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업력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결혼이라는 것은 단순히 두 사람이 함께 사는 계약이 아니다. 두 개인의 결합이자, 두 가문의 결합이다. 혼인 서약을 하는 순간, 배우자의 업력뿐 아니라 그 집안 전체의 업력이 나와 얽히기 시작한다. 이것이 업력공담(業力共擔)이다. 내 것만 지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것까지 함께 짊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도덕경 제42장에서 노자는 말한다. 도생일(道生一), 일생이(一生二), 이생삼(二生三), 삼생만물(三生萬物). 도에서 하나가 나오고, 하나에서 둘이 나오고, 둘에서 셋이 나오고, 셋에서 만물이 나온다. 부부라는 것은 바로 이 둘에서 셋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두 사람이 만나 하나의 새로운 장(場)을 형성하고, 그 장에서 자녀가 나오고 가문이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의 기운은 필연적으로 하나로 섞인다.
태평경(太平經)에서는 승부상련(承負相連)이라는 개념을 설명한다. 조상의 행위가 후손에게 이어지고, 한 사람의 행위가 주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부부 사이에서 이 승부의 원리는 더욱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같은 지붕 아래 살면서 같은 밥을 먹고 같은 잠자리에 드는 두 사람은 기운의 교류가 가장 밀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가령 남편이 바깥에서 좋지 못한 일을 저질렀다고 치자. 그로 인해 생긴 업력은 그 사람 혼자만의 몫이 아니다. 과보와 얽힘은 아내에게도, 자녀에게도 미친다. 그래서 결혼은 장난이 아니다. 앞으로 수십 년간 서로의 운명에 영향을 주고받겠다는 선언이다.
실제 사례를 보자. 2001년 미국 에너지 기업 엔론(Enron)이 대규모 회계 부정으로 파산했을 때, CEO 제프리 스킬링(Jeffrey Skilling)의 아내 레베카 카터(Rebecca Carter)는 남편의 범죄와 무관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낙인과 재산 압류의 영향을 피할 수 없었다. 스킬링이 24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되면서 그녀의 삶 전체가 흔들렸다. 남편이 뿌린 씨앗의 열매를 아내가 함께 거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워런 버핏(Warren Buffett)과 그의 첫 번째 아내 수잔 버핏(Susan Buffett)의 관계를 보자. 수잔은 남편이 자선 활동에 눈을 뜨도록 이끈 사람이다. 버핏이 세계 최대 규모의 기부 서약을 하고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결심한 데에는 아내의 영향이 컸다. 수잔은 2004년 세상을 떠났지만, 그녀가 남편과 함께 쌓은 선업의 방향성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부부가 함께 선을 행하면 그 복보는 한 사람이 떠난 후에도 남은 사람에게 계속 작용한다.
한 지붕 아래 살면서 한 가족이 되면, 서로의 기운과 자장(磁場)은 끊임없이 교차하고 융합된다. 특히 부부의 연을 맺고 육체적으로 하나가 된 두 사람은 이미 에너지장 자체가 섞여버린 상태다. 몸이 얽히는 순간 업력, 복보(福報), 음덕(陰德), 지혜, 사유 방식, 기운, 자장 모든 것이 서로 스며들고 영향을 주기 시작한다.
포박자(抱朴子) 내편 미지(微旨)에서 갈홍(葛洪)은 이렇게 말한다.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 적불선지가 필유여앙(積不善之家 必有餘殃). 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남은 경사가 있고, 선하지 못한 것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남은 재앙이 있다. 이 말은 원래 주역 곤괘(坤卦)의 문언전에서 나온 것인데, 갈홍이 도교적 맥락에서 재해석한 것이다. 한 사람의 행위가 그 사람에게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가족 전체, 특히 가장 가까운 배우자에게 직접적으로 전이된다는 뜻이다.
이 융합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업력을 함께 나누게 된다. 부부가 오래 살다 보면 운명의 톱니바퀴가 점점 비슷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너는 이미 나의 일부가 되었고, 나는 이미 너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의 CEO 리처드 풀드(Richard Fuld)의 아내 캐슬린 풀드(Kathleen Fuld)는 남편이 회사를 파산시킨 후 뉴욕 사교계에서 완전히 배척당했다. 그녀는 수십 년간 쌓아온 자선 활동과 사회적 지위를 하루아침에 잃었다. 남편의 탐욕이 만들어낸 업력이 아내의 사회적 생명까지 앗아간 것이다.
설령 상대가 좋은 배우자가 아니었다 해도 그 역시 내 일부다. 상대가 나를 많이 상처 입혔다 해도, 부부로서의 인연이 아직 다하지 않았다면 그의 업력 일부는 나에게 넘어와 내가 일정 부분 짊어지게 된다.
음즐문(陰騭文)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근취제신 원급타물(近取諸身 遠及他物). 가까이는 자신의 몸에서 취하고, 멀리는 다른 것에까지 미친다. 자신이 행한 것이 가장 먼저 자신에게 돌아오지만, 그 영향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로 퍼져나간다. 부부 사이에서 이보다 더 가까운 관계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면 부부 사이에 가장 좋은 업력 나눔은 무엇인가. 상대의 선업(善業)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배우자가 좋은 일을 하도록 격려하고 이끌어주는 것이다. 옛말에 아내가 어질면 남편의 화가 줄어든다는 말이 있다. 처현부화소(妻賢夫禍少)가 그것이다. 배우자의 선업은 나에게도 선연(善緣)과 복보로 돌아온다. 내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의 손길이 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지미 카터(Jimmy Carter)와 로잘린 카터(Rosalynn Carter) 부부는 73년간 결혼 생활을 유지하며 함께 해비타트(Habitat for Humanity) 활동에 헌신했다. 두 사람은 90대의 나이에도 직접 망치를 들고 집을 지었다. 2023년 로잘린이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 전 세계에서 쏟아진 애도는 두 사람이 함께 쌓아온 선업에 대한 응답이었다. 그리고 불과 며칠 후 지미 카터도 아내의 뒤를 따랐다. 70년 넘게 함께 선을 쌓은 부부는 떠나는 순간까지도 함께였다.
누군가와 평생을 함께하겠다는 결정이 단순히 감정의 문제가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