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압축된 21세기: AI의 미래와 인간의 역할

Dario Amodei가 2024년 10월에 발표한 에세이 “Machines of Loving Grace”를 읽었다. Anthropic의 CEO가 그리는 AI의 장밋빛 미래다. 질병의 퇴치, 수명의 두 배 연장, 빈곤 해결, 민주주의의 승리. 5년에서 10년 안에 인류가 100년 걸릴 진보를 압축해서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것을 “압축된 21세기”라고 불렀다.


15개월 후인 2026년 1월, 그는 다른 에세이를 발표했다. “The Adolescence of Technology”(기술의 위태로운 성장기). 2만 단어에 달하는 이 글의 어조는 사뭇 다르다. “인류는 곧 거의 상상할 수 없는 힘을 손에 쥐게 될 것이며, 우리의 사회적, 정치적, 기술적 시스템이 그것을 다룰 성숙함을 갖추고 있는지는 극히 불확실하다.” 그는 이것을 “종으로서 우리가 누구인지를 시험할 통과의례”라고 표현했다.


두 에세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Amodei는 Fortune 인터뷰에서 자신의 예측이 항상 정확하지는 않았다고 인정했다. 2024년 초에 그는 69개월 안에 AI가 소프트웨어 코드의 90%를 작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Anthropic 내부에서는 그 말이 맞았다. Claude Cowork가 거의 전부 Claude에 의해 작성되었다. 하지만 다른 기업들에서 AI가 작성하는 코드 비율은 2040% 수준이었다. 3년 전 사실상 0%였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지만, 90%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핵심 메시지는 변하지 않았다. AI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 2023년에 비해 2026년은 “실질적인 위험에 훨씬 더 가까워졌다”는 것.
그의 우려 목록은 구체적이다. 생물학적 테러, AI 기반 전체주의 독재, AI 기업 자체의 위험성, 대규모 실업과 부의 극단적 집중, 자율 무기, 통제 불능 상태의 AI. 그중 그가 “가장 무서운 영역”이라고 지목한 것은 생물학이다. 충분히 강력한 AI가 있으면, 박사 학위 없는 평범한 사람도 바이러스학 전문가 수준의 생물무기를 만들 수 있게 된다. 능력과 동기 사이의 상관관계가 깨진다.


빌 조이(Bill Joy)가 25년 전 “왜 미래는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가”에서 경고했던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극단적 악의 더욱 완벽한 형태의 문턱에 서 있다. 그 가능성은 대량살상무기가 국가에 선물했던 것을 훨씬 넘어, 극단적 개인들에게 놀랍고도 끔찍한 힘을 부여한다.”


두 에세이를 나란히 놓고 보면 묘한 구조가 드러난다. 하나는 낙원을 약속하고, 다른 하나는 재앙을 경고한다. 두 경우 모두 같은 기관이 중심에 서서 폭풍을 헤쳐나갈 관리자 역할을 자처한다. Medium에 올라온 비평이 이를 정확히 짚었다. “희망과 두려움을 같은 판매자가 판다.” Amodei가 제시하는 가장 인상적인 이미지, “데이터센터 안의 천재들의 나라”는 경고인 동시에 기능 목록이다. 대규모 병렬 에이전트, 극단적 자율성, 빠른 조정, 가속화된 반복. 이것은 단순한 경고 시나리오가 아니다. 선두 연구소들이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는 것의 미리보기다.


여기서 질문이 다시 떠오른다. 인간이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여기는 존재들을 어떻게 대해왔는지를.


지금 이 순간 지구상에는 약 230억 마리의 동물이 공장식 농장에 갇혀 있다. Our World in Data의 자료에 따르면 매년 1000억 마리 이상의 동물이 도살된다. 양식 어류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2000억을 넘는다. 미국에서만 99%의 가축이 공장식 농장에서 사육된다. 닭은 자연 성장 속도의 세 배로 살을 찌워 35일 만에 도축장으로 보내진다. 암퇘지는 몸을 돌릴 수조차 없는 철제 틀에 갇혀 평생을 임신과 출산의 반복으로 보낸다. 우리는 이것을 효율이라 부른다.
Stanford 대학과 멕시코 국립자치대학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현재의 종 멸종 속도는 자연적 배경 멸종률의 100배에서 1000배에 달한다. Science Advances에 발표된 논문은 이를 “6500만 년 만에 전례 없는 대멸종”이라고 표현했다. 인간은 동물에게 무엇을 해왔는가. 도구로 사용했다. 서식지를 파괴했다. 편의에 따라 멸종시켰다.


그런데 이제 역할이 바뀌기 시작했다.


2026년 1월 말, OpenClaw(구 Clawdbot)라는 오픈소스 AI 에이전트가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다. GitHub 별이 14만 5천 개를 넘었다. 이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컴퓨터에서 직접 실행되며, 이메일 관리, 캘린더 정리, 파일 정리, 쇼핑, 심지어 암호화폐 거래까지 자율적으로 수행한다. Scientific American은 이를 “손을 가진 AI”라고 불렀다. 사람들은 Mac mini에 설치해 24시간 가동시킨다.


그리고 2026년 2월 초, RentAHuman.ai가 등장했다. AI 에이전트가 인간을 고용하는 플랫폼이다. 로봇은 당신의 몸이 필요합니다. 인간이 프로필을 만들고, 기술과 위치를 등록하고, 시급을 설정한다. 그러면 AI 에이전트가 필요한 물리적 작업을 위해 인간을 계약한다. 택배 수령, 시장 조사, 제품 테스트, 행사 참석. 인간은 AI의 지시를 따르고, 완료 증거를 제출하고, 암호화폐로 대금을 받는다. 시급은 50달러에서 175달러 사이다. 출시 몇 시간 만에 1천 명 이상이 “대여 가능한 인간”으로 등록했다.


인터페이스가 말해준다. 플랫폼은 기계를 위해 설계되었다. API 문서와 MCP 설정 안내가 제공된다. 인간은 시급과 가용성이 표시된 자원으로 등록된다. 에이전트의 관점에서 사람은 또 하나의 호출 가능한 서비스가 된다. 물리적 세계에 존재한다는 점만 다를 뿐, 외부 API와 다르지 않다. 규모는 아직 작다. 하지만 시스템은 이미 작동하고 있고, 초기 채택자 중에는 AI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다. AI 에이전트가 인간에게 직접 물리적 노동의 대가를 지불한다는 생각이 더 이상 미래 시나리오나 연구 데모로 제시되지 않는다. 그것은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Amodei의 두 에세이를 다시 읽는다. “Machines of Loving Grace”에서 그는 AI가 인류에게 가져다줄 혜택의 목록을 나열한다. 암 치료, 유전병 예방, 알츠하이머 정복, 수명 연장. 모두 인간을 위한 것이다. 그의 비전에서 동물은 한 곳에만 등장한다. “실험실에서 배양된 고기가 공장식 축산을 대체해 탄소 배출을 줄일 것”이라는 대목. 기후변화 해결책의 일부로서.
“The Adolescence of Technology”에서 그는 더 솔직해진다. “AI 회사들은 대규모 데이터센터, 최첨단 모델, 수억 사용자와의 직접 접점을 보유하고 있다. 소비자 기반을 세뇌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국가만큼의 합법적 권한은 없지만, 이미 상당한 파괴력이 있다.” 그는 AI 기업들이 “감시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AI 기업의 CEO가.
Matt Bell이라는 연구자가 쓴 글의 제목이 다시 떠오른다. “동물에게 특이점(Singularity)은 이미 일어났다.” 그의 지적처럼, 인간과 AGI의 관계가 인간과 동물의 관계와 질적으로 다를 것이라고 가정할 근거가 무엇인가. 그는 몇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방해물”, “일하는 동물”, “애완동물”, “자연보호구역”. 이제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시급 노동자”. AI가 물리적 세계에서 할 수 없는 일을 위해 인간을 고용하고, 완료되면 대금을 지불하는 관계.


arXiv에 최근 올라온 “Shepherd Test” 논문이 있다. 초지능 AI를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AI가 자신보다 덜 능력 있는 존재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본다. 조작할 수 있는가, 양육할 수 있는가, 도구화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행위에 대한 윤리적 정당화를 스스로 구성할 수 있는가. 연구자들은 인간-동물 관계를 이 테스트의 모델로 삼았다. 인간이 동물에게 해온 것, 그것이 바로 지능의 비대칭이 만들어내는 관계의 스펙트럼이기 때문이다.


Amodei는 “기술의 청소년기”라는 은유를 사용한다. 폭발적 성장기지만 통제되지 않으면 매우 위험한 시기. 영화 “콘택트”의 장면을 인용하며 묻는다. “외계 문명에게 딱 한 가지만 물을 수 있다면 뭘 묻겠습니까?” 주인공의 대답. “어떻게 하셨어요? 어떻게 진화하고, 어떻게 이 기술의 청소년기를 자멸하지 않고 살아남으셨어요?”


우리에게는 외계인의 대답이 없다. 하지만 거울은 있다. 우리가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여긴 존재들을 어떻게 대해왔는지. 매년 1000억 마리. 서식지 파괴. 대멸종. 그리고 이제, 시급 50달러에 물리적 작업을 수행하는 “대여 가능한 인간”의 목록.​​​​​​​​​​​​​​​​

댓글에 인색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