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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 길하고 이혼이 흉하다? 진짜 길흉의 의미

사주에서 길(吉)하다, 흉(凶)하다는 판단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결혼하면 길하고, 이혼하면 흉하다는 식의 분류는 명리학(命理學)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 그런데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한다. 심지어 인공지능조차 그렇게 판단한다.

요즘 사주 간명지(看命紙) 자동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그래서 테스트 할려고 주요 Ai 들에게 유명인의 주요 길흉년(吉凶年)을 정리해 달라고 했더니, 결혼은 전부 길(吉)로, 이혼은 전부 흉(凶)으로 분류해 놓았다. 그 사람은 결혼을 세 번 하고 이혼도 세 번 했다. 잠깐. 이혼을 세 번 했다는 건 결혼 후 불행했다는 이야기 아닌가. 그런데 왜 결혼이 길이고 이혼이 흉인가.

인공지능은 사람에게 배운다. 사람들이 결혼은 축하하고 이혼은 위로하니까, 그 패턴을 그대로 학습한 것이다. 결혼식에는 축의금을 내고, 이혼 소식에는 안타깝다고 말한다. 그 감정적 반응이 데이터가 되고, 데이터가 판단 기준이 된다. 결국 기계도 사람과 똑같은 착각 속에서 길흉을 나누게 된다.

명리학에서 배우자궁(配偶者宮)이 기신(忌神)인 사람이 있다. 이런 사주는 연애할 때는 좋은 사람이 결혼만 하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연인일 때는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사람이었는데, 혼인 신고를 하고 나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한다. 본인도 이해하기 어렵고, 상대방은 더더욱 이해가 안 된다. 사주의 구조가 그런 기운의 흐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결혼은 오히려 흉한 사건이 된다. 표면적으로는 축하받을 일이지만, 그 사람의 사주 안에서 벌어지는 기운의 충돌은 축하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라는 배우가 있었다. 평생 일곱 명의 남자와 여덟 번 결혼했다. 첫 번째 남편 니키 힐튼은 알코올 중독에 가정폭력까지 일삼았고, 임신 중인 그녀를 폭행해 유산까지 시켰다. 9개월 만에 파경이었다. 두 번째 남편은 그녀가 집을 비운 사이 아이들을 다른 데 맡기고 파티를 벌였다. 세 번째 남편은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했지만 결혼 1년여 만에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네 번째는 죽은 남편의 친구였던 남자와의 결혼이었는데, 세간의 비난을 감수하고 결합했으나 결국 또 이혼했다. 리처드 버튼과는 두 번 결혼하고 두 번 이혼했다. 그녀의 여덟 번의 결혼 중에서 과연 몇 번이나 진정한 의미의 길(吉)이었을까. 적어도 결혼식 날, 모두가 축하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축하가 곧 길함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사실 길흉을 체감이나 기분, 느낌으로 판단하면 올바른 판단이 어렵다. 승진하면 기분이 좋고, 해고당하면 기분이 나쁘다. 그런데 승진 후 과로로 건강을 잃는 사람이 있고, 해고 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 인생이 바뀌는 사람도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직장을 잃은 사람들 중 상당수가 어쩔 수 없이 창업의 길로 들어섰고, 그중 일부는 이전 직장에서는 상상도 못 할 부를 이루었다. 반대로 위기를 무사히 넘긴 사람들 중에는 그 안정감에 안주하다가 10년 뒤 더 큰 위기를 맞이한 경우도 적지 않다.

도덕경(道德經) 58장에 이런 구절이 있다. 禍兮福之所倚 福兮禍之所伏. 재앙이여, 복이 기대어 있는 곳이로다. 복이여, 재앙이 엎드려 있는 곳이로다. 노자(老子)는 2,500년 전에 이미 길흉의 본질을 꿰뚫어 보았다. 복과 화는 서로 기대어 있고, 서로의 안에 엎드려 있다. 하나가 끝나면 다른 하나가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함께 있었다는 것이다.

회남자(淮南子) 인간훈(人間訓)에 나오는 새옹지마(塞翁之馬) 이야기도 같은 맥락이다. 말이 도망가자 사람들이 위로했는데 노인은 덤덤했고, 그 말이 준마를 데리고 돌아오자 사람들이 축하했는데 노인은 여전히 덤덤했다. 아들이 말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자 사람들이 안타까워했는데, 전쟁이 터지고 나서야 그 불행이 목숨을 살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故福之爲禍 禍之爲福 化不可極 深不可測也. 복이 화가 되고 화가 복이 되니, 그 변화는 끝을 알 수 없고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 이 노인이 특별한 것이 아니다. 다만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건의 진짜 의미를 기다릴 줄 알았을 뿐이다.

투자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은 2008년 금융위기 한복판에서 골드만삭스에 50억 달러를 투자했다. 당시 시장은 공포에 질려 있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시점을 최악의 흉(凶)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버핏에게 그 위기는 기회였고, 이후 그 투자는 수십억 달러의 수익을 안겨주었다. 같은 사건을 두고 누군가에게는 재앙이었고 누군가에게는 기회였다. 사건 자체에 길흉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이 어떤 사주 구조, 어떤 운의 흐름, 어떤 준비 상태와 만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된다.

명리학에서 용신(用神)을 만나는 해가 반드시 편안한 것은 아니다. 용신(用神)이 작동한다는 것은 기운이 나에게 유리하게 흐른다는 뜻이지, 내가 편하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용신운(用神運)에 고생을 사서 하는 경우가 많다. 창업의 고단함, 새로운 도전의 불안함, 관계의 재편 과정에서 오는 혼란. 그 과정이 당장은 힘들지만 나중에 돌아보면 인생의 전환점이 된다. 반대로 기신(忌神)을 만나는 해에 돈이 잘 벌리고 기분이 좋은 경우도 있다. 기신(忌神)이 재성(財星)이면 돈은 들어오되 그 돈이 독이 되는 구조다. 유흥에 빠지거나,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거나, 건강을 해치면서 돈을 번다. 당장은 좋아 보이지만 그 흐름의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안다.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에서는 이 세상의 모든 판단이 상대적이라고 했다. 이것이 저것이 되고 저것이 이것이 된다. 길함과 흉함도 그렇다. 고정된 길함은 없고, 영원한 흉함도 없다. 다만 흐름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흐름을 읽어내는 것이 명리학의 본질이다. 결혼이 길한지 흉한지, 이혼이 길한지 흉한지는 그 사건 하나만 떼어놓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어떤 사건이 나에게 독이 되는 사건이었는지, 나를 발전시키는 기회였는지는 그 순간에는 알기 어렵다. 나중에 돌아볼 때 비로소 알게 된다. 그래서 명리학이 어려운 것이고, 그래서 인생이 흥미로운 것이기도 하다. 축하받는 자리에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있고, 위로받는 자리에서 묘하게 홀가분한 사람이 있다면, 어쩌면 그 사람은 자기 사주의 흐름을 몸으로 이미 알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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