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에게 남은 시간
2025년, 미국에서 AI를 직접적 이유로 들어 해고된 인원이 55,000명이다. 2년 전의 12배다. 아마존은 14,000명의 사무직을 잘랐고, 세일즈포스는 고객 지원 인력 4,000명을 내보내면서 CEO 마크 베니오프가 직접 말했다. AI가 이미 회사 업무의 절반을 처리하고 있다고. 듀오링고는 AI가 할 수 있는 일에 외주 인력을 더 이상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교육 플랫폼 Chegg는 직원의 45%를 정리하면서 이유를 딱 한 마디로 요약했다. AI의 새로운 현실이라고.

이 숫자들을 보면서 사람들은 주로 두 가지 반응을 보인다. 하나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막연한 공포다. 둘 다 쓸모없는 반응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의 본질을 보자. 디즈니가 2025년 12월 OpenAI와 3년짜리 계약을 체결했다. 10억 달러 규모의 투자다. 200개 이상의 캐릭터 라이선스를 Sora와 ChatGPT에 열었다. 미키마우스, 다스베이더, 베이맥스. 이 캐릭터들로 팬이 직접 짧은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된다. 2026년 초부터 일부는 디즈니 플러스에서 스트리밍된다. 밥 아이거 CEO는 창의성과 혁신의 결합이라고 했지만, 숫자가 말하는 건 다르다. 디즈니는 2023년부터 75억 달러 비용 절감 계획을 밀어붙이며 이미 수천 명을 해고했다. 2025년 6월에도 TV와 영화 부문에서 수백 명을 추가로 잘랐다. 캐스팅 담당 부사장, 드라마 개발 부사장 같은 직책이 사라졌다. 동시에 AI 애니메이션 도구 Animaj를 도입해서 30만 장 이상의 기존 그림 데이터로 학습시키고, 아티스트들이 매 프레임을 손으로 그리는 대신 AI가 생성한 프레임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건 디즈니가 아니라, 이 흐름의 방향이다.
일론 머스크의 xAI가 바로 이틀 전인 2월 11일, 전 직원 미팅 영상을 공개했다. xAI를 네 개 팀으로 재편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록 챗봇, 코딩, 이매진 영상 생성기, 그리고 매크로하드. 이 마지막 이름이 핵심이다. 매크로하드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비꼬는 이름인데, 농담으로 시작한 이름 뒤에 200억 달러짜리 현실이 붙어 있다. 매크로하드는 디지털인간을 만드는것을 목표로 한다. 01로 프로그래밍을 하고, 인간이 컴퓨터에서 할 수 있는 모든것을 대신할 수 있는 존재를 만드는 것. 미시시피주 사우스헤이븐에 80만 평방피트 규모의 데이터센터가 이미 가동을 시작했다. 멤피스의 콜로서스 슈퍼컴퓨터와 연결된 이 시설은 100만 개의 AI 칩을 돌리며, 목표는 간명하다. 인간 없이 소프트웨어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다. 코드를 짜고, 테스트하고, 배포하고, 버그를 잡고, 제품을 출시하는 전 과정을 AI 에이전트가 처리한다. 매크로하드 프로젝트를 이끄는 토비 폴렌은 이렇게 말했다. 컴퓨터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것이 할 수 있다고. 로켓 엔진도 AI가 설계해야 한다고.
과장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머스크는 늘 큰 소리를 치니까. 그런데 2025년 한 해 동안 실제로 벌어진 일을 보면, 과장의 방향이 틀리지는 않다. JP모건 체이스는 관리자들에게 AI를 배치하는 동안 신규 채용을 자제하라고 지시했다. 골드만삭스 CEO 데이비드 솔로몬은 AI 도입에 따라 인력을 조직하고 결정을 내리는 방식 전체를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포드 CEO 짐 팔리는 더 직설적이었다. AI가 사무직 절반을 대체할 것이라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5,000명을, HP는 4,000에서 6,000명을 잘랐고, 둘 다 AI를 이유로 들었다.
흥미로운 건 2025년 미국 대졸 신입의 실업률이 4.8%이고, 이 중 41%가 학위가 필요 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컴퓨터과학 졸업자의 실업률은 6.1%로, 철학 전공자의 거의 두 배다. 10년 전이라면 농담 같은 숫자다. 그리고 2025년에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의 40%가 배관, 건설, 전기 같은 기술직을 선택했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일을 골랐다는 뜻이다. 시장은 이미 답을 말하고 있다.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의 문제는 AI가 나오기 전에도 있었다. 다만 속도가 달랐을 뿐이다. 지시를 받고, 그대로 수행하고, 결과를 보고하는 과정은 본질적으로 패턴이다. 패턴을 따르는 일은 기계가 잘한다. 예전에는 기계가 육체 노동의 패턴을 가져갔다. 조립 라인, 단순 반복 작업. 이번에는 정보 처리의 패턴을 가져가고 있다. 보고서 작성, 데이터 정리, 코드 작성, 일정 관리, 이메일 분류, 회의록 요약. 이 일들을 잘한다고 칭찬받던 사람들이 가장 먼저 위험해지는 역설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역(易)에서 말하는 변(變)의 원리가 여기에 있다. 세상은 늘 변하는데, 변하지 않는 것은 변한다는 사실뿐이다.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듯, 비용은 적은 쪽으로 흐른다. AI가 한 달에 20달러도 안 되는 비용으로 중간 수준 엔지니어의 일을 처리할 수 있다면, 기업이 연봉 10만 달러짜리 사람을 유지할 이유는 그 사람이 AI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할 때만 성립한다.
캔디크러시를 만든 팀의 이야기가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산하에서 일하던 개발자들이 몇 달 동안 AI 도구를 만들었다. 레벨을 더 빠르게 설계하는 도구였다. 도구가 완성되자 그 도구를 만든 사람 200명이 해고됐다. 자기가 만든 것에 자기가 대체된 셈이다. 이게 농담이 아니라 2025년 7월에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남는가. 이 질문에 대해 확실한 답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몇 가지 단서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AI 대표 무스타파 술레이만은 AI가 새로운 일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했고,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생산성이 높아지면 더 많은 고용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반대편에서 노벨상 수상자 제프리 힌턴은 AI가 실업을 늘리면서 이윤을 높일 것이며, 이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라고 말한다.
누구 말이 맞는지는 시간이 알려줄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시키는 대로만 한 사람의 자리를 AI가 가져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 자리가 사라진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미리 생각한 사람과, 그날이 올 때까지 모른 척한 사람 사이의 격차는, 그 어떤 기술 격차보다 클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