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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 체포, 그 본질

2026년 1월 3일, 미국이 베네수엘라 현직 대통령을 잡아들였다. 명분은 마약이다. 기소장에는 연간 250톤의 코카인 밀매, 카르텔과의 공모, 살인 지시까지 적혀 있다. 법무장관은 “미국 정의의 전면적 분노”를 운운했고, 언론은 마약과의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숫자를 보자. 베네수엘라가 미국 코카인 유입에 기여하는 비율은 0.5퍼센트다. 미국을 실제로 괴롭히는 펜타닐은 베네수엘라와 무관하다. 마약이 진짜 문제였다면 멕시코 국경이 먼저다.

베네수엘라에는 세계 최대인 3천억 배럴의 석유가 있다. 중국이 주요 구매자이고, 러시아와 이란이 동맹이다. 트럼프는 체포 당일 “안전한 전환까지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운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마약 단속치고는 군사 기지 폭격과 해상 공격이 곁들여졌다. 1989년 파나마에서 노리에가를 잡을 때도 명분은 마약이었다. 36년이 지났고, 구조는 그대로다.

한비자는 말했다. 군주가 신하를 부리는 도구는 두 가지뿐이니, 형(刑)과 덕(德)이라고. 그러나 그 이전에 이(利)가 있다. 사람은 이익을 향해 움직이고, 국가도 다르지 않다. 인의(仁義)를 내세우는 자를 경계하라 했다. 그 말 뒤에는 반드시 감추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관계는 로맨스가 아니다.

어떤 수사로 포장하든, 제1 가치는 이익이다. 미국에게 마두로 제거는 에너지 자원 확보, 적대 세력 약화, 이민 문제 완화라는 세 가지 실익을 동시에 챙기는 일이다. 중국은 “패권적 침해”라고 비난했지만, 중국 역시 베네수엘라 석유에 걸린 자국 이익 때문에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브라질의 룰라가 “용납할 수 없는 선”을 언급한 것도 남미에서의 자국 영향력과 무관하지 않다. 모두가 정의와 주권을 말하지만, 계산기는 각자 두드리고 있다.

손자가 말했다. 병자궤도야(兵者詭道也), 전쟁은 속임수라고. 능하면서 능하지 못한 척하고, 가까우면서 먼 척한다. 국제관계도 마찬가지다. 드러난 말을 믿으면 안 된다. 움직임을 보고, 그 움직임이 향하는 이익을 읽어야 한다.

국제법? UN 헌장은 주권 국가에 대한 무력 사용을 금지한다. 그러나 법은 힘의 균형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지, 힘을 통제하는 원인이 아니다. 강대국이 국제법을 준수하는 것은 그것이 자국에 유리할 때뿐이다.

역(易)의 이치로 보면 이는 천지비(天地否)의 형국이다. 하늘과 땅이 서로 통하지 않고, 위아래가 각자의 이익만 도모하며, 겉으로는 평화를 말하지만 속으로는 막혀 있다. 비괘(否卦)의 시대에는 소인이 득세하고 군자는 물러난다. 그러나 비극태래(否極泰來), 막힘이 극에 달하면 트이는 법이다. 다만 그 전환이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비(否)의 시대를 비(否)로 인식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마두로가 독재자인 것은 사실이다. 경제를 망쳤고 800만 명이 나라를 떠났다. 그를 옹호할 이유는 없다. 다만 “악을 처단했다”는 서사에 도취될 이유도 없다. 미국은 정의를 실현하러 간 것이 아니다. 이익을 확보하러 간 것이다. 마두로의 악행은 행동의 원인이 아니라 명분의 재료였을 뿐이다.

한국에서는 일부 단체가 연대 영화를 상영하고, 주류 언론은 교민 대피를 다뤘다. 좌파는 반제국주의를, 우파는 반사회주의를 외친다. 둘 다 본질을 비켜간다. 이 사건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다. 자원과 패권의 문제다.

국제사회를 제대로 보려면 정치인의 수사를 믿어서는 안 된다. 희망도, 기대도, 분노도 분석을 흐린다. 누가 무엇을 얻는가. 그 질문만 남기고 나머지는 걷어내야 한다. 꿈을 꾸면 당한다. 감정을 이입하면 속는다. 국제관계에서 순진함은 미덕이 아니라 비용이다.

도덕경에 이르기를, 천지불인(天地不仁) 이만물위추구(以萬物爲芻狗)라 했다. 하늘과 땅은 어질지 않아서 만물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여긴다. 국제사회도 그렇다. 누구의 편도 아니고, 누구를 봐주지도 않는다. 그저 힘과 이익의 흐름이 있을 뿐이다.

세상은 늘 이렇게 돌아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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