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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센터가 고객 분노 센터가 된 이유

샤오미 고객센터 상담원이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다. 고객이 불만을 토로하면 “네 불만을 이해합니다. 말씀하신 내용을 적어서 공유하겠습니다. 다른 질문 있으신가요?”라는 답변만 열 몇 번 반복했다. 인공지능도 아니고 사람인데 말이다. 검증하려고 전화한 스트리머도 똑같은 경험을 했고, 결국 분노만 키웠다.

나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고가 제품을 주문했는데 배송이 제대로 안 됐다. 고객센터에 전화하니 “배송은 물류업체 책임입니다”라고 했다. 물류업체에 전화하니 “정해진 노선에서만 운행합니다”라고 했다. 서명을 받아야 하는 물건이라 수령 시간을 조율하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3번 시도 후 못 받으면 반송한다는 말만 들었다. 그럼 어쩌란 말인가. 앵무새처럼 원칙만 읽어주는 이들을 고객센터라고 부를 수 있나. 차라리 고객 분노 센터라고 해야 맞다.

2024년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타오바오의 고객 불만 데이터를 보면 물류 관련 불만이 전체의 43퍼센트를 차지했다. 그중 70퍼센트 이상이 “문제 해결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책임 소재만 떠넘기고 실질적 해결책은 없다는 뜻이다.

고객센터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과 접촉하다 보면 자기 일을 남의 일처럼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은행 창구 직원은 규정만 읽어주고, 관공서 직원은 다른 부서로 가보라고만 한다. 병원 접수 직원은 환자가 급해도 순서를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한다. 고객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자기가 큰 업을 쌓고 있다는 걸 모른다. 도교에서 말하는 업은 거창한 게 아니다. 자기가 할 본분을 다하는 것이 선행이고, 자기가 할 일을 안 하는 것이 악행이다. 장자는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다하는 것이 도를 따르는 것”이라고 했다. 고객센터 직원의 역할은 무엇인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원칙을 읽어주는 게 아니다.

2023년 한국소비자원 조사에서 소비자 불만 중 35퍼센트가 “상담원의 무성의한 태도” 때문이었다. 문제 자체보다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는 태도가 더 화나게 만든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국 고객서비스 연구기관의 2022년 데이터를 보면, 고객이 기업을 떠나는 이유 1위가 “제품 불량”이 아니라 “무관심한 직원”이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시스템이 사람을 기계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상담원은 정해진 스크립트만 읽어야 하고, 문제 해결 권한은 없다. 실적 평가는 통화 시간과 처리 건수로만 한다. 고객 만족도는 평가 항목에 없거나 형식적이다. 결국 상담원은 빨리 전화를 끊는 게 목표가 된다.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고객을 떼어내는 게 일이 된다.

기업들은 고객센터를 비용으로만 본다. 매출을 만드는 부서가 아니니 최소한의 인력으로 돌린다. 상담원 1인당 하루 평균 처리 건수는 2019년 62건에서 2023년 89건으로 늘었다. 인력은 그대로인데 업무량만 43퍼센트 증가했다. 한 건당 평균 상담 시간은 7분에서 4.5분으로 줄었다. 문제를 제대로 들을 시간조차 없다.

그래서 상담원도 피해자라고 할 수 있을까.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객이 겪는 분노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시스템의 문제든 개인의 문제든 결과는 똑같다. 고객은 해결되지 않은 문제와 쌓인 분노를 안고 돌아간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태도가 전염된다는 것이다. 고객센터 직원도 다른 곳에 전화하면 고객이 된다. 그리고 똑같이 화를 낸다. 자기가 하던 대로 당하면서 말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본분을 다하지 않으니 사회 전체가 서로에게 화내는 구조가 된다.

중국 네티즌들은 샤오미 상담원을 “로봇보다 못한 인간”이라고 불렀다. 역설적이다. 기술이 발전해서 인간이 더 인간다워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인간이 기계보다 기계적이 됐다. 인공지능 챗봇이 더 친절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자기 일을 남의 일처럼 하는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쌓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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