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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뇌에서 일어나는 일 – 감마파 폭발, 생애 회고, 그리고 되돌아옴의 의미

사람이 죽을 때, 뇌는 꺼지지 않는다. 오히려 켜진다. 심장이 멈추고 혈류가 끊긴 직후, 뇌의 특정 영역에서 평소보다 훨씬 강력한 전기 신호가 폭발적으로 올라온다. 이것은 가설이 아니다. 뇌파 측정 장비가 포착한 데이터다. 죽어가는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그것이 사실이라면, 왜 그런 시스템이 존재하는가.

2023년 미시간대학교의 지모 보르지긴(Jimo Borjigin) 연구팀이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연구가 있다.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뒤 사망한 혼수상태 환자 네 명의 뇌파를 분석한 것이다. 네 명 중 두 명에게서, 심장이 멈춘 직후 감마파(Gamma Wave)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 환자의 경우 감마파가 평소 수준의 최대 300배까지 치솟았으며, 이는 정상적으로 깨어 있는 뇌보다도 높은 수치였다. 감마파는 25에서 150헤르츠 사이의 고주파 뇌파로, 집중, 주의, 기억 통합, 의식적 인지 처리와 관련된 뇌 활동의 지표다. 깨어 있는 상태에서 무언가에 몰두할 때 활성화되는 파장이다. 그런데 이것이 죽어가는 뇌에서, 그것도 혼수상태 환자의 뇌에서 올라왔다.

더 주목할 것은 이 감마파가 나타난 위치다. 측두엽, 두정엽, 후두엽이 만나는 접합부, 이른바 후방 피질 핫존(Posterior Cortical Hot Zone)이라 불리는 영역이 강하게 활성화되었다. 이 영역은 의식 경험의 신경학적 기반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시각, 청각, 공간 인식, 신체 밖 경험(Out-of-body Experience)이 관련된 부위이기도 하다. 보르지긴은 이렇게 요약했다. 이 부위에 불이 켜진다면 환자는 무언가를 보고, 무언가를 듣고, 몸 바깥의 감각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고.

이 연구가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다. 보르지긴 연구팀은 2013년에 이미 쥐를 대상으로 동일한 현상을 확인한 바 있다. 심장 정지 후 30초 이내에 감마파가 급등했고, 그 수준은 깨어 있을 때보다 오히려 높았다. 뇌 전역에서 동기화된 고주파 활동이 나타났으며, 세타파 및 알파파와 감마파 사이의 교차주파수 결합(Cross-frequency Coupling)이 강화되었다. 이것은 무작위적인 잔류 신호가 아니라 조직화된 신경 활동이라는 뜻이다. 죽어가는 뇌가 단순히 꺼져가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처리하고 있었다.

2022년에는 또 다른 사례가 보고되었다. 87세 남성이 심장 마비로 사망하는 동안, 우연히 뇌파 측정 장비가 연결되어 있었다. Frontiers in Aging Neuroscience에 발표된 이 사례 보고에서, 그의 뇌에서도 심장 정지 전후로 감마파가 급등한 것이 기록되었다. 2025년 1월 NeuroImage에 실린 진(Zinn) 등의 연구에서는 주요 뇌 손상이 없는 혼수 환자의 사망 과정을 중환자실 침상 뇌파 모니터로 분석했는데, 사망 직전 마지막 한 시간 동안 고주파 활성화가 관찰되었을 뿐 아니라, 죽어가는 뇌의 신경 활동 패턴이 렘수면(REM Sleep)과 가장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꿈을 꾸는 뇌와 죽어가는 뇌가 닮아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2023년 뉴욕대학교 샘 파르니아(Sam Parnia) 연구팀이 학술지 Resuscitation에 발표한 AWARE-II 연구가 있다. 미국과 영국 25개 병원에서 567명의 심장 정지 환자를 추적한 대규모 전향적 연구다. 567명 중 53명(9.3%)이 생존했고, 이 중 면담을 완료한 28명 가운데 11명(39.3%)이 심장 정지 중에 의식이나 인지 활동을 시사하는 기억을 보고했다. 그중 일부는 자기 인생에 대한 의미 있는 되돌아봄을 경험했다고 진술했다. 뇌파 데이터에서는 뇌로 가는 산소가 극도로 부족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의식과 연관된 정상적 뇌파 패턴이 심폐소생술 중 35분에서 60분까지 간헐적으로 나타났다. 뇌가 꺼져야 할 시점에 꺼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파르니아 연구팀이 이 현상에 붙인 이름이 있다. 죽음의 회상 경험(Recalled Experience of Death, RED). 임사체험이라는 오래된 용어 대신 새로운 명칭을 쓴 이유는, 이 경험이 단순한 환각이나 꿈과는 구분되는 고유한 범주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RED의 보고 내용에는 공통적인 요소들이 있다. 몸에서 분리되는 느낌, 어두운 통로 끝에 보이는 빛,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과의 만남. 그리고 가장 빈번하게 보고되는 것이 생애 회고(Life Review)다. 영화처럼 자기 인생이 펼쳐지는 경험. 이 경험은 시간 순서가 아니라 주제별로, 혹은 감정의 강도 순으로 재편집되어 펼쳐지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된다. 그리고 이 회고가 이루어지는 관점이 독특하다. 자기 자신의 시점이 아니라, 상대방의 시점에서 자기 행동을 돌아보게 된다는 보고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내가 누군가에게 했던 말과 행동이, 그 사람의 입장에서 어떻게 느껴졌는지를 경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논쟁적인 가설이 등장한다. 내인성 DMT(Endogenous DMT) 가설이다. DMT는 N,N-디메틸트립타민(N,N-dimethyltryptamine)이라는 강력한 환각 물질인데, 아야와스카라 불리는 남미 식물 혼합물의 핵심 성분이기도 하다. 2019년 미시간대학교 연구팀은 쥐의 뇌, 특히 송과선과 시각 피질에서 세로토닌이나 도파민에 버금가는 수준의 내인성 DMT를 검출했다. 그리고 심장 정지 시 DMT 수준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관찰했다. DMT를 외부에서 투여한 사람들이 보고하는 경험이 임사체험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는 연구도 여러 편 있다. 몸에서 분리되는 느낌, 강렬한 빛, 시공간 초월, 실체를 가진 존재와의 만남, 자아 해체. 이런 공통 요소들이 겹친다.

다만 이 가설은 아직 확정된 과학이 아니다. 2026년 2월 남덴마크대학교의 미카엘 팔너(Mikael Palner) 연구팀이 Neuropharmacology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성체 쥐의 뇌에서 내인성 DMT를 검출하지 못했다. 대사 분해를 차단한 조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연구는 DMT가 뇌의 세로토닌 뉴런에서 생성되거나 저장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DMT가 뇌에서 생성되어 세로토닌 시스템에 저장된다는 가설에 직접적인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2025년 Neuropharmacology에 실린 또 다른 리뷰 논문에서는 포유류 뇌에서 DMT 합성 경로가 존재하고 스트레스 조건에서 수준이 상승할 수 있다는 증거를 정리하면서도, DMT의 정확한 생리적 역할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죽는 순간 뇌에서 대량의 DMT가 분비되어 임사체험을 만들어낸다는 이야기는, 흥미롭지만 확정하기에는 이른 단계다.

확실한 것은 이것이다. 죽어가는 뇌에서 조직화된 고주파 활동이 일어난다. 의식의 신경학적 기반으로 추정되는 영역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난다. 그리고 심장 정지를 경험하고 소생한 사람들 중 상당수가, 그 시간 동안 풍부하고 생생한 의식 경험을 보고한다. 신경과학자 크리스토프 코흐(Christof Koch)의 표현을 빌리면, 죽어가는 뇌는 전기적으로 말해서,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조용한 곳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시스템이 존재하는가.

진화적 관점에서 보면 설명이 쉽지 않다. 죽는 순간의 의식 경험이 생존에 어떤 이점을 줄 수 있는가. 이미 죽어가는 개체에게 감마파를 쏟아붓는 것은 에너지 낭비처럼 보인다. 한 가지 가능성은, 이 현상이 진화적으로 선택된 기능이 아니라 뇌의 억제 시스템이 해제되면서 나타나는 부산물이라는 해석이다. 파르니아 연구팀은 이것을 탈억제(Disinhibition)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살아 있는 동안 뇌는 정보를 걸러내고, 불필요한 기억을 억누르고, 의식의 범위를 제한하는 브레이크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이 브레이크가 죽음의 과정에서 풀리면, 저장되어 있던 기억과 인지 처리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2025년 Nature Reviews Neurology에 마르시알(Martial) 등이 발표한 임사체험의 신경과학 모델 리뷰에서는, 심리학적, 신경생리학적, 진화론적 프레임워크를 통합하여 이 현상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이 리뷰는 산소 부족, 이산화탄소 증가, 뇌 에너지 대사의 교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임사체험 특유의 생생한 지각 및 감정 경험을 촉발할 수 있다고 분석하면서도, 이를 가능하게 하는 메커니즘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열린 질문으로 남겨두고 있다.

도덕경(道德經) 50장에 이런 구절이 있다. 出生入死. 삶으로 나가고 죽음으로 들어간다. 이 네 글자가 인간 존재의 경로를 압축한다. 태어남은 나가는 것이고, 죽음은 들어가는 것이다. 나간 것은 돌아오고, 펼쳐진 것은 거둬진다. 같은 장의 뒷부분에서 노자는 善攝生者라는 표현을 쓴다. 삶을 잘 거두어 잡는 사람. 이 사람은 길을 걸어도 외뿔소와 호랑이를 만나지 않고, 전쟁에 들어가도 갑옷과 무기를 쓸 일이 없다. 왜인가. 死地가 없기 때문이다. 죽을 자리가 없다. 이 말을 글자 그대로 읽으면 불사(不死)의 비결처럼 보이지만, 맥락을 따르면 다른 뜻이 열린다. 죽음을 따로 분리된 사건으로 두지 않는 사람은, 죽음이 걸려들 틈이 없다는 것이다. 삶과 죽음을 나누어 하나를 붙잡고 하나를 밀어내는 순간, 밀어낸 쪽이 거대한 두려움이 되어 돌아온다.

출생입사의 구조가 현대 뇌과학이 관찰한 것과 묘하게 겹친다. 뇌가 죽어가는 과정에서 의식이 확장된다는 관찰은, 죽음이 축소가 아니라 어떤 종류의 확장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물론 이것이 영혼의 존재나 사후 세계를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뇌파 데이터는 뇌의 전기적 활동을 보여줄 뿐이지, 그 활동이 실제로 어떤 경험으로 이어지는지를 직접 확인해주지는 않는다. 감마파가 올라왔다는 것과, 그 사람이 실제로 무언가를 경험했다는 것 사이에는 아직 메워지지 않은 간극이 있다.

그런데 생애 회고라는 현상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볼 것이 있다. 인생이 눈앞에 펼쳐진다는 보고 자체는 1892년부터 기록되어 있다. 스위스의 지질학자 알베르트 하임(Albert Heim)이 추락 사고 생존자, 익사 직전 생존자, 전투 부상자들의 경험을 수집하면서 파노라마 같은 생애 회고를 체계적으로 기술한 것이 최초의 공식 기록이다. 130년 넘게 문화권, 종교,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일관되게 보고되는 이 현상은 단순한 문화적 기대나 학습된 서사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 회고에서 보고되는 관점의 전환, 자기가 했던 행동을 상대방의 입장에서 다시 경험하게 된다는 부분은, 단순한 기억 재생 이상의 무언가를 암시한다. 기억을 그냥 되감아 보여주는 것이라면 자기 시점에서 보면 된다. 왜 굳이 상대방의 시점으로 전환되는가. 이 전환이 뇌의 탈억제 과정에서 나타나는 우연한 부산물인지, 아니면 의식이라는 시스템에 원래 내장되어 있던 기능이 마지막 순간에 작동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도교에서 말하는 도(道)의 속성 중 하나가 반(反)이다. 되돌아오는 것. 도덕경 40장에 反者道之動이라 했다. 되돌아가는 것이 도의 움직임이다. 만물은 펼쳐졌다가 거둬지고, 나갔다가 돌아온다. 꽃이 피었다가 지는 것, 물이 증발했다가 비로 내리는 것, 숨을 내쉬었다가 들이쉬는 것. 이 되돌아옴이 도의 근본 움직임이라면, 죽음이라는 사건에서 인생 전체가 되감기는 현상도 이 되돌아옴의 한 형태일 수 있다. 모든 경험이 출발점으로 수렴하는 것. 펼쳐진 것이 접히는 것. 나간 것이 돌아오는 것.

물론 이것은 해석이지 증명이 아니다. 뇌과학은 죽어가는 뇌에서 조직화된 활동이 일어난다는 것까지 보여주었고, 그 활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답을 갖고 있지 않다. 그리고 어쩌면, 그 답은 과학의 영역 안에만 있지 않을 수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이것이다. 죽음은 스위치를 끄듯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사건이 아니다. 거기에는 과정이 있고, 그 과정 안에서 뇌는 무언가를 하고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온전히 이해하는 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것만은 알 수 있다. 마지막 순간에 뇌가 보여주려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아니라 이미 살아온 시간이다.


참고로

임사체험은 극소수의 특이한 사례가 아니다. 1982년 갤럽(Gallup)이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규모 여론조사에서, 죽음에 근접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약 15%가 임사체험을 보고했으며, 전체 인구 대비로는 약 4%에 해당했다. 당시 미국 인구 기준으로 약 800만 명이다. 이 결과는 조지 갤럽 주니어와 윌리엄 프록터의 저서 Adventures in Immortality(1982)에 수록되었다. 2011년 뉴욕과학아카데미 연보(Annals of the New York Academy of Sciences)에 발표된 추산에서는 미국 내 임사체험 보고자를 약 900만 명으로 잡았다. 2019년에는 코펜하겐대학교의 신경과 전문의 다니엘 콘지엘라(Daniel Kondziella)가 이끄는 연구팀이 35개국 1,03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응답자의 10%(106명, 95% 신뢰구간 8.5~12%)가 임사체험에 해당하는 경험을 보고했다. 이 연구는 PeerJ에 게재되었으며, 이전의 호주 연구(8%)나 독일 연구(4%)보다 높은 수치를 보여주었다. 연구자들 사이에서 보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범위는 전체 인구의 4~5%이고, 이것만으로도 전 세계 인구에 대입하면 3억에서 4억 명에 이른다. 콘지엘라 연구의 10%를 적용하면 8억 명을 넘긴다. 다만 이 수치들은 모두 자기 보고(Self-report) 기반이며, 임사체험의 정의가 연구마다 다르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갤럽 조사처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 4%대, 콘지엘라 조사처럼 넓은 기준을 쓰면 10%까지 올라간다. 그리고 이 현상은 특정 문화권이나 종교에 국한되지 않는다. 2024년 International Review of Psychiatry에 실린 리뷰 논문에서는 임사체험이 문화와 역사를 넘어 공통된 핵심 요소를 보인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이것이 학습된 기대나 종교적 서사의 산물이 아니라 인간 의식에 내재된 현상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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