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성공과 부모의 간섭: 불행한 결과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이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부모와 친척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들 때문이다. “내가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야”, “부모 은혜를 잊으면 안 된다”, “우리 집안은 원래 그래”. 이런 말들이 뼈 속까지 스며들어 스스로 한계를 긋게 만든다.

워런 버핏은 자녀들에게 유산 대부분을 남기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의 세 자녀는 각자 자기 분야에서 일하며 살고 있다. 큰아들 하워드는 농부이자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딸 수잔은 비영리단체를 운영한다. 버핏이 자녀들에게 한 말이 있다. “당신들에게 뭐든 할 수 있을 만큼은 주되, 아무것도 안 해도 될 만큼은 주지 않겠다.” 이것이 진정한 부모의 역할이다. 자녀가 스스로 설 수 있게 환경만 만들어주고, 나머지는 간섭하지 않는 것.
반대 사례도 있다. 한국의 많은 재벌 3세, 4세들이 경영 승계 후 회사를 말아먹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모 세대가 “내가 다 가르쳐줄게”, “내 방식대로 해”라며 끊임없이 개입하고, 자녀는 스스로 판단하고 실패할 기회를 박탈당한다. 결국 위기 상황에서 독자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무너진다.
도가에서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을 말한다. 억지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려 하지 않아도 만물은 제 스스로 자라난다는 뜻이다. 노자 도덕경 17장에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백성들이 그가 있는지도 모르게 한다”는 구절이 있다. 부모도 마찬가지다. 자녀가 부모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 그것이 최선의 양육이다.
실패한 사람일수록 가르치려 든다. 자기 인생에서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한 사람이 왜 그토록 열정적으로 남에게 조언하려 드는지 생각해본 적 있는가. 그것은 가르침이 아니라 자기 무능함을 감추려는 발버둥이다. 자신이 하지 못한 것을 자녀에게 떠넘기고, 자녀가 성공하면 자기 공으로, 실패하면 자녀 탓으로 돌린다.
환경이 노력보다 중요하다.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가 1971년에 진행한 감옥 실험이 이를 증명한다. 평범한 대학생들을 간수와 죄수 역할로 나눠 감옥 환경에 넣었더니, 불과 며칠 만에 간수 역할의 학생들은 가학적으로 변했고, 죄수 역할의 학생들은 무기력해졌다. 사람은 환경의 산물이다. 불평과 원망이 가득한 집안에서 자란 아이가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성인이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억지다.
그래서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먼저 그 환경에서 물리적으로 빠져나와야 한다. 부모의 말을 무시하라는 게 아니다. 부모의 말 중에서 그들이 직접 살아서 증명한 것만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연봉 3천만 원인 사람이 돈 버는 법을 가르치고, 이혼 세 번 한 사람이 결혼 생활 비결을 알려주고, 평생 회사에 다닌 사람이 창업 조언을 한다. 그런 말들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돈이 얼마나 있어야 행복한지도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프린스턴 대학의 대니얼 카너먼과 앵거스 디턴이 2010년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 기준 연소득 7만 5천 달러를 넘어서면 소득 증가가 일상적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어진다. 그 이상의 돈은 삶의 질을 높이는 게 아니라 그저 숫자가 늘어날 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끝없이 더 많은 돈을 원하는가. 본인이 원하는 게 아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 사회가 주입한 기준, 부모가 심어놓은 결핍감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노자는 지족자부(知足者富)라 했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부자라는 뜻이다. 억만장자가 되어도 늘 부족함을 느끼는 사람이 있고, 월급쟁이로 살면서도 충만한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 차이는 돈의 액수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다.
스무 살 때의 눈빛을 기억하는가. 세상이 두렵지 않았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그때. 지금은 어떤가. 거울을 보면 어깨는 처지고, 눈에는 광채가 없다.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나. 별것 없다. 그저 주변 사람들의 말을 너무 많이 들었을 뿐이다. “현실적으로 생각해”, “네 주제에”, “우리 집안은 그런 거 못 해”. 그 말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지금의 당신을 만들었다.
태어난 집안이라는 것은 참 묘하다. 어떤 이에게는 뿌리가 되어 양분을 공급하고, 어떤 이에게는 족쇄가 되어 평생 발목을 잡는다. 뿌리는 나무를 키우지만, 족쇄는 움직임을 가둔다. 당신이 태어난 그 집은 뿌리였나, 족쇄였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