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품격을 결정하는 세 요소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생각해본다. 우리는 세상 어디를 떠돌아도 결국 돌아오는 곳이 집이다. 그렇다면 좋은 집이란 무엇인가. 화려한 인테리어나 넓은 평수가 아니다. 내가 보기에 집의 품격은 세 가지로 결정된다. 깨끗함, 밥 짓는 냄새, 그리고 책이다.

청나라 말기의 거인 증국번은 치가팔결(治家八訣)을 남겼다. 조(早), 소(掃), 고(考), 보(寶), 서(書), 소(蔬), 어(魚), 저(猪). 이 중 소(掃)는 매일 집 안팎을 쓸고 닦으라는 뜻이다. 그는 동생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물건을 깔끔히 정리하지 않는 것은 집안이 망하는 징조”라고 경고했다. 증씨 가문은 이후 수백 년간 인재를 배출했고 패가망신한 자손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우연이 아니다. 재불입장문(財不入髒門), 복불윤탁인(福不潤濁人). 재물은 더러운 문으로 들어오지 않고, 복은 흐린 사람에게 스미지 않는다. 풍수를 논하기 전에 먼저 걸레질부터 해야 한다.
그러나 깨끗하기만 한 집은 호텔이지 가정이 아니다. 집에는 밥 짓는 냄새가 있어야 한다. 풍수에서 부엌은 단순한 취사 공간이 아니다. 양택삼요(陽宅三要)라 하여 대문, 안방, 부엌을 집의 세 가지 핵심으로 본다. 그중 부엌의 불은 재물운과 직결된다. 가스레인지의 불꽃이 곧 돈의 기운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화구(火口) 주변을 깨끗이 하고 자주 불을 쓰라고 한다. 불을 쓰지 않는 부엌, 냉기만 도는 주방은 재운이 막힌 집이라고 본다.
동아시아에서는 예로부터 부엌에 조왕신(竈王神)이 머문다고 믿었다. 조왕신은 불을 모시는 신앙에서 유래했으며, 집안의 재액을 막고 가업을 번창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조왕신은 매일 아침 아궁이의 연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 그 집의 상황을 보고한다고 전해진다. 그래서 옛 주부들은 새벽에 일어나 부뚜막에 정화수를 떠놓고 불을 피웠다. 늦잠을 자서 연기가 늦게 올라가면 조왕신이 복을 받아오지 못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민속학자 최래옥의 기록에 야반도주하던 사람을 조왕신이 쫓아와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 부뚜막에서 물을 끓이라”고 일렀고, 그 뒤로 살림이 나아졌다는 설화가 있다. 미신이라 치부할 수도 있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 불을 피우고 밥을 짓는 집이 그렇지 않은 집보다 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상식에도 부합한다. 조왕신은 또한 부녀자의 신이기도 하다. 부엌을 깨끗이 하고 정성껏 불을 다루는 여인에게 혼사가 잘 풀린다는 속신도 여기서 비롯된다.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는 새신랑이 처음 집에 들어오면 부엌에서 국수를 먹게 하는 풍습이 있었다. 부엌은 그만큼 가정의 인연과 화복이 시작되는 곳이다.
중국의 문인 왕증기는 평생 부엌을 사랑한 사람이다. 그는 백화점이나 서점보다 채소시장 구경을 좋아했다. 살아있는 닭과 오리, 싱싱한 채소, 붉은 고추가 북적이는 곳에서 삶의 기쁨을 느꼈다고 했다. 장을 본 뒤에는 직접 요리했다. 다진 고기에 파를 넣고 장아찌를 섞어 유조(油條) 안에 넣고 튀긴 ‘새육회과유조(塞肉回鍋油條)’는 그의 창작 요리다. 한 입 베어 물면 바삭한 소리가 십리 밖까지 들린다고 했다. 과장이겠지만 그 행복은 진짜였을 것이다. 인간의 삶은 결국 시장에서 재료를 사고, 불을 때고, 밥을 짓고, 함께 먹는 일의 반복이다. 이 단순한 순환 속에 모든 것이 들어있다. 화려한 외식보다 집에서 끓인 된장찌개 한 그릇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가 있다. 연기 자욱한 부엌에서 국자를 휘젓는 사람이 있는 집, 그 집은 살아있는 집이다.
마지막은 책이다. 송나라 여류 시인 이청조와 그 남편 조명성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부부는 식사 후 차를 끓이며 내기를 했다. 어떤 고사가 어느 책 몇 권 몇 쪽 몇 번째 줄에 있는지 맞히는 것이다. 이긴 사람이 먼저 차를 마신다. 그런데 맞힌 쪽이 너무 기뻐서 크게 웃다가 차를 쏟아버리곤 했다. 이청조는 이 장면을 회상하며 “이렇게 평생을 살고 싶다”고 썼다. 도박서박차(賭書潑茶), 책으로 내기하다 차를 엎지른다. 이보다 우아한 부부의 일상이 있을까.
그렇다면 좋은 책이란 무엇인가. 송나라 주희는 독서삼도(讀書三到)를 말했다. 눈으로 보고(眼到), 입으로 읽고(口到), 마음으로 얻는 것(心到).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심도(心到)라고 했다. 마음에 닿는 책이 좋은 책이다. 또한 그는 “어려운 글도 백 번 읽으면 그 뜻을 스스로 깨쳐 알게 된다”고 했다. 정평 있는 고전이 좋은 이유는 시간이라는 체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수천 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읽고 또 읽어 살아남은 책에는 시대를 초월하는 무언가가 있다. 신간은 오늘 빛나지만 내일은 알 수 없다. 오래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 최고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고 했다. 책값 몇 푼으로 공자, 노자, 플라톤을 스승 삼을 수 있다. 문턱이 가장 낮은 고상함이 독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국 자신을 읽는 일이다. 천하를 다 돌아다녀도 자기 방 책상 앞에서 더 넓은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돈이 없어도 책은 살 수 있고, 시간이 없어도 한 페이지는 읽을 수 있다. 독서는 지식을 얻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나를 알기 위해서 하는 독서가 좋은 독서인 것
깨끗한 집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밥 짓는 집은 조금 더 어렵다. 책 읽는 집은 드물다. 세 가지가 모두 갖춰진 집은 더 드물다. 당신의 집은 어떠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