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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학 상식, 몇 가지 금기에 대하여

미신이라고 치부하면 그만이지만, 수천 년간 전해 내려온 금기에는 나름의 논리가 있다. 믿고 안 믿고는 각자의 몫이다.

첫 번째, 본인이 입었던 옷은 함부로 남에게 주지 않는다.

외투는 크게 상관없다. 문제는 피부에 직접 닿는 옷들이다. 속옷, 내의, 잠옷, 그리고 이불이나 베개 같은 침구류. 이런 것들은 남에게 주기보다 찢어서 버리는 편이 낫다. 피부에 직접 닿는 물건에는 그 사람의 기운이 깊이 배어든다. 땀, 체온, 호흡, 잠결의 무의식까지 스며든다. 이것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 기운도 함께 넘어간다. 특히 본인보다 운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 주면 그 사람의 탁기(濁氣)가 역으로 연결될 수 있다. 선의로 준 물건이 좋지 않은 인연을 만드는 셈이다.

두 번째, 족제비와 뱀은 죽이지 않는다.

중국과 한국의 민간 전승에서 족제비와 뱀은 영물(靈物)로 여겨진다. 특히 오래 산 족제비나 뱀은 수행 중인 존재로 본다. 도교에서는 이런 동물들이 오랜 세월 천지의 정기를 받아 영성을 갖추어 간다고 한다. 함부로 죽이면 원한을 사고, 그 업보가 본인뿐 아니라 자손에게까지 미친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중국 동북 지방에서는 황선(黃仙, 족제비), 사선(蛇仙, 뱀)을 오대선(五大仙)에 포함시켜 모신다.

세 번째, 뱀고기는 먹지 않는다.

위와 같은 맥락이다. 영물의 육신을 먹으면 그 원기(怨氣)가 몸 안에 들어온다. 광동 지방에서는 뱀 요리가 흔하지만, 현학을 공부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를 피하는 이들이 많다. 보양이 된다는 실익보다 보이지 않는 손해가 크다고 보는 것이다.

네 번째, 자시(子時)의 금기들.

자시는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다. 하루 중 음기가 가장 극성한 시간이고, 동시에 양기가 막 싹트기 시작하는 교차점이다. 이 시간에는 여러 가지를 삼간다.

머리를 빗지 않는다. 머리카락은 혈여(血餘)라 하여 피의 연장이다. 음기가 극성한 시간에 빗질을 하면 정기가 흩어진다.

손톱과 발톱을 깎지 않는다. 손톱과 발톱은 근여(筋餘)라 하여 힘줄의 연장이다. 자시에 이것을 자르면 기운이 새어나간다.

목욕이나 샤워를 하지 않는다. 물은 음(陰)에 속한다. 음기가 가장 강한 시간에 온몸을 물에 담그면 양기가 크게 손상된다.

물가에 가지 않는다. 같은 이유다. 자시의 물가는 음기가 중첩되는 장소다.

어두운 곳에서 거울을 보지 않는다. 거울은 음양의 경계에 있는 물건이다. 어둠 속에서 거울을 보면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 자시에 물건을 내보내면 재물이 함께 나간다. 피참(避讖)의 일종이다.

이런 금기들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다. 다만 수천 년간 수많은 사람들이 경험적으로 쌓아올린 것들이다. 지키는 사람은 지키고, 웃어넘기는 사람은 웃어넘긴다.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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