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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인지의 격차, 사람 사이를 가장 크게 벌리는 것

현대인이 갖춰야 할 인지 체계의 한복판에는 돈이 있다. 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아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그것을 안다고 믿는 근거가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인지다.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은 오르는 장에서 벌고 빠지는 장에서 그대로 돌려준다.

2026년 7월의 한국 증시가 그 장면을 압축해서 보여줬다. 6월에 장중 9,385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7월 29일 5,663으로 마감했다. 한 달 남짓 만에 40퍼센트 가까이 사라졌다. 7월 한 달 하락률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넘어 월간 기준 역대 1위다. 28일과 29일에는 이틀 연속으로 코스피와 코스닥에 동시에 서킷브레이커가 걸렸다. 처음 있는 일이다.

숫자보다 눈여겨볼 것은 그 안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했느냐다. 지수가 하루에 10.84퍼센트 빠진 7월 28일,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상품은 SK하이닉스 한 종목에 레버리지를 건 상장지수펀드였다. 그날 하루에만 28.43퍼센트 내린 상품이다. 4,200억 원이 들어갔다. 레버리지 상품 네 개를 합치면 1조 996억 원, 그날 개인 순매수의 4분의 1이 넘는 돈이 그쪽으로 갔다. 그리고 다음 날 개인은 1조 9,700억 원을 던졌다. 기관이 3조 원 넘게 받아냈다.

하루 만에 사고 하루 만에 던졌다. 이건 판단이 아니라 반사다. 반사에는 근거가 없어도 되기 때문에 속도가 빠르다. 빠른 것을 자기가 잘 안다는 증거로 착각하기가 쉽다.

지난 몇 년 시장은 대체로 올랐다. 그 구간에서 번 사람들이 자기가 무엇으로 벌었는지를 대개 잘못 적어둔다. 용기로 벌었거나 운으로 벌었는데, 인지로 벌었다고 기록한다. 상승장에서는 무모함과 통찰이 같은 결과를 낸다. 둘을 갈라놓는 것은 하락장뿐이고, 하락장은 몇 년에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 그사이에 사람은 자기 서사를 다 완성해버린다.

도덕경(道德經) 45장에 이런 구절이 있다. 大成若缺 其用不弊 大盈若沖 其用不窮 大直若屈 大巧若拙 大辯若訥. 크게 이룬 것은 모자라 보이지만 써도 닳지 않고, 크게 찬 것은 비어 보이지만 써도 바닥나지 않는다. 크게 곧은 것은 굽어 보이고, 크게 능한 것은 서툴러 보이며, 크게 잘하는 말은 어눌하게 들린다.

여기서 沖은 그릇 안이 비어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가득 찬 것이 왜 비어 보이는가. 채워진 사람은 자기가 채웠다는 사실을 드러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덜 채워진 쪽은 드러내야 한다. 드러내지 않으면 자기도 자기 상태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다.

그래서 무언가를 공유한다는 행위 자체가 신호가 된다. 차트를 놓고 이쪽으로 갈 것이라 적고, 그대로 됐다고 다시 적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돌린다. 맞힌 것을 기록하는 사람은 틀린 것을 기록하지 않는다. 열 번 중 세 번 맞히고 세 번을 올리면, 올린 사람의 화면에서는 적중률이 백 퍼센트다. 본인이 그 화면의 첫 번째 독자다. 大辯若訥. 정말로 아는 사람이 어눌해지는 이유는 겸손해서가 아니라, 말할 수 있는 범위가 좁아졌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확언이 줄어드는 것은 실력이 붙었다는 뜻이지 자신감이 떨어졌다는 뜻이 아니다.

책 몇 권 읽고 영상 부지런히 보고 삼사 년 거래한 사람이 자기를 어느 경지에 놓는 경우를 오래 봐왔다. 삼사 년은 한 계절이다. 금리가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거나, 한 업종이 계속 끌고 가거나, 유동성이 한쪽으로만 흐르는 구간을 한 번 통과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한 계절만 겪은 사람은 그 계절의 규칙을 기후의 규칙으로 적는다. 그리고 계절이 바뀌면, 규칙이 틀린 것이 아니라 시장이 이상해졌다고 말한다.

수행도 정확히 같은 자리에서 무너진다. 몇 달 앉아보고 몸에서 뭔가 지나가는 것을 느끼면, 그것을 진전으로 적는다. 남에게 말하고 싶어지고, 말하고 나면 자기 안에서 그 경험의 등급이 한 단계 올라간다. 등급이 올라간 경험을 기준으로 다음 것을 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방향이 어긋난다. 시장에서 세 번 맞힌 것을 백 퍼센트로 기록하는 것과 구조가 같다. 관측자가 관측 대상과 같은 사람이라는 문제다.

45장은 이렇게 닫힌다. 躁勝寒 靜勝熱 清靜為天下正. 움직이면 추위를 이기고, 고요하면 더위를 이긴다. 맑고 고요한 것이 천하의 기준이 된다. 추울 때 몸을 움직여 견디는 것은 누구나 한다. 더울 때 가만히 있어 견디는 것은 잘 안 된다. 뜨거워질수록 사람은 움직이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지수가 하루에 십 퍼센트 빠진 날 레버리지를 사는 손과, 수행 중에 뭔가 올라올 때 그것을 붙잡으려는 손은 같은 손이다.

돈에 대한 인지가 현대인의 인지 체계에서 중심이 되는 이유는 돈이 가장 중요해서가 아니다. 자기가 무엇을 아는지 모르는지를 이보다 정확하게 채점해주는 영역이 드물어서다. 수행에서는 자기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몇 년이고 속일 수 있지만, 시장은 분기마다 계산서를 보낸다.

그렇다면 계산서가 오지 않는 영역에서는 무엇으로 자기 위치를 확인해야 하는가. 맞혔다고 올린 그 글이 없었다면, 자기가 맞혔다는 것을 무엇으로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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