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인생의 주인이 된 여자는 왜 운이 좋아 보이는가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의 운은 늘 늦게 온다. 아예 안 오는 경우도 많다. 반면 스스로 움직이는 사람의 운은 이상하게도 빨리 온다. 이것은 감성적인 위로가 아니라, 꽤 오래 사람을 관찰하면서 반복적으로 확인한 패턴이다.

주변에 두 부류의 여성이 있다. 한쪽은 혼자 큰 도시에서 버티면서 자기 힘으로 집도 마련하고 제 짝도 골랐다. 다른 한쪽은 졸업하자마자 부모 말대로 작은 도시에 돌아가 몇 천 원짜리 월급에 시집도 부모가 정해준 곳으로 갔다가, 이혼하고, 다음 사람은 돈 많고 잘해주는 사람이길 바란다. 둘 다 학창시절 똑똑했다. 차이는 머리가 아니라 자세였다.
명리학(命理學)에서 재성(財星)은 단순히 돈만을 뜻하지 않는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 내 의지로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뜻한다. 재성이 강한 사주가 반드시 부자인 것은 아니지만, 자기 삶을 자기가 통제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은 맞다. 문제는 재성이 약하거나 없더라도 이 의지를 기르는 것은 가능하다는 점이다. 사주가 틀을 만들지만, 그 틀 안에서 어디까지 채울지는 결국 본인의 몫이다.
도덕경(道德經) 33장에 이런 구절이 있다. 知人者智 自知者明 勝人者有力 自勝者强. 남을 아는 것은 지혜이고, 자기를 아는 것은 밝음이며, 남을 이기는 것은 힘이 있는 것이고, 자기를 이기는 것이 진정한 강함이다. 노자는 2500년 전에 이미 알고 있었다. 진짜 강한 사람은 남을 꺾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안의 나약함을 직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사라 블레이클리(Sara Blakely)라는 여자가 있다. 로스쿨 시험에 두 번 떨어지고, 디즈니월드에서 구피 탈을 쓰려 했으나 키가 작아 탈락하고, 7년간 팩스기를 문전방문 판매하던 사람이다. 27살에 스타킹 발 부분을 가위로 잘라낸 것이 사업 아이디어가 됐고, 5천 달러를 들고 스팽스(Spanx)를 창업했다. 투자자도, 사업 경험도, 패션 업계 인맥도 없었다. 특허도 직접 썼다. 니먼 마커스 바이어를 만나러 자비로 비행기를 타고 가서, 미팅이 안 먹히자 화장실에서 직접 제품을 입어 보여줬다. 2012년 포브스가 세계 최연소 자수성가 여성 억만장자로 선정했을 때 스팽스의 기업가치는 12억 달러였다. 블레이클리는 후에 이렇게 말했다. 내 성공의 가장 큰 비밀은 다른 사람에게 허락을 구하지 않은 것이라고.
번거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이것이 자기 삶을 운전하는 첫 번째 열쇠다. 돈을 스스로 벌기 귀찮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귀찮다, 그래서 누군가가 대신 해주길 바란다. 이런 자세로 맞이한 결혼은 대개 2~3년 안에 불만으로 뒤집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경제적 자립 역량이 낮은 여성일수록 결혼 만족도가 빠르게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고, 실망이 쌓이면 관계는 무너진다. 무너진 관계에서 다시 또 다른 누군가를 기다린다. 같은 패턴이 반복된다.
두 번째 열쇠는 부모의 말에 적절히 반항하는 것이다. 적절히가 중요하다. 무조건 반항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부모가 제 인생을 잘 사는 분이면 그 조언은 금이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자기 삶을 잘 못 꾸린 부모일수록 자녀의 인생에 관여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감정 조절이 안 되거나, 무슨 일이든 남 탓만 하거나, 주체적 판단 없이 한 사람의 말만 따르다가 살림을 박살 낸 경우, 이런 분들의 조언은 걸러야 한다. 어디에 살 것인가, 무슨 일을 할 것인가, 누구와 살 것인가. 이 세 가지를 남에게 맡기면 그 순간부터 인생의 운전대를 넘긴 것이다.
장자(莊子) 소요유편(逍遙遊篇)에 나오는 붕새 이야기가 떠오른다. 작은 새와 매미는 거대한 붕새를 비웃는다. 뭐 하러 구만리나 올라가느냐고. 하지만 작은 새는 나뭇가지 사이만 날아다닐 뿐이고, 붕새는 시야가 다르다. 부모가 작은 새의 시야를 가졌는데 자녀에게도 나뭇가지 사이만 날라고 권하는 것이 문제다. 붕새가 되려면 높이 올라가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세 번째는 긴 호흡이다. 명리학에서 대운(大運)은 10년 단위로 바뀐다. 사람의 운이 좋아지려면 최소 수 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1000명의 독자를 모으고 싶은데 지금 10명도 어렵다고 포기하는 것은 눈앞만 보는 사고방식이다. 1년에 100명씩, 10년이면 1000명이다. 10년이 길어 보이는가.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순식간이었을 것이다. 그 10년 동안 아무것도 안 했다면, 10년 뒤에도 10명조차 모이지 않은 채 같은 자리에 서 있게 된다.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의 자산 중 99%는 50세 이후에 만들어졌다. 장기 복리(Compound Interest)의 힘이다. 인생도 복리로 돌아간다. 한 해 한 해 쌓은 역량, 인맥, 판단력은 어느 시점을 지나면 폭발적으로 불어난다. 다만 조건이 있다. 스스로 굴려야 한다는 것이다. 남이 굴려주는 복리는 없다.
운이 좋다는 것은 결국 준비된 사람에게 시기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명리학적으로도 용신운(用神運)이 와야 꽃이 피지만, 꽃이 필 나무가 없으면 용신운이 와도 소용없다. 나무를 키우는 것은 본인이고, 비를 내리는 것은 하늘이다.
누군가를 기다리며 앉아 있는 사람에게 하늘은 비를 내려도 소용이 없다. 씨앗조차 심지 않았으니까. 번거로움을 견디고, 자기 판단을 믿고, 긴 시간을 버틴 사람의 밭에만 비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된 여자가 운이 좋아 보이는 것은, 사실 운이 좋은 것이 아니라 운을 받아낼 그릇을 미리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릇의 크기는 기다림이 아니라 움직임으로 결정된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이건 여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남자도 마찬가지다. 다만 한국 사회에서 여성에게 유독 기다리라는 압박이 심했을 뿐이다. 좋은 남자 만나면 된다, 시집 잘 가면 된다. 이 말 한마디에 수많은 재능이 나뭇가지 사이에서 멈췄다. 붕새가 될 수 있었는데 매미 옆에서 같이 웃고 만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정말 좋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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