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대체할 직업이라는 착각
한국고용정보원이 520개 직업의 AI 직무 대체율을 분석했다. 2024년 평균 38.69%에서 2027년 66.71%로 두 배 가까이 상승할 것이라 한다. 프로게이머 대체율 0%, 패턴사 대체율 71.65%. 운동선수, 선박조립원, 낙농종사원이 저위험군이고, 방송작가와 게임그래픽디자이너가 중위험군이란다.
이런 분석에는 근본적인 오류가 있다.
기술적으로 대체가 가능한가와 실제로 대체가 일어나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자본은 가능성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득으로 움직인다.
2016년 같은 기관에서 콘크리트공과 정육원, 도축원을 AI 대체 고위험군으로 분류했다. 8년이 지난 지금 이들 직업의 직무 대체율은 각각 29.1%, 24.0%로 저위험군에 속한다. 예측이 틀린 게 아니다. 기술적 가능성만 봤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음식을 만드는 일을 생각해보자. 로봇이 요리를 못할 이유가 없다. 레시피는 알고리즘이고 조리 동작은 반복 가능하다. 그런데 동네 중국집에 요리 로봇이 없다. 대체가 불가능해서가 아니다. 월 200만원 주고 사람을 쓰는 것이 수억 원짜리 로봇 시스템을 설치하는 것보다 싸기 때문이다.

예전에 석탄기업 투자를 검토하는데, 그 기업의 수익율이 일반 기업대비 엄청나게 높은거야.
이유를 체크해보니까, 석탄 대기업들은 기계화율이 높은데, 이 회사는 기계화율을 낮춘거야. 이유는 인건비가 싼것도 있지만, 석탄의 용도가 단순히 연료로 태우는 용도가 아니라, 화공용으로 사용하면 훨씬 비싸게 팔 수 있는데, 기계는 화공용(덩어리가 아주 클수록 좋음)을 만드는데 적합하지 않거든
그래서 인간들의 발파 방식으로 운영되기에 수익성이 일반 기계화, 자동화율이 높은 기업대비 훨씬 높았던 것
비슷한 도리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AI 노출도가 가장 높은 분야는 행정(46%)과 법률(44%)이다. 건설(6%)이나 유지보수(4%)는 낮다. 한국은행 조사에서도 화학공학 기술자, 의사, 회계사, 자산운용 전문가, 변호사가 AI 대체 가능성 높은 직업군에 포함됐다. 음식 관련 단순 종사자나 운송 서비스 종사자는 낮았다.
이상하지 않은가. 단순 반복 노동이 대체되기 쉽다는 통념과 정반대다.
이유는 간단하다. 변호사 연봉은 1억이 넘는다. 방사선 판독의는 수억을 번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한 명 연봉이 웬만한 중소기업 직원 열 명 인건비와 맞먹는다. AI 시스템 도입 비용이 아무리 높아도 이 정도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면 충분히 남는 장사다.
MIT 컴퓨터과학 인공지능 연구소가 2024년 발표한 논문의 결론도 이것이다. 대다수 근로자를 기계로 대체하기에는 현재 경제적 효과가 부족하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다.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트럭이 상용화되면 트럭 운전사가 사라질 것이라 한다. 그런데 자율주행 시스템 한 대 가격이 트럭 운전사 10년 치 연봉보다 비싸면 아무도 도입하지 않는다. 반면 영상의학과 전문의 한 명이 하던 CT 판독을 AI가 대신하면 병원은 연간 수억 원을 절약한다. 어느 쪽 대체가 먼저 일어나겠는가.
마이크로소프트가 꼽은 AI 대체 불가 직업 10가지에 혈액 채취 전문가, 간호조무사, 타이어 정비사가 포함됐다. 이 직업들의 공통점은 인간의 섬세한 판단과 육체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인건비가 싸다는 것이다.
대체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수지 계산의 문제다.
한국 기업 중 AI를 실제 경영에 활용하는 곳은 30.6%에 불과하다. 대기업의 AI 도입률은 40%가 넘는다. 대기업은 왜 AI를 도입하는가. 고연봉 전문직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 고연봉 인력을 AI로 대체하면 이득이 크다. 중소기업은 왜 도입하지 않는가. 최저임금 직원을 AI로 대체해봤자 시스템 유지비가 더 나가기 때문이다.
세상은 기술적 가능성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