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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저지방 식단의 실패와 새로운 영양 지침

1980년, 미국 정부는 처음으로 국민을 위한 공식 영양 지침을 발표했다. 핵심 메시지는 간단했다. 지방을 피하라.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이 심장병을 일으킨다. 붉은 고기와 버터는 위험하다. 대신 탄수화물을 먹어라. 이 메시지는 40년 넘게 미국 영양 정책의 기둥이었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가 우리가 “상식”이라고 부르는 것이 됐다.

1977년 조지 맥거번 상원의원이 이끄는 위원회가 Dietary Goals for the United States를 발표했을 때, 당시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합의가 없었다. 일부 상원의원들은 보고서에 보충 서문을 달아 “저지방 식단의 열풍이 시작되고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열풍은 이미 굴러가기 시작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식품 업계는 저지방 쿠키, 무지방 치즈, 저지방 요거트를 쏟아냈다. 지방을 빼면 맛이 없으니 설탕과 정제 탄수화물로 채웠다. 사람들은 건강해지려고 이것들을 먹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1970년 미국 성인 비만율은 약 15%였다. 2020년에는 42%를 넘었다. 1980년대 초부터 급격히 올라가기 시작한 비만율은 지금까지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 의료비의 90% 가까이가 만성 질환 치료에 쓰이고, 그 상당 부분이 식단과 연결되어 있다. 저지방 식단이 국가 정책이 된 이후 40년, 미국인들은 역사상 가장 뚱뚱해졌다.

2026년 1월 7일, 미국 정부는 2025-2030 Dietary Guidelines for Americans를 발표했다. RFK Jr.와 브룩 롤린스 농무장관은 “Eat Real Food”라는 슬로건 아래 지난 45년간의 영양 정책을 뒤집었다. 새 지침의 핵심은 이렇다. 단백질 권장량을 체중 킬로그램당 0.8그램에서 1.2에서 1.6그램으로 올렸다. 풀팻 유제품, 버터, 심지어 소기름까지 “건강한 지방”의 범주에 넣었다. 가공식품과 첨가당에 대해서는 처음으로 명시적으로 “피하라”고 했다. 첨가당은 하루 칼로리의 6% 미만으로 줄이라고 했는데, 이전 지침의 10%에서 대폭 강화된 것이다. 4세 이하 아이들에게는 첨가당을 완전히 배제하라고 권고했다.

새 지침은 “건강한 지방에 대한 전쟁의 종료”를 선언했다. 이전 지침들이 40년 넘게 악당으로 몰았던 포화지방에 대해, 전체 음식에서 오는 포화지방은 건강하다고 말했다. 대신 일부 가공 식물성 기름, 콩기름이나 카놀라유 같은 것들이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1980년 지침이 말했던 것과 정반대다. 먹지말라던 붉은 고기도 권장음식으로 변했다. 소기름도 좋은것이라고 한다.

푸드 피라미드도 뒤집어졌다. 이전에는 곡물이 바닥에, 지방이 꼭대기의 작은 삼각형에 있었다. 새 피라미드는 단백질과 유제품, 건강한 지방을 채소, 과일과 함께 가장 넓은 부분에 놓고, 곡물을 가장 좁은 부분으로 내렸다. 45년 만의 역전이다.

여기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1977년에 저지방 식단을 권고한 과학자들이 악의를 가졌던 것은 아니다. 그들은 당시 가용한 연구들, 특히 앤셀 키스의 Seven Countries Study 같은 것들을 근거로 삼았다. 문제는 그 연구들이 지금 보면 방법론적 한계가 있었고, 이후 수십 년간 축적된 증거들이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는 것이다. 풀팻 유제품이 심혈관 질환과 직접 연관되지 않는다는 연구들, 저지방 식단이 비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현실, 가공식품과 첨가당이 만성 질환의 주범이라는 새로운 증거들.

상식이란 그 시대에 대다수가 동의하는 지식이다. 그러나 대다수가 동의한다고 해서 그것이 진리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구가 평평하다는 것이 상식이던 시대가 있었다. 위궤양은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것이 의학계의 상식이었는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발견되면서 뒤집어졌다. 배리 마샬 박사는 자기 이론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균을 마셨고, 2005년 노벨상을 받았다.

미국 심장협회와 일부 영양학자들은 새 지침에 반대한다. 그들은 포화지방 제한 완화가 심혈관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들이 틀렸다고 단정할 수 없다. 새 지침이 옳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5년 후, 10년 후에 또 다른 증거들이 나오면 지금의 지침도 수정될 것이다. 그것이 과학이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어떤 지식이든 “이것이 최종 진리”라고 믿는 태도다. 1980년에 저지방 식단을 진리로 받아들인 사람들은 40년 후 비만율 42%라는 현실 앞에 섰다. 물론 비만의 원인이 저지방 지침 하나만은 아니다. 가공식품 증가, 설탕 섭취 폭증, 운동 부족, 생활 양식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지방이 악”이라는 단순한 메시지가 “설탕과 정제 탄수화물은 괜찮다”는 암묵적 허용으로 이어졌고, 식품 산업은 그 틈을 파고들었다.

새 지침은 “진짜 음식을 먹어라”고 말한다. 가공하지 않은 고기, 생선, 계란, 채소, 과일, 견과류, 풀팻 유제품. 우리 할머니들이 먹던 것들이다. 어쩌면 45년간의 영양학 발전이 결국 출발점으로 돌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이것조차 의심의 눈으로 봐야 한다. 새 지침이 옳을 수도 있고, 부분적으로만 옳을 수도 있고, 10년 후에 또 뒤집힐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하나다. 상식은 업데이트된다. 지식은 업데이트된다. 우리가 절대적이라고 믿는 것들, 그것이 영양학이든 의학이든 경제학이든 신앙이든, 언젠가 수정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현명하다. 무엇에 대한 절대적 믿음이 미신이란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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