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과 마음 다스리기
살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삶이라는 것이 대체 어디로 가는 것인지, 무엇을 위해 이토록 분주한 것인지. 동양의 고전들은 이미 수천 년 전에 이 질문에 답을 내려놓았다. 천지인(天地人), 하늘과 땅과 사람. 노자가 말한 도생일(道生一), 일생이(一生二), 이생삼(二生三), 삼생만물(三生萬物)의 이치가 바로 그것이다. 만물 중에 사람이 가장 귀한 까닭은 천지의 온전한 기운을 받았기 때문이다.

사람만이 喜怒憂思悲恐驚의 칠정을 갖는다. 이 칠정이라는 것이 오장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으니, 감정의 흐름이 곧 몸의 흐름이 된다.
분노는 간과 통한다. 30대 여성들이 월경 전에 유독 세상이 어둡게 느껴지고 사소한 일에 화가 치미는 것은 혈이 하강하면서 기가 위로 뜨기 때문이다. 기가 남으면 곧 화가 되니, 이는 병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순환의 일부다. 다만 평소 온화하던 사람이 갑자기 쉽게 분노한다면, 그것은 간이 보내는 신호다.
기쁨은 심과 통한다. 심화(心花)가 만발한다는 말은 있어도 간화가 만발한다는 말은 없다. 노인이 경사스러운 자리에서 크게 웃다가 그대로 가시는 경우가 있다. 심기가 이미 약해진 상태에서 과도한 기쁨이 그 균형을 무너뜨린 것이다.
근심과 사려는 비위와 통한다. 장거리 운전기사 열에 아홉은 위장병을 앓는다. 밥을 먹고 바로 운전대를 잡아야 하니, 정신이 소화가 아닌 다른 곳에 가 있다. 지식노동자들의 만성 소화불량도 같은 이치다. 생각이 많으면 비위가 상한다.
슬픔은 폐와 통한다. 홍루몽의 임대옥이 왜 그토록 기침을 했겠는가. 폐암 환자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자꾸 눈물이 나는 것도 폐와 슬픔의 연결고리 때문이다.
두려움은 신과 통한다. 극도의 공포 앞에서 대소변을 지리는 것은 공포가 기를 아래로 끌어내려 신의 통제력을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오장과 칠정이 서로 얽혀 있으니, 감정을 다스리는 것이 곧 몸을 다스리는 일이 된다. 재미있는 것은 오장이 서로 제약하는 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화가 나서 간기가 치솟을 때, 울음이 터지면 폐기가 올라온다. 폐는 금이고 간은 목이니, 금극목(金克木)의 이치로 간기가 자연스럽게 조절된다. 그래서 싸움을 하려면 울 때까지 하라는 말이 있다. 중간에 멈추면 간기가 내려가지 않아 속으로 병이 된다.
35세에서 42세 사이의 여성들에게 갑상선, 난소, 유방 질환이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양명맥(陽明脈)이 쇠하기 시작하는 시기인데, 위로는 부모를 모시고 아래로는 자녀를 돌봐야 하며, 직장에서는 더 이상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감정을 풀 곳이 없다. 억눌린 것들이 결국 몸 어딘가에서 덩어리가 된다.
남자도 다르지 않다. 다만 표현이 다를 뿐이다. 울지 않는다. 말하지 않는다. 남자니까 다 감당해야 한다고 믿는다. 40대 중반에 혈압이 오르고 간 수치가 올라가는 것은 그렇게 쌓인 것들의 결과다.
청춘기와 갱년기는 몸이 재편성되는 시기다. 기혈의 흐름이 바뀌면서 감정도 요동친다. 이때 잠이 안 온다고 수면제를 먹고, 혈압이 오른다고 혈압약을 먹고, 불안하다고 신경안정제를 먹으면 어떻게 될까. 몸이 스스로 조율하려는 것을 약으로 억누르는 격이다. 발목을 삔 사람을 부축해서 천천히 걷게 하면 석 달 후에 제 발로 걷는다. 휠체어에 태워 밀고 다니면 석 달 후에 걷지 못하게 된다.
황제내경에 나오는 말이 있다. 虛邪賊風, 避之有時, 恬淡虛無, 眞氣從之 나쁜 기운을 피하고, 마음을 담담하게 비워라, 그러면 진기가 따른다. 말은 쉽다. 실천이 어렵다.
한 가지 방법이 있다. 勤動腦體不動心 뇌와 몸은 부지런히 움직이되, 마음은 움직이지 마라. 뇌는 일을 계획하는 수령이고, 사지는 일을 실행하는 도구다. 이것들은 써야 한다. 은퇴 후 책도 읽지 않고 신문도 보지 않으면 치매가 빨리 온다. 뇌와 몸은 쓸수록 좋다.
그러나 마음은 다르다. 일을 할 때는 최선을 다하되, 밥 먹을 때, 잠잘 때까지 그 일을 끌고 오면 그것이 동심(動心)이다. 謀事在人 成事在天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까지다. 결과는 사람 손에 있지 않다. 밤에 누워서 오늘 하루 최선을 다했다 싶으면, 그것으로 된 것이다.
노자가 말한 무위(無爲)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무망위(無妄爲),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다. 의사에게는 의사의 이치가 있고, 상인에게는 상인의 이치가 있다. 봄에 씨를 뿌리면서 당장 수확을 바라면, 그것이 망위다. 이치를 따르면 힘들이지 않아도 때가 되어 열매를 거둔다.
사람은 울면서 태어나 웃으면서 떠난다. 태어날 때 주먹을 쥐고 나와서, 떠날 때 손을 편다. 쥐고 나왔으니 일해야 하고, 울면서 나왔으니 고생을 두려워할 것 없다. 손에 쥔 것들, 명예든 재물이든, 결국은 손때처럼 씻겨 나간다. 놓지 못해 발버둥 칠 때가 저승이 가까워질 때다.
사(捨)와 득(得), 득(得)과 실(失). 버려야 얻고, 얻으면 잃는다. 그 사이에 자재(自在)가 있다.
