식에 대한 갈망보다는 뒤처질지 모른다는 공포가 더 강하게 작용한다. 온라인 강의 시장도 마찬가지다. 자기계발 콘텐츠 대부분의 마케팅 구조는 불안을 건드린 뒤 해법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초조함이라는 연료는 참 오래 탄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시작된 불안이 대학 입시까지 최소 12년을 가고, 취업 이후에도 자격증과 직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계속된다.

타인의 지식과 재능으로 돈을 번다. 유튜브가 3년간 크리에이터에게 지급한 금액은 700억 달러다. 그런데 크리에이터의 71퍼센트는 연간 3만 달러도 벌지 못한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Creator Economy)는 2026년 26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지만, 그 돈의 대부분은 플랫폼과 상위 몇 퍼센트가 가져간다. 숏츠, 릴스, 틱톡. 이 짧은 영상들의 원재료는 누군가의 재능과 시간이다. 예전 네이버 지식인도 같은 구조였다. 사람들이 무료로 올린 지식이 네이버의 트래픽이 되고, 그 트래픽이 광고 수익이 됐다. 플랫폼은 무대를 깔아줄 뿐이라고 말하지만, 그 무대의 입장료 수익은 무대를 깐 쪽이 가져간다.

타인의 꿈으로 돈을 번다. 기업이라는 조직의 작동 원리를 보면, 구성원 각자의 꿈과 안정에 대한 욕구가 연료다. 월급이라는 안정적 수입, 승진이라는 성장의 서사, 복지라는 안전망. 이것들을 대가로 기업은 개인의 시간과 능력을 조직의 목표에 묶어둔다. 꿈을 좇는 사람과 안정을 좇는 사람은 같은 조직 안에서 다른 연료로 돌아가지만, 조직 입장에서는 둘 다 쓸모 있다.

타인의 돈으로 돈을 번다. 은행의 본질은 단순하다. 남의 돈을 모아서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그 사이의 이자 차이로 먹고산다. 증권회사는 남의 돈이 오가는 통로에 서서 수수료를 받는다. 투자 업체는 남의 돈을 굴려서 수익의 일부를 떼어간다. 자본주의에서 가장 효율적인 사업 모델은 결국 돈 자체를 상품으로 다루는 것이다. 제조업처럼 원자재를 사서 물건을 만들 필요도 없고, 서비스업처럼 사람을 대면할 필요도 적다. 원재료가 돈이고, 제품도 돈이다.

스토리텔링으로 돈을 번다. 창업가는 위의 모든 것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는 사람이다. 투자자에게는 성장의 서사를 팔고, 직원에게는 비전의 서사를 팔고, 고객에게는 가치의 서사를 판다. 일론 머스크가 파는 것은 전기차가 아니라 미래라는 이야기이고, 스티브 잡스가 팔았던 것은 컴퓨터가 아니라 다르게 생각하라는 이야기였다. 상품은 매개일 뿐, 진짜 거래되는 것은 서사다.

도덕경(道德經)에 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라는 구절이 있다. 하늘과 땅은 어질지 않아서, 만물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다룬다는 뜻이다. 여기서 불인(不仁)은 잔인하다는 뜻이 아니라, 편애하지 않는다는 뜻에 가깝다. 시장도 비슷하다. 시장은 도덕적이지도 비도덕적이지도 않다. 다만 인간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무엇을 견디지 못하는지를 정확하게 반영할 뿐이다. 게으름도, 외로움도, 허영도, 초조함도, 꿈도, 돈도. 시장 앞에서는 전부 같은 무게의 원재료다.

결국 모든 사업은 인간을 읽는 행위다. 그리고 잘 읽는 사람이 돈을 번다. 이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읽는 사람이 그 앎을 어디에 쓰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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