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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AI 다른 쓰임새, 중국 미국 한국 일본 유럽의 토큰 사용 비교

같은 도구를 쥐었는데 쓰는 방식이 다르다. 2026년 현재, 중국은 하루 140조 토큰 이상을 소비하며 세계 1위 AI 사용국이 되었고, 미국은 토큰의 절반 이상을 프로그래밍에 쓰고 있으며, 한국은 마케팅 자동화와 바이브 코딩(Vibe Coding)에 몰려 있다. 나라마다 AI를 쓰는 방식이 이렇게 다른 이유는 기술력 차이가 아니라, 각 사회가 돈을 버는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바이트댄스의 더우바오(豆包) 모델은 하루 120조 토큰 이상을 소비한다. 이 토큰의 상당 부분은 AI 숏드라마 영상 생성에 들어간다. 2026년 1분기에만 12만 8천 편의 마이크로 드라마가 출시됐고, 그 중 95%가 AI로 만들어졌다. 차이신(Caixin)의 보도에 따르면 하루에 500편 가까운 드라마가 쏟아진다. 10초짜리 1080p 영상 하나를 생성하는 데 35만 토큰이 필요하니, 텍스트 대화 수천 건에 해당하는 연산이 영상 한 편에 들어가는 셈이다. 중국 브랜드 마케터의 93.1%가 생성형 AI를 콘텐츠와 아이디어 생성에 사용한다는 이마케터(eMarketer) 조사 결과도 있다. 전자상거래 홍보 영상, 라이브커머스용 가상 진행자, SNS 마케팅 콘텐츠가 그 뒤를 잇는다. 중국의 AI 사용 구조는 명확하다. 만들어서 판다.

미국의 풍경은 완전히 다르다.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와 오픈라우터(OpenRouter)가 100조 토큰을 분석한 보고서를 보면, 2024년 초에 11%였던 프로그래밍 관련 토큰 비중이 2025년 중반에 50%를 넘었다. 에이전트 기반 자동화 워크플로가 출력 토큰의 절반 이상을 생성하고 있다. 딜로이트(Deloitte)의 2026년 기업 AI 보고서에서도 미국 기업의 66%가 생산성과 효율 향상을 AI 도입의 주요 성과로 꼽았고, 53%가 의사결정 인사이트, 40%가 비용 절감을 보고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사이클을 6개월에서 2개월로 줄인 사례도 나온다. 미국은 AI로 콘텐츠를 만들어 파는 게 아니라, AI가 AI를 돌리는 구조를 쌓고 있다. 도구의 도구를 만드는 것이다.

한국의 AI 사용 패턴을 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드러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5년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서 국민의 44.5%가 생성형 AI를 경험했고, 사용 목적은 정보 검색이 45%, 콘텐츠 생성이 30%, 학습 및 업무 지원이 20%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공동 조사에서는 정보 검색 효율을 주된 이유로 꼽은 응답이 86%에 달했고, 하루 평균 사용 시간은 49.6분이었다. 오픈라우터 기준으로 한국의 글로벌 토큰 점유율은 2.88%다. 미국 47.17%, 중국 6.01%와 비교하면 규모 자체가 다른 차원이다.

그런데 쓰레드나 SNS를 열어보면 한국에서 AI와 관련해 가장 활발하게 공유되는 이야기는 마케팅 자동화로 수익 올리는 법, 바이브 코딩으로 앱 만들어서 수익화하는 법, 그리고 그 방법을 강의로 만들어 파는 것이다. 이건 데이터와도 맞아떨어진다. 한국의 AI 사용은 대규모 산업 적용이 아니라 개인 단위의 소규모 수익화에 집중되어 있다. 검색 대체, 콘텐츠 빠르게 찍어내기, 코드 없이 앱 만들기. 중국처럼 산업 규모로 콘텐츠를 공장 생산하는 것도 아니고, 미국처럼 기업의 개발 인프라를 재편하는 것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서 각자 작은 돈벌이를 찾고 있는 모양새다.

일본은 예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GMO 리서치의 2025년 조사에서 생성형 AI 채택률은 42.5%인데, 실제 비즈니스 활용률은 19.2%에 머물러 있다. 용도를 보면 업무 효율과 문서 작성이 43.5%, 전문 지식 조사 검증이 30.5%, 텍스트 교정과 요약이 28%, 학습이 25.6%, 창작 콘텐츠가 15.9%다. AI 도구를 선택할 때 가장 중시하는 기준이 사용성 64.7%와 정확성 62.7%라는 점이 일본의 성격을 말해준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도구가 아니라, 기존에 하던 일을 더 정확하게 하는 도구. 검증 안 된 것은 쓰지 않는다는 태도가 선명하다.

유럽은 유로스탯(Eurostat)의 2025년 데이터가 깔끔하게 보여준다. EU 전체 기업의 19.95%가 AI를 사용하고, 용도별로는 마케팅과 영업이 34.70%, 경영관리가 31.05%, R&D가 정보통신 섹터에서 42.51%를 차지한다. 국가별로는 덴마크 42%, 핀란드 38%, 스웨덴 35%가 앞서 있고, 루마니아 5.2%, 폴란드 8.4%가 뒤에 있다. 도입을 막는 가장 큰 장벽은 전문인력 부족이 70.89%, 법적 불확실성이 52.5%, 개인정보보호 우려가 48.8%다. GDPR로 대표되는 규제 중심 문화가 AI 도입에도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일본의 기업 AI 도입률 19.2%와 EU 평균 19.95%가 거의 겹친다는 사실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두 지역 모두 보수적이고, 정확성과 규정 준수를 우선시하며, 기존 업무의 효율화에 집중한다. 혁신적 활용보다는 실수를 줄이는 쪽을 택한다. 문화적 코드가 기술의 쓰임새를 결정하는 전형적인 사례다.

이걸 정리하면, 중국은 AI 콘텐츠 공장이다. 만들어서 파는 구조. 미국은 AI 개발 인프라다. 만드는 도구를 만드는 구조. 한국은 AI 소규모 수익화다. 개인이 빨리 돈 되는 것을 찾는 구조. 일본과 유럽은 AI 업무 보조다. 조심하면서 정확하게 쓰는 구조.

이 차이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격차를 만들어낼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AI가 AI를 만드는 순환 구조를 쌓고 있으니 이 효과가 복리(Compound Interest)처럼 쌓인다. 중국은 양으로 밀어붙이면서 가격을 바닥까지 끌어내리고 있다. CEIBS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산 AI 모델의 비용은 미국 대비 약 170분의 1 수준이다. 오픈라우터에서 중국 모델의 주간 토큰 소비량이 4.12조로 미국 모델의 2.94조를 5주 연속 추월했다. 한국은 개인 수익화에 몰려 있어 산업 전체의 깊이가 얕다. 일본과 유럽은 안정적이지만 속도에서 뒤처지고 있다.

중국이 하루에 드라마 500편을 찍어내는 동안 미국은 코드를 짜는 AI를 만들고 있고, 한국에서는 누군가가 그 AI 쓰는 법을 강의로 팔고 있다. 같은 연장통에서 같은 도구를 꺼냈는데, 누구는 공장을 짓고 누구는 공장에서 나온 물건을 팔고 누구는 그 물건 파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이 그림이 3년 뒤에는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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