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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사무직을 대체하면 신입은 어디서 경험을 쌓는가

AI가 사무직을 대체한다는 이야기의 본질은 직업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경험을 쌓을 기회가 사라진다는 데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AI 수장 무스타파 술레이만은 2026년 2월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에서 변호사, 회계사, 프로젝트 매니저, 마케터 등 컴퓨터 앞에 앉아 하는 대부분의 사무직 업무가 12개월에서 18개월 안에 완전히 자동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앤트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도 2025년 5월 악시오스 인터뷰에서 신입 사무직의 절반이 5년 안에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예측들이 정확하든 과장이든, 이미 현실은 움직이고 있다.

벤처캐피털 시그널파이어가 링크드인의 6억 5천만 직업 이동 데이터를 분석한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기술 기업의 신규 졸업자 채용 비율은 2019년 대비 50% 이상 감소했다. 2024년 기준 대기업 신규 채용에서 졸업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7%에 불과하다. 스타트업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신입 비율이 6% 이하로 떨어졌다. 반면 경력 2년에서 5년차의 채용은 대기업에서 27%, 스타트업에서 14% 증가했다. 숫자가 말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기업은 가르칠 사람이 아니라 바로 쓸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여기서 한 가지 간과되는 것이 있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학교에서 배운 것으로 바로 일을 할 수 없다. 학교는 지식을 전달하지만, 지식과 업무 능력 사이에는 넓은 간극이 있다. 신입이 직장에서 하는 일의 본질은 실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배우는 것이다. 서류를 정리하고, 데이터를 입력하고, 선배의 보고서를 검토하고, 회의록을 작성하는 그 반복적인 과정 속에서 사람은 맥락을 읽는 법을 익힌다. 어떤 숫자가 중요하고, 어떤 문장이 핵심이며, 상대방의 표정 뒤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를 감각적으로 터득하게 된다. 이것은 매뉴얼로 전달할 수 없는 종류의 앎이다.

조직이라는 것은 원래 이런 구조 위에 세워져 있었다. 영국의 인류학자 로빈 던바가 1990년대에 밝혀낸 이른바 던바의 수(Dunbar’s Number)라는 개념이 있다. 인간의 뇌, 정확히는 대뇌 신피질의 크기에 기반해서 한 사람이 안정적으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상한선을 계산한 것인데, 그 수가 대략 150명이다. 구석기 시대 수렵채집 부족의 평균 규모가 148명이었고, 로마 군단의 기본 전투 단위인 백인대도 이 근처였으며, 고어텍스로 유명한 W.L. 고어사는 공장 하나의 인원이 150명을 넘으면 반드시 새 공장을 지었다. 150명을 넘어서면 사람들은 서로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고, 공동체 의식이 약해지며, 비공식적인 상호 감시와 협력이 작동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중간 관리자가 필요했다. 한 명의 리더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의 수에는 한계가 있으니, 그 사이를 연결하는 층위가 생겼다. 과장, 차장, 부장이라는 계층은 단순한 권위의 상징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종의 인지적 한계에 대한 조직적 해결책이었다. 프로젝트 매니저도 마찬가지다. 복잡한 업무의 흐름을 파악하고, 사람들 사이의 조율을 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그 역할은 결국 인간의 뇌가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관계와 정보의 양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탄생한 것이다.

AI 에이전트가 이 영역에 들어오고 있다. 술레이만이 말한 것처럼, 앞으로 2년에서 3년 안에 AI 에이전트가 대규모 조직의 업무 흐름을 인간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계약서 초안, 재무 분석, 마케팅 기획, 일정 조율. 이것들은 원래 신입이 허드렛일처럼 하면서 감각을 익히던 업무이기도 하고, 중간 관리자가 조율하던 업무이기도 하다. AI는 150명의 한계 따위 없다. 1만 명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면서도 맥락을 잃지 않는다. 적어도 정보의 관리와 전달이라는 차원에서는 그렇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신입이 반복적인 업무를 통해 쌓던 경험치가 사라지면, 그 사람은 어떻게 판단력을 기르는가. 경력 2년차에서 5년차로 성장하는 과정은 본래 수많은 시행착오의 축적이다. 잘못된 보고서를 제출해서 상사에게 꾸중을 듣고, 클라이언트 미팅에서 엉뚱한 말을 해서 분위기가 얼어붙는 것을 경험하고, 마감을 놓쳐서 팀 전체가 야근하는 상황을 겪으면서, 사람은 비로소 무엇이 중요한지를 몸으로 알게 된다. 이 과정을 AI가 대신해 버리면, 신입은 실패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실패할 기회가 없다는 것은, 리더가 될 경로가 끊긴다는 것이다. 어떤 조직이든 리더는 현장에서 올라온 사람이다. 책으로 배운 경영학이 아니라, 수백 번의 크고 작은 의사결정을 거치면서 형성된 직관이 리더를 만든다. 맥킨지의 컨설턴트가 아무리 뛰어난 분석력을 가지고 있어도, 결국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그 회사 안에서 수많은 실패와 성공을 직접 겪은 사람들이다. AI가 신입의 업무를 대체하면, 조직은 당장의 비용은 절감하지만 10년 후에 리더로 성장할 인재의 파이프라인을 스스로 끊는 셈이 된다.

UC 버클리의 컴퓨터공학과 교수 제임스 오브라이언은 최근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졸업반 학생들이 대형 기술 기업으로부터 여러 개의 6자리 연봉 오퍼를 받았지만, 지금은 그의 학생들 상당수가 졸업 후 취업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의 자발푸르에 있는 정보기술대학에서는 400명의 졸업 예정자 중 취업 확정을 받은 비율이 25% 미만이다. 이것은 단순히 경기 침체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동양의 오래된 지혜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도덕경 64장에 나오는 구절인데, 合抱之木 生於毫末, 아름드리 큰 나무도 털끝만 한 싹에서 자란다는 이야기다. 어떤 거대한 능력도, 그 시작은 보잘것없는 반복에서 출발한다. 서류 복사를 하고, 엑셀을 정리하고, 회의실을 예약하는 그 하찮아 보이는 일들이 사실은 나무의 뿌리였다. 뿌리가 없으면 줄기도 없고, 줄기가 없으면 가지도 없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단순히 기술의 발전이 아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성장하는 경로 자체가 재편되고 있다. 포드의 짐 팔리 CEO는 AI가 미국 사무직의 절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고, 세일즈포스와 쇼피파이는 공개적으로 사람 대신 코드로 성장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업의 논리에서 이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기업의 합리성과 사회의 합리성이 같은 것은 아니다.

훈련받을 기회. 이것이 앞으로 인생을 가르는 갈림길이 될 수 있다. 과거에는 누구에게나 주어졌던 것이, 앞으로는 소수에게만 허락되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좋은 학교를 나온 사람은 여전히 어딘가에서 경험을 쌓을 기회를 얻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AI가 처리하고 남은 자리에서 어떤 경험치도 쌓지 못한 채 나이만 먹게 될 수 있다. 계층의 사다리가 아예 철거되는 것이다.

기술은 늘 양면이 있었다. 농업혁명은 인류를 기아에서 해방시켰지만 계급을 만들었고, 산업혁명은 물질적 풍요를 가져왔지만 노동자를 기계의 부속품으로 전락시켰다. AI 혁명이 가져올 양면은 아직 다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인다. 사람이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는 사실 자체는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 그런데 그 경험의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

결국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남는 질문은 하나다. 기계가 일을 대신하는 세상에서, 사람은 어디에서 배울 것인가.


AI가 사무직을 대체하면 신입은 어디서 경험을 쌓는가” 에 달린 1개 의견

  • 너무 비관적인 분석이네요.
    결국은 다른 식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봅니다.
    아직 그 방식은 잘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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