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맑은 정신으로 사는 법 – 장미가 예쁘면 가시도 세워야지
세상에서 제일 웃긴 착각이 하나 있다. “나는 괜찮겠지.”
복권 당첨 확률보다 낮은 행운을 기대하면서, 동시에 자기한테는 불행이 안 올 거라고 믿는 이 기이한 자신감. 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

잘생기고 예쁜 사람한테 “넌 착하기까지 해? 완벽이네~” 라고 말하는 건 칭찬이 아니다. 저주다. 예쁜데 착하면 어떻게 되냐고? 사방에서 파리가 꼬인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파리가 아니라, 그냥 한번 앉아볼까 하는 파리들. 그래서 장미한테는 가시가 있는 거다. 예뻐서 가시가 있는 게 아니고, 가시가 있어야 예쁜 채로 살아남는 거다. 좋은 사람이 되라는 말 많이 들었을 텐데, 좋은 사람이랑 만만한 사람은 하늘과 땅 차이다. 도덕경에서 노자도 이런 말을 했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고. 근데 사람들이 이 말을 잘못 이해한다. 부드러움 안에 칼날이 있어야 부드러울 자격이 생기는 거지, 그냥 물렁물렁한 건 부드러운 게 아니라 약한 거다.
연애 상담을 하다 보면 비슷한 패턴이 보인다. “저는 다 해줬는데 왜 차였을까요?” 다 해줬으니까 차인 거다. 사람 심리가 원래 그렇다. 쉽게 얻은 건 쉽게 버린다. 이건 팔자 문제가 아니라 인간 본성의 문제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위험한 착각이 있다. 보통 사람이 큰 사람들 싸움에 끼어드는 거다. 중국 드라마 후궁견환전에서 맹정한이라는 캐릭터가 있다. 재녀라고 소문난 아가씨인데, 궁에 들어와서 자기가 제일 예쁘고 교양 있으니까 남편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옆에 있던 환벽이라는 여자는 궁에서 사람이 죽는 걸 직접 봐온 인물이다. 감정 싸움? 그런 거 안 한다. 한 방에 끝내버린다. 맹정한은 사랑 타령 하다가 죽고, 환벽은 살아남았다. 냉혹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2025년 글로벌 무역전쟁을 보면 이 구도가 더 선명해진다. 미국이 한국한테 “관세 15%로 낮춰줄 테니 3,500억 달러 투자해” 라고 한 게 뭘 의미하는지 아시는지. 대한항공은 미국 항공기 362억 달러어치 사고, LS그룹은 미국 전력망에 30억 달러 넣고, 포스코는 미국 내 희토류 사업에 투자한다. 이걸 무역 협상이라고 부르는 건데, 솔직히 조선시대 조공이랑 뭐가 다른 건지 잘 모르겠다. 보통 사람이 여기에 끼어들어서 정의를 외치는 건, 조폭 두목 두 명이 싸우는데 중간에서 “싸우면 안 돼요~” 하는 것과 비슷하다. 마음은 이해하는데, 결과는 처참하다.
“나는 운이 좋아서 큰 일 안 겪을 거야.” 이것도 웃긴 소리다. 명리학 관점에서 보면, 하늘이 보호하는 팔자라는 게 있긴 하다. 근데 그건 진짜 드물다. 온 가족의 기운을 다 모아야 겨우 하나 나오는 수준이다. 나머지 99.9%의 사람에게 필요한 건 초자연적인 행운이 아니라 그냥 눈 똑바로 뜨고 사는 것이다. 무슨 하늘이 선택한 자(天選之子)라도 된 것처럼 거들먹거리다가는, 역사 속 북송처럼 된다. 북송이 어떤 나라였냐면, 당시 세계에서 제일 부자 나라였다. 인구 1억, 서류상 군대 126만. 그런데 문관들 위주로 돌아가는 나라다 보니 군대의 질은 엉망이었고, 장군을 1년마다 갈아치우는 기이한 제도를 운영했다. 결과? 1127년에 금나라가 쳐들어와서 황제, 태상황 포함 황족 3,000명이 포로로 끌려갔다. 돈이 많으면 안전할 거라는 착각, 북송이 처절하게 깨뜨려 줬다.
“나라가 지켜주겠지.” 이 말도 참 순진하다. 평시에는 맞는 말이다. 근데 난세에는? 역사 기록을 보면 난세에 부모가 자식을 바꿔 먹었다는 이야기가 여러 번 나온다. 그런 상황에서 국가가 개인을 챙겨줄 여유가 있었을까. 지금 당장 한국 경제만 봐도, 2025년 성장률 전망이 1% 내외다. 주력 기업들이 미국으로 공장을 옮기고 있고, 국내 일자리는 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가 알아서 해주겠지” 하면서 손 놓고 있으면, 그건 성인의 태도가 아니라 어린아이의 태도다. 막연한 기대, 근거없는 희망회로 돌리기는 무책임한 것이지, 긍정적인 삶의 태도가 아니다.
천명이란 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선물이 아니다. 다른 사람이 감당 못 하는 고통을 감당하고, 삼킬 수 없는 모욕을 삼키고, 버틸 수 없는 상황을 버텨낸 사람한테만 주어지는 자격증이다. 세상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의 화려한 순간만 본다. 그 전에 얼마나 많은 밤을 피를 삼키며 버텼는지는 아무도 안 본다. 하늘은 사람을 건네주지 않는다. 직접 건너야 한다.
장자가 이런 말을 했다. 소잡이 백정 포정이 소를 해체할 때, 칼이 19년이 지나도 새것 같았다고. 비결이 뭐냐면, 뼈와 살 사이의 빈틈을 따라 칼을 움직여서다. 힘으로 부딪히는 게 아니라 결을 읽고 빈틈을 찾아 움직이는 것. 세상 살아가는 법도 마찬가지 아닐까.
가장 평화로운 시절에도 문은 잠가두는 게 맞다. 그게 비관론이 아니라, 그냥 이 시대에 어른으로 사는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