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편이 말하는 관상의 진짜 자리, 마음이 얼굴의 뿌리다
심상편(心相篇)은 천 년 전에 쓰인 도교 문헌이면서, 관상서의 형식을 빌렸으면서도 정작 얼굴을 보지 말라고 말하는 책이다. 첫 문장이 그 선언이다. 心者貌之根, 마음이 얼굴의 뿌리다. 사람의 길흉을 알고 싶으면 뼈와 이목구비를 읽지 말고 그 마음을 살피라는 것이다. 관상서가 관상을 부정하는 자리에서 시작하는 셈인데, 이 어긋남이 심상편을 천 년 동안 읽히게 한 이유이기도 하다.

심상편을 남긴 사람은 진단(陳摶)이다. 오대에서 북송으로 넘어가는 혼란기를 살았고, 화산(華山)에 들어가 도를 닦은 도사였다. 한 번 자리에 누우면 며칠씩 깨지 않는 수면 수행, 곧 수공(睡功)으로 이름이 났고, 송 태종은 그에게 희이(希夷)라는 호를 내렸다.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는 도덕경의 구절에서 따온 이름이다. 심상편은 그의 작품으로 전한다.
관상은 본래 골상과 면상을 읽는 기술이다. 뼈의 생김새, 이목구비의 배치, 얼굴에 도는 기색. 모두 타고나는 것이고, 한번 정해지면 크게 바뀌지 않는 값이다. 심상편은 그 위에 한 층을 더 올린다. 읽어야 할 것은 얼굴이 아니라 행동이라는 것이다. 行者心之發, 행동은 마음이 밖으로 드러난 것이니, 그 행동을 보면 화와 복을 알 수 있다. 얼굴은 한번 정해진 값이고, 행동은 매 순간 다시 쓰이는 값이다. 심상편은 정해진 값을 내려놓고 다시 쓰이는 값을 택한다.
이 선택이 만드는 차이는 작지 않다. 얼굴을 읽는 사람은 한 사람의 미래를 이미 정해진 것으로 본다. 심상편을 읽는 사람은 같은 미래를 아직 쓰이지 않은 것으로 본다. 심상편의 마지막 문장이 이것을 그대로 말한다. 知其善而守之 錦上添花, 知其惡而弗為 禍轉為福. 자신의 좋은 결을 알아 지키면 비단 위에 꽃을 더하는 것이고, 나쁜 결을 알아 하지 않으면 화가 복으로 돌아선다. 관상서가 마지막 문장에서, 당신의 관상은 바꿀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무렵 동아시아에서 사람 보는 책으로 가장 널리 읽힌 것은 증국번의 이름으로 전하는 빙감(冰鑑)이다. 빙감도 사람을 본다. 그러나 빙감이 보는 것은 신골(神骨)과 기색, 곧 인재를 가려 뽑기 위한 실용의 기술이다. 막료를 고르고 부하를 배치하는 데 쓰는 도구다. 심상편은 도구가 아니다. 남을 감별하는 법이 아니라, 자기가 무엇이 되어 가고 있는지를 비추는 거울에 가깝다. 빙감은 펼쳐서 남에게 겨누는 책이고, 심상편은 펼쳐서 자기에게 돌리는 책이다.
심상편이 타고난 골상을 통째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글 끝에 信乎骨格步位 相輔而行이라는 구절이 있다. 골격과 그것이 놓인 자리가 서로 도우며 함께 간다는 뜻이다. 타고난 틀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다만 그 틀 안에서 마음이 결을 낸다고 본다. 사주로 비유하면 원국(原局)은 골격에 해당하고, 그 원국을 어떻게 쓰는가가 심상에 해당한다. 같은 사주를 가진 두 사람이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일은 드물지 않다. 골격이 같아도 결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을 오래 겪어 본 자리에서는 이 말이 낯설지 않다. 처음 만난 자리의 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했다가 어긋난 경험과, 그 사람이 일을 처리하는 방식을 본 뒤 판단한 경험을 나란히 놓으면, 뒤쪽의 적중률이 분명히 높다. 약속을 지키는지, 곤란한 일을 떠넘기는지, 작은 이익 앞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런 것들은 얼굴에 적혀 있지 않고 행동에만 나타난다. 면상은 한 장의 사진이고, 행동은 영상이다.
진단이 천 년 전에 굳이 관상서의 외피를 입혀 이 말을 한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얼굴을 보러 온 사람에게 행동을 보라고 말하려면, 일단 그 사람을 얼굴 보는 자리에 앉혀야 한다. 심상편은 그렇게 독자를 앉혀 놓고, 얼굴 대신 마음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렇다면 지금 누군가가 당신을 읽고 있다면, 그가 읽는 것은 당신의 얼굴인가, 당신의 행동인가. 이 시리즈는 심상편이 사람의 행동에서 정확히 어느 자리를 들여다보았는지를 한 편씩 따라가 본다.
요즘에 새롭게 만든 명리학 웹사이트 안정화 등으로 바뻐서 업데이트가 늦었습니다.
앱이 작동이 안되고, 개발자 대응이 안되서, 급하게 앱을 웹으로 변환하고, 새롭게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다 보니까, 여기는 좀 뜸했는데, 어쨌든 기본 셋팅이 완료되서 , 이제 업데이트가 가능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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