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sdom

돈이 좋아하는 사람의 비밀, 도덕경과 현대 심리학이 말하는 재물의 도

돈이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말은 미신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런데 이 말을 도(道)의 관점에서 뜯어보면, 의외로 현대 심리학과 정확히 겹치는 지점이 있다. 돈은 기(氣)의 한 형태다. 기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막힌 곳에서 트인 곳으로 흐른다. 노자가 도덕경 8장에서 上善若水라 했을 때, 그 물의 성질이 곧 재물의 성질이기도 하다.

돈을 쓰는 방식에 그 사람의 기의 흐름이 드러난다. 같은 100만원이라도, 값싼 물건 열 개를 사서 옷장에 쌓아두는 사람과, 오래 쓸 수 있는 물건 하나를 골라 그것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의 에너지 상태는 다르다. 전자는 모으되 막혀 있고, 후자는 적되 순환한다. 도덕경 44장에 名與身孰親 身與貨孰多라는 구절이 있다. 명예와 몸 가운데 무엇이 더 가까운가, 몸과 재물 가운데 무엇이 더 귀한가. 노자는 답을 내리지 않았다. 다만 甚愛必大費 多藏必厚亡이라 했다. 지나치게 아끼면 반드시 크게 잃고, 많이 쌓아두면 반드시 크게 무너진다. 재물을 움켜쥐는 순간, 기의 흐름이 멈춘다는 뜻이다.

이 오래된 직관을 현대 과학이 뒷받침한다. 2014년 노스이스턴 대학교의 데이비드 데스테노(David DeSteno) 연구팀이 Psychological Science에 발표한 연구가 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54달러를 당장 받을 것인지, 30일 뒤 80달러를 받을 것인지 선택하게 했다. 그 전에 한 그룹에게는 감사한 일을 5분간 적게 하고, 다른 그룹에게는 기분 좋았던 일이나 평범한 일을 적게 했다. 결과는 뚜렷했다. 감사를 느낀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약 12퍼센트 더 높은 비율로 30일을 기다리는 쪽을 택했다. 단순히 기분이 좋은 것과 감사한 것은 달랐다. 기쁨은 인내심에 영향을 주지 못했고, 오직 감사만이 경제적 의사결정의 질을 바꿨다.

도교에서 말하는 허(虛)의 상태가 여기에 해당한다. 마음이 비어 있어야 들어올 것이 들어온다. 가득 찬 그릇에는 아무것도 더 담을 수 없다. 감사라는 것은 이미 가진 것에 대한 자각이고, 그 자각이 마음에 여백을 만든다. 여백이 있는 사람은 조급하지 않다. 조급하지 않은 사람은 기다릴 수 있고,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더 큰 것을 얻는다. 데스테노의 연구가 보여준 것이 정확히 이것이다.

돈을 대하는 태도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순응이다. 도덕경에서 道法自然이라 했다. 도는 스스로 그러한 것을 따른다. 돈에도 그 나름의 흐름이 있다. 어떤 물건 앞에서 직감적으로 이것이다 싶은 순간이 있고, 아무리 봐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순간이 있다. 전자를 따르는 것이 순응이고, 할인율에 끌려 후자를 택하는 것이 역행이다. 이 직감이라는 것은 장자가 말한 심재(心齋)의 상태, 즉 마음을 비워 맑게 한 뒤에야 작동하는 감각이다. 마음이 온갖 욕망과 비교의식으로 가득 차 있으면 직감은 묻혀버리고, 대신 불안이 의사결정을 지배한다.

강한 사람에게 돈이 몰린다는 말도 흔히 한다. 그런데 도교에서 말하는 강함은 세간의 강함과 다르다. 도덕경 76장에서 노자는 堅強者死之徒 柔弱者生之徒라 했다. 굳세고 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이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무리라는 것이다. 진짜 강한 사람은 자기를 낮출 줄 아는 사람이다. 물이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듯이(水善利萬物而不爭), 자기 자신을 끊임없이 갈고닦되 그것을 내세우지 않는 사람에게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모이는 곳에 돈이 따른다. 스티븐 코비(Stephen Covey)가 1989년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처음 제시한 풍요의 마인드셋(Abundance Mentality)이라는 개념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세상의 파이가 한정되어 있다고 보는 사람은 움켜쥐고, 충분하다고 보는 사람은 나눈다. 나누는 사람 주위에 기회가 몰리는 것은, 겸하부쟁(謙下不爭)의 도가 작동하는 것이다.

안정이라는 덕목도 빠질 수 없다. 감정의 동요가 심한 사람 곁에서는 아무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돈도 마찬가지다. 도덕경 16장에 致虛極 守靜篤이라는 구절이 있다. 텅 비움을 지극히 하고, 고요함을 두텁게 지킨다. 투자의 세계에서 20년 넘게 시장을 지켜보면, 결국 돈을 지키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다.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장이 폭락할 때 공포에 팔고, 급등할 때 탐욕에 사는 사람은 예외 없이 잃는다. 행동경제학의 선구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이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에서 밝힌 손실 회피(Loss Aversion) 편향이 바로 이것이다. 사람은 같은 크기의 이익보다 손실에 약 두 배 강하게 반응한다. 이 반응을 다스리지 못하면 돈은 떠난다. 고요함을 지키는 것은 단순한 수양이 아니라, 재물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기술이다.

이타(利他)의 문제도 있다. 2024년부터 구자리화(九紫離火) 운이 시작되었다. 하원갑자(下元甲子)의 기운이 전환된 것인데, 이 시기에는 진실하지 않은 것이 불에 타듯 사라진다라고 해석 한다. 진심으로 남을 이롭게 하는 것, 그것이 도에서 말하는 덕(德)이다. 도덕경 51장에 生而不有 爲而不恃 長而不宰 是謂玄德이라 했다. 낳되 소유하지 않고, 행하되 기대지 않으며, 기르되 지배하지 않는 것, 이것을 현덕(玄德)이라 한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이로움이 결국 가장 큰 대가로 돌아온다는 역설이, 2500년 전에 이미 쓰여 있었다.

감사의 힘에 대해서는 앞서 언급한 데스테노의 연구 외에도, 로버트 에먼스(Robert Emmons) UC데이비스 심리학 교수의 연구가 주목할 만하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하루 5분 감사 일기를 쓰는 것만으로 장기적 행복감이 10에서 25퍼센트 상승했다. 런던 경제대학(London School of Economics)의 연구에서 소득을 두 배로 늘렸을 때의 행복 증가분보다 이 수치가 더 컸다. 돈을 두 배로 버는 것보다 감사를 연습하는 것이 행복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행복한 사람이 더 나은 경제적 판단을 한다는 것은 이미 여러 후속 연구에서 반복 확인된 사실이다.

결국 이 모든 이야기는 하나로 수렴한다. 돈을 쫓지 말라는 것이다. 도덕경 전체를 관통하는 원리가 무위(無爲)인데, 무위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하지 않는 것이다. 道常無爲而無不爲, 도는 늘 억지로 함이 없으되 하지 않는 것이 없다. 자신을 갈고닦고, 마음을 고요히 하고, 가진 것에 감사하며, 남을 이롭게 하는 삶을 살 때, 돈이라는 기(氣)는 물이 낮은 곳을 찾듯 자연스럽게 흘러온다고 옛사람들은 말했다. 현대 심리학은 같은 것을 다른 언어로 말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이것이 전부인지, 아니면 세상에는 이 원리로도 설명되지 않는 영역이 있는지는, 각자가 자기 삶 속에서 확인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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