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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시엔핑도 꺼낸 한국 위기론, 해외 기관들의 진단은

홍콩과 상하이를 오가며 활동해온 경제학자 랑시엔핑(郎咸平)이 더우인에서 한국 위기론을 꺼내든 것을 비롯해, 요 며칠 중국 쪽 경제 평론이 한국 증시를 정조준하고 있다. 두 종목이 떠받치는 시장, 반년 사이 서른세 번의 매매 정지, 시가총액 수천조 원 증발, 반대매매로 원금이 사라진 수십만 계좌. 이런 제목들이 중국 온라인 매체와 1인 미디어를 도배하는 중이다. 그런데 이 위기론이 과연 이웃 나라를 향한 중국 특유의 조롱일 뿐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골드만삭스, CNBC, 그리고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같은 서방 기관도 정확히 같은 지점을 가리키고 있다. 문제의 이름은 하나다. 코스피가 두 종목의 인질이 되었다는 것.

먼저 중국 쪽 진단부터 정리해보자. 중국 매체 티타이미디어는 한국 증시를 아예 “두 종목이 떠받치는 시장”이라 부르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코스피 합산 시총 비중이 1년 만에 22퍼센트에서 57퍼센트로 치솟았다고 지적했다. 왕이에 올라온 한 분석은 한국 증시를 “삼성과 하이닉스 두 회사의 주가 차트나 다름없다”고 표현했다. 외국인이 대장주만 집중적으로 팔면 손쉽게 시장 전체의 공포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후슈는 더 노골적인 제목을 달았다. 한국이 다시 한번 뛰어내릴 수 있는 높은 곳에 섰다는 것이다. 이들이 공통으로 그리는 그림은 하나로 수렴한다. 외국인이 끌어올리고, 개미가 받아내고, 레버리지가 터진다.

숫자는 이 그림을 뒷받침한다. 신랑과 관찰자망 보도를 종합하면, 7월 중순 급락으로 120만 개 신용 계좌에 반대매매 통지가 나갔고, 그 가운데 32만 계좌는 원금이 통째로 사라졌다. 5월에 이미 신용융자 잔고가 60조 원을 넘어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2배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상장하자마자 매진됐다. 부산에서는 한 20대 남성이 유튜버의 종목 추천을 믿고 큰 손실을 본 뒤 그 유튜버를 흉기로 찌른 사건까지 벌어졌다. 여기까지만 보면 위기론은 남의 집 불구경에 곁들인 과장처럼 들리기도 한다.

핵심은, 같은 진단을 서방 기관들도 내놓고 있다는 데 있다. CNBC는 5월에 이미 한국과 대만 증시가 소수의 인공지능 승자에게 위험할 만큼 의존하게 됐다고 짚었다. 골드만삭스의 경고는 더 구체적이다. 삼성과 하이닉스의 코스피 합산 비중이 여기서 1퍼센트포인트만 더 오르면, 미국 투자회사법(Investment Company Act)의 분산 규정에 묶인 외국인 기관들이 약 20억 달러어치를 강제로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르는 것이 곧 파는 이유가 되는 역설이다. 같은 보도는 닛케이225와 코스피의 상관계수가 0.84까지 올라 두 시장이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인다고도 했다. CSIS는 6월 30일 “붐 아래 깔린 거품(The Bubble Beneath It)”이라는 제목의 분석을 내놓았는데, 서울에서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로 한국 전자업계를 취재했던 에번 램스타드가 쓴 글이다.

그가 지적한 첫 번째 원인은 유례없는 집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가 약 880개 종목으로 이루어진 코스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는 미국 증시에서는 한 번도 나타난 적 없는 수준이다.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는다. 스위스 시장의 약 40퍼센트를 네슬레와 노바티스와 로슈 세 곳이 쥐고 있고, 사우디 아람코는 상장 이후 한때 자국 증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미국이 이에 가장 가까웠던 때는 1901년, US스틸과 스탠더드오일이 잠시 시장의 15에서 20퍼센트를 차지했을 무렵이다.

그러나 가장 서늘한 거울은 20년 전 핀란드에 있다. 노키아는 2000년 시가총액 2500억 달러로 유럽 최대 기업이었고, 홀로 헬싱키 증시 시총의 약 70퍼센트, 핀란드 국내총생산의 4퍼센트, 수출의 20퍼센트를 감당했다. 노키아를 빼고 핀란드 경제를 말하는 것은 불가능한 시절이었다. 2007년 아이폰이 등장한 그해, 노키아의 휴대폰 제국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시장 비중은 70퍼센트에서 13퍼센트로 쪼그라들었고, 2013년 노키아는 휴대폰 사업을 마이크로소프트에 54억 4천만 유로에 넘겼다. 정점 대비 약 98퍼센트가 증발한 값이었다. 핀란드는 그 뒤 10년 넘게 정체에 빠졌고, 학계에는 아예 “노키아 리스크(Nokia Risk)”라는 표현이 생겼다. 작고 부유하며 정치가 안정된 나라가 단 하나의 기업에 과도하게 노출되었을 때 지는 위험을 가리키는 말이다.

두 번째 원인은 광적인 투자와 그 위에 얹힌 레버리지다. 기업 쪽부터 보자. 블룸버그에 따르면 삼성과 SK는 향후 10년간 약 1000조 원, 646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예고했다. 한국의 1년 정부 예산인 728조 원을 넘고, 국가 국내총생산의 절반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SK하이닉스는 나스닥 주식예탁증서(ADR) 발행으로 약 294억 달러를 조달했는데, 미국 역사상 손꼽히는 대형 발행이었다. 삼성의 2026년 설비투자는 약 110조 원으로 추정된다. 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완공 시점을 원래 2045년에서 2033년으로 십수 년 앞당겼다. 근거는 단 하나, 인공지능 수요가 계속된다는 판단이다. 젠슨 황이 대만의 한 전시회에서 하이닉스 웨이퍼에 “더 만들어달라”고 사인한 장면이 이 낙관을 압축한다.

문제는 이 낙관이 개인 투자자의 빚과 만났을 때 벌어진다. 중국 매체 36kr의 집계에 따르면 한국 증시에서 신용융자 거래가 전체 거래의 35퍼센트에 이르렀다. 참고로 중국은 2025년 강세장이 가장 뜨거웠을 때조차 그 비율이 15퍼센트였다. 그만큼 빚으로 쌓아 올린 시장이라는 뜻이다. 7월 13일 하이닉스는 하루에 15.4퍼센트 빠졌다. 상장 이래 최대 낙폭이었다. 방아쇠는 거창하지 않았다. 시장 예상보다 영업이익이 8퍼센트 낮게 잡힌 증권사 리포트 한 장이었다. 평상시라면 조용히 소화됐을 8퍼센트의 기대치 차이가, 고레버리지라는 확대경 아래서 파괴적인 연쇄 청산으로 번졌다. 전체 시장 서킷브레이커는 2000년 도입 이후 스물다섯 해 동안 열한 번뿐이었는데, 2026년 한 해에만 그중 절반 가까이가 몰렸다. 중국 매체가 센 서른세 번은 사이드카를 포함한 매매 정지 전체를 합한 숫자이지만, 방향은 같다. 이 시장은 지금 일주일에 한 번꼴로 숨을 멈춘다.

여기서 위기론자들이 주목하는 가장 예리한 지점이 나온다. 한국의 올해 1분기 가계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 대비 85.3퍼센트로 떨어져, 겉보기에는 빠른 부채 축소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 부채 총액은 1993조 원으로 여전히 매달 불어나고 있다. 비율이 내려간 것은 반도체가 명목 국내총생산을 17.1퍼센트나 끌어올린 덕분이다. 다시 말해 가계부채가 건전해 보이는 착시는 칩 가격 위에 세워져 있다. 후슈의 분석은 이 되먹임 고리를 이렇게 그린다. 엔비디아 주문이 줄면 삼성과 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이 깎이고, 38조 원의 신용을 낀 코스피가 내려가고, 반도체 돈으로 값이 뛴 경기도의 아파트가 흔들리고, 명목 국내총생산이 엔진을 잃고, 결국 그 청구서가 가계로 돌아온다.

다만 냉정하게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지금은 1997년과 층위가 다르다. 당시 한국이 실제로 쓸 수 있던 외환보유액은 60억 달러 남짓이었고, 원달러 환율은 800에서 2000 가까이 밀렸다. 지금 외환보유액은 4273억 달러로 단기외채의 2.6배를 덮는다. 2025년 경상수지 흑자는 1230억 달러로 사상 최대였고, 환율은 자유롭게 변동한다. 외부 충격이 곧바로 통화위기로 번질 구조는 아니라는 뜻이다. 위험은 바깥이 아니라 안에 있다. 외환의 문제가 아니라, 두 종목과 그 위에 쌓인 레버리지, 그리고 그 레버리지를 짊어진 가계의 문제다. 중국 평론가들이 은근히 기대하는 1998년의 재연은, 적어도 지금의 방화벽 앞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래서 시장이 다시 던지는 질문은 한국 반도체에 경쟁력이 있느냐가 아니다. 경쟁력은 있다. 질문은 다른 곳에 있다. 두 회사의 주가가 이미 앞으로 몇 년 치의 좋은 소식을 당겨서 반영해버린 것은 아닌가. 그리고 한 나라의 증시가 두 종목의 주가 차트로 수렴해버렸을 때, 외국인의 물결이 방향을 틀면 그다음에는 무엇이 오는가. 헬싱키의 여름과 서울의 여름 사이에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는, 밀물이 다 빠져나간 뒤에야 바닥에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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