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IBM의 2026년 AI 예측, 에이전트 피벗은 올 것인가

IBM이 매년 내놓는 기술 예측 보고서는 실리콘밸리의 수많은 전망 중에서도 꽤 높은 적중률을 보여왔다. 2026년 예측의 핵심은 단 하나, AI가 실험실을 벗어나 조직 전체로 퍼져나가는 이른바 에이전트 피벗(Agentic Pivot)이다. 시범 사업의 시대는 끝났고, 이제 수십에서 수백 개의 AI 에이전트가 기업 내부에서 동시에 작동하는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 IBM의 판단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는 숫자들이 같은 시기에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Forrester는 2025년 10월 보고서에서 기업들이 계획된 AI 투자의 25%를 2027년으로 미룰 것이라 전망했다. AI 의사결정권자 중 자사의 재무 성장과 AI의 가치를 연결 지을 수 있는 사람이 3분의 1도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Forrester의 수석 리서치 책임자 Sharyn Leaver는 2026년이야말로 AI의 과대광고가 끝나고 실질적 결과를 요구받는 해가 될 것이라 했다. Gartner 역시 2025년 6월에 에이전트 AI 프로젝트의 40% 이상이 2027년 말까지 취소될 것이라 예측했다. 비용 증가, 불분명한 사업 가치, 부족한 위험 관리가 이유다. 수천 개의 에이전트 AI 벤더 중 실제 에이전트 역량을 갖춘 곳은 약 130개에 불과하다는 Gartner의 분석은, 이 시장에 얼마나 많은 허풍이 섞여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런데 IBM의 예측이 단순한 낙관론이 아닌 이유가 있다. IBM은 에이전트 AI의 확산과 함께 반드시 거버넌스(Governance)와 보안이 내장되어야 한다고 못박는다. 자율 시스템이 사람의 감시 없이 데이터를 이동시키고, 하위 에이전트를 생성하며, 조직 경계를 넘나드는 상황에서 기존 보안 모델은 작동하지 않는다. IBM의 2026년 사이버 보안 전망에 따르면, 승인 없이 직원들이 배포한 그림자 AI(Shadow AI) 시스템을 통해 지적재산이 유출되는 대형 보안 사고가 발생할 것이라 했다. 10년 전 그림자 IT(Shadow IT)의 판박이인데, 판돈이 비교할 수 없이 커졌다. Gartner는 더 나아가 2026년 말까지 자율 시스템의 안전 실패와 관련된 소위 AI에 의한 사망 소송이 2,000건 이상 제기될 것이라 전망했다.

IBM의 2026년 예측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이다. IBM은 2026년 말까지 양자 컴퓨터가 특정 문제에서 고전적 컴퓨터를 능가하는 이른바 양자 우위(Quantum Advantage)가 검증될 것이라 공언했다. 2025년 11월에 공개한 나이트호크(Nighthawk) 프로세서는 120큐비트에 218개의 차세대 튜너블 커플러를 탑재했고, 이전 헤론(Heron) 프로세서 대비 30% 더 복잡한 회로를 실행할 수 있다. IBM Research의 Jay Gambetta는 양자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제조, 오류 수정을 동시에 확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 IBM이라 했다. 물론 CES 2026에서 IBM의 Borja Peropadre는 솔직하게도 발표 직전에 자신들이 양자 컴퓨터보다 나은 고전적 방법을 발견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양자와 고전의 줄다리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제 IBM 예측의 과거 성적표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2024년 예측의 핵심은 생성 AI(Generative AI)가 사이버 공격의 DNA가 된다는 것이었다. 딥페이크 폭증, AI 기반 피싱 자동화, 다크웹에서의 생성 AI 도구 등장을 예고했고, 이 예측들은 거의 정확하게 현실이 됐다. IBM 엔지니어 Jeff Crume은 2024년 예측을 돌아보며 이 트렌드가 2025년에도 지속된다고 확인했다. 2025년 예측은 AI 에이전트의 해를 선언했는데, 실제로 ChatGPT의 딥 리서치, Claude Code 같은 에이전트형 도구가 등장하면서 방향은 맞았다. 오픈소스 AI의 부상도 적중했다. DeepSeek, IBM의 Granite, Ai2의 Olmo 같은 작고 효율적인 모델이 대형 모델 못지않은 성과를 냈다. 다만 완전한 자율 에이전트의 실현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부분 적중으로 보는 것이 공정하다.

전체적으로 보면 IBM의 예측 적중률은 70에서 90% 사이로 꽤 높은 편이다. 특히 사이버 보안과 AI 도입 속도 관련 예측이 강하고, 양자 컴퓨팅이나 범용 인공지능(AGI) 같은 장기 전망은 아직 검증 중이다. IBM Institute for Business Value가 1,000명 이상의 C레벨 임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4%가 2026년 자사 실적에 낙관적이면서도 세계 경제에 대해서는 3분의 1만이 긍정적이었다. 자기 회사는 되지만 남의 회사는 모르겠다는 이 묘한 온도차가, 어쩌면 지금 AI 시장의 심리를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수천 년 전 도가(道家)에서는 天下萬物生於有 有生於無라 했다. 천하의 만물은 있음에서 나오고, 있음은 없음에서 나온다. AI 에이전트든 양자 컴퓨터든,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무(無)에서 유(有)로 넘어가는 그 경계 어딘가다. IBM이 말하는 에이전트 피벗이 진짜 도착할지, 아니면 Gartner가 경고하는 환멸의 골짜기(Trough of Disillusionment)를 먼저 통과해야 할지, 2026년이 끝나기 전에 답이 나올 것이다. 다만 역사가 알려주는 한 가지는 있다. 기술의 과대광고는 대부분 거품이 빠지지만, 과대광고의 방향 자체가 틀린 적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살아남는 자는 강자가 되지 아마존, 메타 같은 기업들처럼


댓글에 인색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