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의 인재상
2022년에 설립되어 2년 만에 연매출 1조 원을 돌파하고, 2025년 11월 기준 기업가치 29조 원을 달성한 회사가 있다. 15개월 만에 기업가치가 7,300% 상승했다.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SaaS 기업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다. AI 코딩 도구 Cursor를 만드는 Anysphere라는 회사다. 엔비디아, 어도비, 아마존, 우버 같은 기업들이 이 도구를 쓴다. 직원 1인당 연매출이 약 65억 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 회사의 채용 방식이 이상하다.
CEO 마이클 트루엘(Michael Truell)이 a16z 팟캐스트에서 고백한 바에 따르면, 초기에 그들은 실수를 저질렀다. 유명한 학교, 젊은 나이, 높은 스펙을 갖춘 사람들에게 기울었다. 그가 직접 한 표현을 빌리자면, 그들은 한동안 “잘못된 프로필에 시간을 썼다.” 실제로 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오래 남은 사람들은 그런 전형적인 틀에 맞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경력이 좀 더 있거나, 이른바 “중앙 캐스팅에서 바로 나온 것 같지 않은” 사람들. 학교 간판이 아니라 뭔가 다른 것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이 회사는 AI 코딩 도구를 만드는 회사인데, 정작 면접에서는 AI 사용을 금지한다. 트루엘의 설명에 따르면, AI 없이 프로그래밍하는 것이 여전히 실력과 지능을 테스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그리고 덧붙인다. AI 도구 경험이 전혀 없는 훌륭한 프로그래머들을 많이 뽑았고, 그런 사람들을 뽑아서 가르치는 쪽을 훨씬 선호한다고. 도구는 가르칠 수 있지만, 지능과 호기심은 가르칠 수 없기 때문이다.
더 기이한 것은 그들이 인재를 쫓는 방식이다. 거절당한 후보에게 세계 반대편까지 비행기를 타고 날아간다. 가짜 저녁 식사 자리를 만들어서 다시 접촉한다. 대부분의 회사가 정중한 거절 이메일을 보낼 때, Cursor는 비행기표를 끊는다. 트루엘의 말에 따르면, 그렇게 해서 데려온 사람들이 결국 팀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들이 되었다. 심지어 원하는 인재가 다른 회사에서 일하고 있으면, 그 회사를 통째로 인수하기도 한다. 2024년에 인수한 Supermaven이 그런 사례다.
최종 면접은 2일간의 온사이트 프로젝트다. 실제 팀과 함께 실제 코드베이스를 가지고 일한다. 밥도 같이 먹고, 마지막에는 자신이 만든 것을 데모한다. 이것이 단순히 직업을 쇼핑하러 다니는 사람인지, 아니면 진짜로 이 문제 영역에 열정을 가진 사람인지 구분해준다고 한다.
이 회사가 보는 것이 무엇인가. 지능(Intelligence), 호기심(Curiosity), 실험 정신. 정해진 답을 얼마나 잘 아는가가 아니라, 문제를 어떻게 정의하고 어떻게 끈질기게 파고드는가. 기존에 없던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가.
명리학(命理學)의 관점에서 이것은 인성(印星)의 시대가 저물고 상관(傷官)의 시대가 열리는 것으로 읽힌다. 인성은 학문과 지식의 습득을 상징한다. 시험을 잘 보고, 지식을 암기하고, 기존의 체계를 충실히 익히는 능력. 좋은 학교를 나오고, 자격증을 따고, 정해진 경로를 밟는 것. 오랫동안 이것이 성공의 공식이었다. 상관은 다르다. 기존의 틀을 깨고, 정해진 답이 아닌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기운이다. 관(官)을 상(傷)하게 한다는 이름 그대로, 기존 질서와 정해진 규칙에 순응하지 않는다. 창의성, 문제 정의 능력, 기존에 없던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힘이 여기에 속한다.
정해진 답을 찾는 일은 이제 AI가 더 잘한다. 지식을 암기하고 정리하는 일도 AI가 더 빠르다. 인성이 해오던 일의 상당 부분을 기계가 대체하기 시작했다. 남는 것은 상관의 영역이다. 아직 아무도 정의하지 않은 문제를 찾아내는 눈. 정해진 방법이 없을 때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내는 집요함. 실패해도 다시 시도하는 끈기. 기존의 틀을 불편해하고 자기만의 방식을 고집하는 성향.
29조 원 기업가치에 도달한 이 회사가 여전히 거절당한 후보를 쫓아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가는 이유가 있다. 그들이 찾는 것은 이력서에 적힌 글자가 아니다. 스펙으로 측정되지 않는 무엇이다.
Cursor의 초기 10명 중 일부는 학교를 중퇴한 사람들이었다. 일부는 전직 깃허브 엔지니어였다. 공통점은 각자가 무언가 핵심적인 영역에서 뾰족하게 튀어나온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인성으로 포장된 둥근 사람이 아니라, 상관의 날카로움을 가진 사람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