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란?
주역에서는 “길한 사람의 말은 적고, 조급한 사람의 말은 많다”고 했다. 말이란 마음의 소리이되, 함부로 뱉어서는 안 된다. 옛사람들은 말이 많으면 반드시 실수한다는 이치를 깊이 알았기에 신언(愼言 신중한 )을 강조했다. 어떤 일들은 말로 꺼내는 순간 오히려 화를 부른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 해도 마음을 온전히 열어서는 안 되는 영역이 있다. 현학(玄學)에서는 주변 사람과 나눠서는 안 되는 네 가지를 말한다.

첫째는 선행이다. 도덕경에 “상덕불덕 시이유덕 하덕불실덕 시이무덕(上德不德 是以有德 下德不失德 是以無德)”이라 했다. 참된 선행은 보답을 구하지 않고 드러내지도 않는다. 선을 행하고서 그것을 사방에 알리면 선의 본질을 잃는다. 선행을 입에 달고 다니는 것은 공덕을 허영으로 바꾸는 것과 같다. 채근담에서도 “선욕인견 불시진선(善欲人見 不是真善)”이라 하여, 남에게 보이려는 선은 진정한 선이 아니라고 했다. 선행을 떠벌리면 시기와 비난을 부르기 쉽고, 불필요한 시비가 따른다. 선을 행한 뒤에는 봄바람이 만물을 적시듯 소리 없이 스며들어야 한다. 묵묵히 음덕(陰德)을 쌓아야 복이 오래간다.
둘째는 재운(財運)이다. 역경에서는 “군자는 그릇을 몸에 감추고 때를 기다려 움직인다”고 했다. 재운은 보물과 같아서 깊이 감춰야 오래 보전된다. 수입이나 투자 계획을 함부로 말하면 탐내는 눈길과 간섭을 부른다. 증광현문에 “재불로백 로백즉실(財不露白 露白則失)”이라 했으니, 재물을 드러내면 잃게 된다는 뜻이다. 재운이 새어나가면 재산을 풍파 속에 던지는 것과 같다. 입을 다무는 것이 상책이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적당히 아껴야 한다.
셋째는 인생 계획이다. 논어에 “군자욕눌어언이민어행(君子欲訥於言而敏於行)”이라 했다. 군자는 말에는 어눌하고자 하되 행동에는 민첩하고자 한다는 뜻이다. 인생 계획은 아직 익지 않은 과실과 같아서 묵묵히 가꿔야 비로소 열매를 맺는다. 계획을 너무 일찍 말하면 덜 익은 과일을 따는 것이니 아쉬움만 남는다. 이루지 못한 일의 기운은 마음속에서 가라앉히고 숙성시켜야 한다. 미리 드러내면 외부의 간섭과 의심에 시달려 실행력이 흐트러진다. 장자는 “언자소이재의 득의이망언(言者所以在意 得意而忘言)”이라 하여, 말은 뜻을 담는 그릇일 뿐 뜻을 얻으면 말은 잊어야 한다고 했다. 말이 많으면 정력이 분산되고 행동력이 약해진다. 목표는 가슴에 묻고 한 걸음씩 나아가다가, 물이 차서 수로가 이루어질 때 믿을 만한 사람과 나누는 것이 옳다.
넷째는 가정의 갈등이다. 예기에 “가추불가외양(家醜不可外揚)”이라 했다. 집안 부끄러운 일은 밖에 퍼뜨리지 말라는 뜻이다. 가정의 갈등은 사적인 일이니 함부로 밖에 알리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붓는다. 가정은 하나의 닫힌 기장(氣場)이어서 안의 문제는 안에서 풀어야 한다. 분쟁을 외인에게 알리면 집안 망신이 되고 불필요한 의론과 간섭을 불러온다. 주자가훈에 “거가계쟁송 송즉종흉(居家戒爭訟 訟則終凶)”이라 하여, 집안에서는 다툼을 경계하고 송사를 하면 끝내 흉하다고 했다. 가정 갈등을 밖에 알리면 가족 간 정이 상하고 화목이 깨진다. 문을 닫고 차분히 소통해야 한다. 부부간 불화든 부모 자식 간 문제든 집안에서 해결할 일이다. 도저히 안 되면 전문가의 도움을 구할 수 있으되, 외인 앞에 문제를 드러내서는 안 된다.
역경에 “군자이신언어(君子以愼言語)”라 했다. 말은 양날 검과 같아서 온기를 전할 수도 있고 화를 부를 수도 있다. 때에 맞는 침묵을 배우는 것은 지혜이자 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