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sdom

자기를 증명할 필요는 없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信言不美,美言不信;善者不辯,辯者不善。 진실한 말은 아름답지 않고, 아름다운 말은 진실하지 않다. 선한 사람은 말을 잘하지 않고, 말을 잘하는 사람은 선하지 않다. 제갈량은 적벽대전 이전 손권을 설득하기 위해 오나라 신하들과 설전을 벌인 설전군유(舌戰群儒)로 유명하다. 그런 웅변의 대가조차 대변불변(大辯不辯)이라 했다. 가장 높은 경지의 변론은 변론하지 않는 것이다.

장자는 추수편에서 하충불가이어빙(夏蟲不可以語冰)이라 했다. 여름 벌레에게 얼음을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뜻이다. 그 벌레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봄과 여름만 경험한다. 가을의 쓸쓸함도, 겨울의 혹독함도 모른다. 그런 존재에게 얼음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일은 시간 낭비다.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한 사람에게 빛을 설명하는 것과 같다. 그 사람은 빛의 물리학적 성질은 배울 수 있다. 파장이 몇이고 속도가 얼마인지 암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빛 자체가 아니다. 빛은 경험이지 지식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일 중 하나가 젊은 사람에게 경험을 말해주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만 마디 말보다 한 번 넘어지는 게 낫다. 눈물이 사람을 가르치고, 후회가 사람을 키우고, 아픔이 가장 좋은 스승이다. 인생에서 가야 할 굽은 길은 한 치도 줄일 수 없다.

서로 다른 에너지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은 길고 긴 도로공사와 같다. 다른 등급의 사람과 논쟁하는 것은 아예 무의미한 소모전이다. 그 사람은 내가 가본 곳을 가보지 않았다. 내가 겪은 고통을 겪지 않았다. 내가 읽은 책을 읽지 않았다. 내가 만난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 너무 많은 것이 다르다. 그런 상태에서 대화는 긴 헛수고가 된다. 때로는 침묵만이 유일한 방법이다.

도덕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 天地之道,利而不害,聖人之道,為而不爭。하늘의 도는 만물을 이롭게 하되 해치지 않고, 성인의 도는 행하되 다투지 않는다. 하늘은 다투지 않는다. 성인도 다투지 않는다. 그러니 사람도 다투지 않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은 논쟁할 시간이 없다. 그들은 묵묵히 행동한다. 조괄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전국시대 조나라의 장군 조사의 아들이다. 병법 토론에서는 누구도 그를 이기지 못했다. 모래판 위에서 장수들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왕이 그에게 군대를 맡겼다. 그는 40만 대군을 이끌고 장평으로 갔다. 결과는 참혹했다. 40만 병사가 생매장당했다. 지상담병(紙上談兵)이라는 고사성어가 여기서 나왔다. 종이 위의 병법은 종이 위에서만 통한다. 논쟁보다 실천이 낫다. 실천만이 진리를 검증한다. 이 역시 왜 전문가라고 불리는 존재중에 진짜 전문가는 적은 이유다.

장자에 사성기라는 사람이 나온다. 세상 사람들이 노자를 성인이라 칭송한다는 말을 듣고 먼 길을 걸어 노자를 찾아갔다. 막상 보니 노자는 평범하게 생겼고 사는 곳도 초라했다. 사성기가 말했다. 사람들이 당신을 성인이라 하던데, 내가 보기엔 쥐와 다를 바 없군요. 노자는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고개를 숙여 책을 계속 읽었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다음 날 사성기가 사과하러 왔다. 노자가 말했다. 내가 진정 도를 얻었다면 당신이 나를 돼지라 부르든 개라 부르든 쥐라 부르든 무슨 상관이 있겠소. 나는 여전히 나요. 당신이 무슨 말을 하든 그건 당신 생각일 뿐이오. 그것이 나를 바꾸지도, 나에게 영향을 주지도 못하오.

남과 논쟁하기 좋아하는 것은 대개 마음이 아직 단단하지 않다는 뜻이다. 스스로 옳다고 확신하면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담담히 웃어넘길 수 있다. 무엇을 하든, 얼마나 선하든, 얼마나 뛰어나든, 누군가는 반드시 손가락질하고 냉소를 보낸다. 나보다 못한 사람일수록 더 그렇다. 부러움이 질투가 되고 질투가 미움이 되어 온갖 비방을 쏟아낸다.

어떤 일은 꿰뚫어 봐도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어떤 사람은 간파해도 굳이 드러낼 필요가 없다. 어떤 오해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어떤 소문은 논쟁할 가치가 없다. 논쟁하지 않는 것은 내가 잘못해서가 아니다. 마음에 거리낄 게 없기 때문이다. 맑은 것은 스스로 맑다. 몸이 바르고 품성이 바르면 시간이 결국 증명해준다.

자기를 증명할 필요는 없다” 에 달린 1개 의견

  • 저에게 깨우침을 선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훌륭하고 위대한 글입니다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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