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sdom

인연과 기회: 저점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이 글을 보게 된 것도 인연이다

세상에는 참 많은 우연이 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는 것도 그중 하나다. 수많은 콘텐츠 중에서 하필 이 글이 눈에 들어왔다면, 어쩌면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메시지가 여기 있을지도 모른다. 도가에서는 이런 것을 기연(機緣)이라 부른다. 때가 되어 만나는 인연. 그리고 기연이 찾아왔을 때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전적으로 몸과 마음의 상태에 달려 있다.

건강이 먼저라는 말은 진부하게 들리지만, 실제로 재물운과 건강은 깊이 연결되어 있다. 명리학에서 신강(身强)해야 재(財)를 감당할 수 있다고 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몸이 허약하면 좋은 기회가 와도 붙잡을 힘이 없다. 특히 정기(精氣)의 누설은 의지력과 직결된다. 욕망에 끌려다니는 삶은 결국 스스로를 갉아먹는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많은 사업가들이 무너졌는데, 그중 다시 일어선 사람들의 공통점은 체력이었다. 정주영 회장이 80대까지 새벽 운동을 거르지 않았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런데 체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진짜 회복력은 바닥을 경험해본 사람에게서 나온다.

인생의 저점에서 배우는 것들이 있다. 그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허상이 걷히고 본질이 드러난다. 누가 진짜 내 편인지,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 번영의 시기에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모든 것을 잃었던 하워드 슐츠는 그 시기에 스타벅스의 본질을 다시 들여다봤고, 1985년 자신이 세운 회사에서 쫓겨났던 스티브 잡스는 그 공백기에 픽사를 만들고 넥스트를 세웠다. 저점은 저주가 아니라 재편의 시간이다. 다만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관건이다. 바닥에서 원망에 에너지를 쏟는 사람과 재정비에 쓰는 사람의 미래는 완전히 다르다.

에너지는 유한하기 때문이다. 하루에 쓸 수 있는 정신력과 체력에는 한계가 있고, 이것을 어디에 쓰느냐가 삶의 질을 결정한다. 워렌 버핏은 하루 일정의 80퍼센트가 비어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거절의 달인이다. 진짜 중요한 일에 집중하려면 나머지를 쳐내야 한다. 피해자 행세는 에너지 낭비의 대표적 형태다. 불평에 쓰는 힘을 행동에 쓰면 상황이 바뀐다. 그리고 이 에너지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하나 있다. 바로 주변 사람이다.

환경이 곧 운명이다. 다섯 명의 가장 가까운 사람의 평균이 당신이라는 말이 있다. 과학적으로도 사회적 전염 효과는 입증되어 있다. 하버드 의대의 니콜라스 크리스타키스 연구에 따르면, 친구가 비만이 되면 본인이 비만이 될 확률이 57퍼센트 증가한다. 습관도, 사고방식도, 재정 상태도 전염된다. 부정적인 사람 곁에 있으면 에너지가 빠지고, 긍정적인 사람 곁에 있으면 충전된다. 누구와 시간을 보내느냐는 선택의 문제다. 그런데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조심해야 할 때가 있다. 바로 일이 잘 풀릴 때다.

순경(順境)일 때 비축하라. 잘 나갈 때는 누구나 기분이 좋다. 문제는 그때 방심한다는 것이다. 삼성 이병철 회장은 호황기에 오히려 더 긴축했다고 한다. 불황은 반드시 온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도가의 음양론으로 보면 당연한 이치다. 양(陽)이 극에 달하면 음(陰)이 시작된다. 좋을 때 조용히 쌓아두는 사람이 나쁠 때 버틴다. 그리고 비축해야 할 것은 돈만이 아니다. 여유와 느림도 비축해야 한다.

완(緩)자는 후회를 피하게 하고, 퇴(退)자는 화를 피하게 한다. 급하게 결정한 일치고 좋은 결과를 낳은 경우가 드물다.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때 성급하게 뛰어든 투자자들이 어떻게 됐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안다. 반면 같은 시기에 버핏은 기술주를 이해하지 못한다며 손대지 않았고, 사람들은 그를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비웃었다. 결과는 역사가 증명했다. 느리게 가고, 때로는 물러서는 것. 이것이 결국 집착을 내려놓는 연습이다.

도덕경에 이르기를, 무위(無爲)하면 불치(不治)가 없다고 했다. 억지로 쥐려 하지 않으면 오히려 얻게 된다는 역설이다. 이것은 체념이 아니라 힘을 빼는 것이다.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듯, 자연스러운 흐름을 거스르지 않을 때 일이 풀리는 경우가 많다. 건강을 챙기고, 저점에서 배우고, 에너지를 아끼고, 좋은 사람 곁에 있고, 순경에 비축하고, 느리게 가면서 집착을 내려놓는 것. 이 모든 것이 결국 하나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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