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sdom

효과적인 에너지 관리와 삶의 선택

운이란 게 다 정해져 있다는 말을 믿고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 말뜻을 모르는 거다.

정수(定數)란 자연 법칙을 못 거스른다는 뜻이지,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다. 태양 공전이 달보다 닷새 길다. 양기가 남아야 움직일 힘이 생긴다. 씨앗도 양기를 품어야 비 올 때 싹튼다. 품은 게 없으면 기회가 와도 못 잡는다. 그러면 선생님한테 뭘 물어보는 것도 정해진 운명 아니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 그럴 리가 없다. 물어보는 것 자체가 양기를 품으려는 행위다. 가만히 앉아서 하늘만 쳐다보는 것과는 다르다.

기운 바꾸는 열쇠는 손에 없다. 가슴에 있다.

선행하면 에너지가 들어온다. 햇빛이 조건 없이 만물을 비추듯 덕은 허공에서 오는 에너지다. 일이 꼬일 때는 대개 마음에 탁한 게 쌓여 있다. 자기도 모르게 낀 음기는 잘 안 빠진다. 선행하면 안에서 빛이 난다. 그 빛이 탁기를 밀어낸다. 햇볕 아래 이끼가 못 자라는 이치와 같다.

책을 읽으면 옛사람 정신이 스민다. 천지에서 깨달은 걸 글로 남겼기 때문이다. 책 많이 읽은 사람한테는 고요한 기운이 있다. 말이 차분하고 행동이 묵직하다. 다만 술수에 관한 책만 파면 마음이 차가워진다. 남 아픔 위에 내 쾌감 세우는 건 환자가 링거에 기대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워런 버핏이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이 있다. 남들이 공포에 질려 있을 때 자기는 미국 주식을 산다고 썼다. 무조건 잘 될 거라는 근거 없는 낙관이 아니었다. 수십 년간 기업을 분석하고 경기 흐름을 연구한 사람이었다. 본질을 꿰뚫어 봤기에 패닉 속에서 기회를 볼 수 있었다.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길은 무조건적 긍정이 아니다. 세상을 명확하게 보는 것이다. 명확하게 보면 근거 없는 낙관에서도, 쓸데없는 공포에서도 벗어난다.

보통 사람 에너지는 흩어져 있다. 산 남쪽 나무가 봄을 먼저 맞는다. 나무는 못 움직이니 운명을 못 바꾸지만 사람은 다르다. 나무는 옮기면 죽고 사람은 옮기면 산다. 에너지 큰 사람 곁에 붙으면 기운이 바뀐다고 하는데, 여기서 착각하면 안 된다. 에너지가 크다는 게 뭔가. 지금 잘나가는 사람이 에너지가 큰 사람인가. 아니다. 악인도 단기 에너지는 높을 수 있다. 사기꾼이 한창 칠 때 보면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 그게 진짜 에너지인가. 빌린 거다. 남한테서 빌리고, 미래에서 빌린다. 빌린 건 갚아야 한다.

진짜 에너지가 큰 사람은 덕이 바탕에 깔린 사람이다. 오래 쌓아온 게 있어서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성공은 지표가 아니다. 그 성공이 어디서 왔는지를 봐야 한다. 정당하게 쌓은 건지, 빌려온 건지. 성공한 사람에게 붙으면 나도 성공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그 사람 에너지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부터 봐야 한다.

1990년대 후반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 이야기가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두 명이 만든 헤지펀드였다. 머리로는 월가 최고였다. 레버리지를 극단으로 끌어올려 수익을 냈는데, 러시아 디폴트 한 방에 무너졌다. 재주가 덕을 앞서면 결국 자기 칼에 베인다. 그들 곁에 붙어 있던 사람들도 같이 쓸려갔다.

요령 피우고 잔머리 굴리는 사람들이 있다. 빨리 가는 것 같지만 그게 빠른 게 아니다. 예로부터 삼십오 세 이전에 이룬 부를 부부(浮富)라 했다. 떠다니는 부라는 뜻이다. 뿌리가 없어서 안정이 안 된다. 고대에는 열다섯이면 벌써 사회생활을 시작해서 서른다섯이면 이십 년 경력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사회 진입이 늦고 세상이 복잡해졌다. 현대 기준으로 보면 마흔다섯에서 쉰 사이에 이룬 부가 진짜 부다. 그 나이까지 무너지지 않고 쌓아온 게 있어야 뿌리가 내린 거다. 서른에 대박 났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아직 시험도 안 치른 거다.

하늘에 맡긴다는 말과 자연을 따른다는 말은 다르다. 앞의 건 자포자기고 뒤의 건 힘껏 살되 억지 안 부리는 거다. 운 바꾸려면 덕, 지혜, 자리, 긍정이 다 필요하다. 그중 덕이 바탕이다. 덕이 자리 못 받치면 에너지가 역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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